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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상장사들이 같은 날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가 사라지는 등 주주총회에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지난 24일 주총 분산 개최 의무화와 주총 소집시 사업 보고서 제공 및 소집기간을 한 달로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분산 개최 의무화는 주주총회가 특정 기간에 집중 개최되다 보니 주주들의 의결관 행사나 안건 분석이 쉽지 않다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2018년에서 2019년 정기주총시 공시 인센티브와 집중개최 사유 공시 등을 통해 분산을 유도했으나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앞으로는 특정 날짜나 주간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기업의 수를 정한 후, 선착순으로 일정을 배분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관련 규정이 신설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더밸류뉴스]

아울러 주주들이 안건 분석을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주주총회 소집기간도 주총 전 2주에서 4주로 연장한다. 


금융위는 기업이 주총 소집 통지 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함께 제공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주총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현재 대부분 상장사들은 사업보고서를 제출 기한인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가 임박한 3월 말~4월 초에 집중적으로 내고 있다. 


소집기간 연장과 사업보고서 첨부 의무화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12월 결산 상장사의 정기주총이 이르면 내년부터 5~6월로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감사 후보자에 대한 제공 정보의 양과 질을 개선해 해당 후보의 전체 경력 기술을 의무화하고 체납 사실·부실기업의 경영진 여부 등을 임의로 생략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특히 후보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의 독립적 직무 수행계획서와 이사회 설명 및 추천사유를 적시, 후보자의 자필서명과 함께 제출해 정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주주총회 소집통지 참고서류에는 전년도에 실제로 이사에게 지급된 보수 총액을 포함해 공시해야 한다. 


주총 참여자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상장회사가 증권회사로부터 주주의 이메일 주소를 제공받아 주주총회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고, 투표율 제고나 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이 없도록 사회통념에 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인센티브를 허용키로 했다. 


상법 개정을 통해 공인인증서가 아닌 휴대폰이나 신용카드 등 대체적 인증수단을 통해서도 전자투표가 가능해지며, 해외 거주자의 경우 ID와 비밀번호를 이요한 인증도 할 수 있게 된다. 


공투표를 줄이기 위해 인증 의결권 행사 기준일도 주총 전 90일 이내에서 60일 이내로 단축한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발표에 상장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우선 주총 날짜 선착순 배분과 주총 참여자 인센티브 허용의 경우 ‘주총꾼’을 늘리고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주총 참여 독려 이메일을 보낸다고 해도 주주들이 이를 확인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일반 직장인들은 업무시간에 주총이 열리기 때문에 애초에 참가가 쉽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주총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의결 정족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게 상장사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지난해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는 이른바 섀도보팅이 일몰로 폐지되면서  올해 초 상당수 기업들이 '출석 주주 과반 찬성, 발행주식 총수 25% 찬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안건 부결 사태를 밪았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주총을 연 1994개 상장사 중 183개사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주요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3%룰’도 상장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배주주 의결권은 대폭 축소된 반면 나머지 주주들의 참석을 이끌어낼 뾰족한 방법은 없다 보니 상장사협의회는 내년 주총 안건이 부결되는 상장사가 230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정족수 완화를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2017년 11월 권선동·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결 정족수 완화 안건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1년5개월 넘도록 계류된 상태다.


안창국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5월 중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법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과제부터 신속히 추진하고, 올해 중 자본시장법 개정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금융위의 개선안을 두고 “무조건 많은 주주가 출석하거나 의사를 표현하는 게 바람직한 주총 운영 방향이라는 전제가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shs@buffett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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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28 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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