삼성전자 노사의 임금교섭 관련 2차 사후조정이 오늘(18일) 열린다. 파업 예고일을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사후조정은 사실상 노사 간의 마지막 협상 테이블이다. 이번 협상마저 결렬돼 노동조합이 예정대로 파업을 선포할 경우, 그때부터 정부가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킬 수 있는 '긴급조정권'을 사용할 수 있어 산업계 안팎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파업 선포 즉시 발동 가능"...100조 손실 막을 최후의 카드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핵심 배경에는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가 입게 될 막대한 피해액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업 참가 신청자는 4만3286명에 달하며, 실제 파업이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체가 사실상 셧다운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업계는 전후방 연관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 간접 손실까지 포함하면 그 피해액은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3일 안민정책포럼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원, 일일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교섭 관련 2차 사후조정이 18일 열렸다. 파업 예고일을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사후조정은 사실상 노사 간의 마지막 협상 테이블이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이처럼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긴급조정권을 파업 발생 전에 발동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따르면, 긴급조정권은 반드시 실제 피해가 발생한 사후에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쟁의행위로 인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판단하에 긴급조정권 발동이 가능하다.
즉, 대규모 경제적 손실이 명백히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노사 자율조정이 원만히 일어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는 것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경우, 30일간 쟁의행위가 전면 금지돼 예정된 파업 자체가 합법적으로 유예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긴급명령은 파업 시작후 발동 했으나 반도체는 업의 특성상 파업전에, 그것도 한시라도 빨리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고개 숙인 이재용과 협상 테이블 돌아온 노조...'여전한 간극' 좁힐 수 있을까
지난 16일, 해외 출장 중 급거 귀국한 이재용 회장이 공항에서 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내부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대국민 사과를 전격 발표했다. 노조를 향해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등판한 이 회장은 노조를 오늘 사후조정 테이블로 다시 돌려 세우는 결정적 분수령이 됐다.
극적으로 대화의 물꼬는 트였지만, 양측이 마주한 핵심 쟁점의 간극은 여전히 팽팽하다. 노조는 기존의 불투명한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을 폐지하고, '영업익의 15%'를 성과급(OPI) 재원으로 고정해 투명하게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업황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기존 EVA 방식을 고수해야 하며, 영업이익 연동을 고정할 경우 글로벌 투자 위축과 실적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맞선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간은 "노조의 요구안이 그대로 수용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43조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총수의 사과로 파국 직전에 재개된 이번 교섭에서, 노사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정당한 노동 보상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이승길 ILO협회장·송헌재 교수 "국민기업 파업, 공감대 필수...본질은 윈윈(Win-Win)"
전문가들은 현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길 한국ILO협회장은 "예상되는 파업 규모와 파장에 비해 사회적으로 너무 무감각하다"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 상황이 심각한 만큼, 삼성전자가 국민기업이라면 파업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우선적으로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협회장은 "열심히 일해서 임금을 받는 것은 정당하나, 재산권과 노동법을 아울러 볼 때 이 임금을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열린 주주행동연구원 초청 전문가 좌담회에서 이승길 한국ILO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송헌재 교수는 "직접 손실보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더 치명적"이라며 △신뢰 자산의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핵심 인재 이탈 등을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송 교수는 이어 "상황이 갈등으로 놓여있지만 길게 보고 같이 공유하는 성과를 내는 결론으로 이끌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긴급조정권은 수십조원의 당면한 손해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사태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당장의 쟁의행위 억제를 넘어, 노사 합의를 통해 협력사와 구성원 전체가 '윈윈(Win-Win)'하는 자율적 구조를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