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연간 6억개씩 팔리며 국민 간식으로 등극했다.
12일 제과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초코파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한 920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점유율은 67%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약 1억명의 베트남 국민 한 명이 지난 한 해 동안 초코파이를 6개씩 먹은 셈이다.
◆ 한국 초코파이와는 다른 배합 적용
오리온 초코파이가 이같은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 1995년 베트남에 첫 선을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24년전의 일이다.
초기의 오리온 초코파이는 고전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베트남에서 초콜릿은 변질이 쉬워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오리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이 결과 오리온은 베트남 초코파이에는 한국의 초코파이와는 다른 배합을 적용했다. 고온에서 잘 견딜 수 있는 내열성이 강한 유지를 사용하고, 수분 유지를 위해 기능성 올리고당을 배합했다.
초콜릿 결정을 안정시키는 냉각공정과 숙성공정도 강화했다. 베트남 초코파이는 고온의 기후에서 안정적으로 품질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온도로 2단계의 숙성공정을 거친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가 1단계 숙성공정을 거쳐 제품이 완성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 결과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유통 중 변질되지 않고 제품이 진열돼도 초콜릿이 포장지에 늘어 붙지 않고 입안에서 잘 녹는다.
◆ 베트남, 경제 성장으로 음식료 소비 증가
베트남 시장은 한국의 음식료, 유통 기업에게 매력적이다.
베트남 제과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10.5%씩 성장하고 있다. 독일의 리서치 회사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 제과시장은 지난해 11억8000달러(한화 1조3000억원)로 향후 5년간 연평균 5.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구조 측면에서는 베트남의 청년층(10세~44세) 인구는 전체 인구 수의 57.1%에 달하며 청소년층과 청년층의 비중이 높은 젊은 시장이다. 한국과 중국의 청년층은 각 나라의 전체 인구수 대비 각각 45.5%, 48.5%이다.
최근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당 GDP가 평균치보다 2.5배, 1.5배이상 높은 호치민과 하노이 지역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전파되고 있다. 이 지역들에서는 고급화된 상품의 소비가 이루어지고 유통 채널도 현대화되며 편의점, 할인점 등의 침투율이 타 도시 대비 높은 편이다.
◆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실적UP
오리온을 비롯해 이미 베트남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음∙식료품목은 분유(롯데푸드), 제과(오리온), 기초소재(대상), 가공 식품(CJ제일제당), 라면(농심), 소주(하이트진로) 등이며 유통업종은 편의점, 할인점, 면세점 채널이다.
올해 1~3월 합산 분유 수출금액의 경우, 주요 타겟 시장인 중국향 금액이 120만달러였다. 베트남향이 39만달러로 중국에 견줄만한 매출 성장이 돋보인다. 비중뿐만 아니라 성장성 측면에서도 전년비 122.4% 성장했다.
분유 외에도 라면, 소주, 가공식품에서도 소비시장으로서 베트남의 입지가 상승하고 있다. 유통업종에서도 최근 GS리테일(편의점)과 롯데쇼핑(할인점)이 베트남 현지 점포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10년내 각각 2000개, 30개의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다.
김도진 에셋디자인 투자자문 대표는 "베트남 시장의 성장으로 향후 중국을 대체할 만한 성장동력이 확보되고 있다"며 "베트남의 소비자 특성과 기후에 맞는 현지화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