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방병원협회(회장 정희재)가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철회를 강력 요구했다. 교통사고 치료 8주 시점 보험 지급중단 제도로 인한 의료현장 혼란과 환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핵심 논리다.
대한한방병원협회 소속 보험위원회(이하 한병협 보험위원회)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대해 "실제 적용·운영의 주체인 의료기관 당사자들과 어떠한 사전 협의나 동의가 없었다"며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의료기관은 물론 환자들 또한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이진호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보험위원장). [사진=한방병원협회]
이진호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보험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보험 보상에 있어 보험사는 뒷짐만 지게 두고,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모든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전가시킬 뿐 아니라, 보상의무를 다른 보험자로 전가시키는 문제적 개정안"이라며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보험사 '셀프 심사' 논란...전문성 무시, 비전문가 판단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해관계 당사자인 보험사가 8주 시점에 지급보증 중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병협은 "보험사가 어떠한 기준도 없이 지급중단을 결정할 수 있어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며 "보험사의 '셀프 심사'로 의료의 전문성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제조정분과위원회 위원 구성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 전문가 집단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고, 지급중단 이의제기 관련 모든 회의에 의사와 한의사가 동수로 참여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경상환자 4주 이상 치료 시 진단서 의무화' 도입 시에도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되면서 진단서 비용 부담의 주체 문제, 상해등급 산정 문제(진단서 상의 진단명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가 임의로 등급 판단) 등이 발생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현장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대한한방병원협회가 11일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미지=챗GPT]
◆의료기관·환자 이중고...치료권 침해·행정부담 가중, 이의제기 절차도 불투명
개정안은 환자의 치료권 침해와 의료기관 부담 가중을 동시에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지급 중단 통지서를 보험사가 '의료기관에만' 보내도록 되어 있어, 결국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지급 중지를 통보해야 하는 구조다.
이 부회장은 "지급중지에 따른 환자의 이의제기나 이의절차에 대한 민원은 오롯이 의료기관에서 감당해야 한다"며 "환자 치료에만 전념해야 할 의료기관이 환자와 보험사 간의 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교통사고상해일로부터 7주 이내에 환자가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상해정도 및 치료경과, 사고충격으로 인한 상해 위험 수준) 작성에 의료기관이 관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병협은 "이미 경상환자 4주 초과 치료 시 진단서 발급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는데,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문서 발행을 강요함으로써 직업 수행 및 치료 권리를 침해한다"며 "서류 발급비용 부담 주체에 대한 명시도 없어 의료기관-환자 간 분쟁 소지를 남겨둔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알 권리와 이의제기 권리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환자용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의사 통지서 및 지급의사 중지서에 대한 서식이 없어 보험사 직원마다 각자 유리하게 안내할 가능성이 있고, 이의신청 절차도 애매한 문구로 쓰여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병협은 "환자가 지급중지 통지에 대한 이의제기를 원할 때 보험사에만 요청하도록 되어 있어 소비자의 주체적인 의사표현이 제한된다"며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직접 이의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고, 보험사에서 이 방법을 의무적으로 환자에게 상세히 안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대한한방병원협회가 11일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환자의 치료권 침해와 의료기관 부담 가중을 동시에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챗GPT]
◆제도적 결함 심각...건보공단 부담 전가·상위법 충돌, 지급 공백기간 발생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자동차 사고 보상의무를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가시킨다는 점이다. 한병협은 "국민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관련 부처와 충분한 협의가 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환자의 8주 이후 치료비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인지, 환자 전액 본인부담인지 여부도 모호한 상황이다. "만일 건강보험 급여라면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과 우선 협의가 돼야 할 사안임에도 진료비 청구 및 심사평가 절차에 대한 협의가 일체 없어 심각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개정안에 따른 절차를 모두 완료하고 공제회 결론이 나는 시기는 현실적으로 8주를 초과하게 되는데, 그 기간의 진료비에 대해 의료기관은 청구처가 모호해지고 의료기관과 환자 간 분쟁도 초래된다는 것이 협회 측 분석이다.
협회는 개정안이 상위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자배법에는 '교통사고로 인해 기왕증이 악화된 경우'도 자동차보험으로 보상하도록 되어 있으나, 개정안은 사고상해에 대해서만 판단해 지급여부를 결정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환자가 약정한 보험 보상을 온전히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상해등급은 전문가에 의해 객관적으로 판정돼야 하고, 자배법에 따라 상해등급과 기왕증 악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범위를 결정해야 하는데, 개정안은 자배법의 대전제를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한병협 보험위원회는 ▲지급중지 통보 및 공제회 결론이 비전문가에 의해 도출될 가능성 ▲8주 초과 진료분에 대한 진료비 지급 주체 및 심사 문제 ▲상위법과 충돌되어 운영될 가능성 ▲보험사의 지급보증 중지로 인한 의료기관과 환자와의 분쟁 초래 ▲당사자인 환자에게는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 ▲이의제기 기회가 환자에게 온전히 주어지지 못할 가능성 ▲진료비 지급 주체가 모호한 공백기간 발생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부담 과중 등 8가지 핵심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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