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 농사로 회사를 일군 농민주주들이 A사모펀드 계열 투자자에게 경영권을 넘긴 뒤 보유주식의 절반을 대가 없이 잃을 처지에 놓였다.
계약서에 근거한 조치라는 투자자 측 주장과 경영에서 배제된 농민에게 실적 부진의 책임을 떠넘겼다는 기존 주주들의 주장이 맞서면서, 투자계약의 실질적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분쟁의 대상은 경기도 용인 소재 농업회사법인 군자농원이다. 2021년 닥터애그는 군자농원이 발행한 신주 16만주를 80억원에 인수해 지분 80%와 경영권을 확보했다. 거래 당시 평가된 군자농원의 기업가치는 약 100억원이었다.
창업주 이군자 씨와 영농조합법인 원삼포레스트 등 기존 농민주주들은 투자금과 전문 경영역량이 투입되면 회사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기대했던 성과 대신 자신들의 지분가치가 사실상 ‘0원’으로 처리될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 경영권 넘겼는데 실적 미달 책임은 농민주주 몫
[이미지=닥터애그 홈페이지]논란의 핵심은 2021년 체결된 주주간계약의 무상감자 조항이다. 계약에는 일정 기간 군자농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21억원에 미달할 경우 기존 농민주주 보유지분의 최대 50%를 무상으로 감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주주들은 이 조항이 적용되는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한다. 닥터애그가 지분 80%와 경영권을 확보한 뒤 이사회 구성과 자금집행, 시설투자, 인력 운용 및 영업전략을 사실상 결정했는데도 목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책임은 경영에서 물러난 농민주주의 지분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2025년 8월 주주간계약에 근거해 닥터애그에 보유주식 양수를 요구했다. 반면 닥터애그는 EBITDA가 약정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무상감자를 요구했다.
이후 군자농원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는 이씨가 보유한 8600주와 원삼포레스트 소유 2000주 등 총 1만600주를 주당 0원에 소각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회사와 사업은 그대로 존속하고 대주주의 경영권도 유지되는 가운데 창업 농민주주의 주식만 무상 소각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 차입금은 빼고 투자자산은 제대로 반영 안 했나
주식가치를 산정하는 방식도 쟁점이다. 계약상 주식가치는 EBITDA에 일정 배수를 적용해 산출한 기업가치에서 금융부채와 현금성 자산 등을 반영해 계산하는 구조로 전해졌다.
농민주주 측은 투자 이후 군자농원의 차입금이 증가했으며, 상당 부분이 시설과 기계장치 등에 투입됐다고 주장한다. 주식가치를 계산할 때 차입금은 즉시 차감하면서 그 차입금으로 조성한 건설 중 자산과 시설가치는 충분히 반영하지 않을 경우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가상각 대상이 아닌 건설 중 자산이 가치평가에서 빠지거나, 시설투자 효과가 실적에 나타나기 전 금융부채만 반영된다면 산식 자체가 농민주주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농민주주들은 외부 회계법인이나 독립 전문가의 검증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검증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닥터애그 측은 무상감자와 실적 조건이 당사자들이 체결한 주주간계약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는 입장이다. 원삼포레스트 측이 계약상 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채 거액의 주식양도대금을 청구하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상대방이 계약상 책임을 인정한다면 합리적인 범위에서 합의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 계약서에 서명했다면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하나
농민주주와 대형 투자자 간의 ‘0원 무상감자’ 논란을 나타낸 이미지 [일러스트=더밸류뉴스 | AI 생성]
농민주주들이 제기한 무상감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그러나 가처분 결정은 긴급하게 감자를 중단시킬 필요성이 있는지를 판단한 임시적 절차다. 계약 조항의 최종적인 유효성과 경영실적 미달의 책임, 주식양수대금 산정의 적정성 등은 본안소송에서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계약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쪽은 자본과 법률·회계·투자 전문가를 보유한 전문 투자자이고, 다른 한쪽은 평생 농업과 현장 경영에 종사해 온 농민주주이기 때문이다.
EBITDA와 무상감자, 주식매수청구권 및 기업가치 산정식이 결합된 계약의 위험을 농민주주들이 충분히 이해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형식적 사실과 자신의 주식이 아무런 대가 없이 소각될 수 있다는 경제적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협상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군자 씨는 “대형 투자회사와 맞설 자금도 조직도 전문인력도 없다”며 “본안소송을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같은 피해를 겪는 농민이나 영세 창업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군자농원 분쟁은 투자계약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호돼야 하는지를 묻는다. 경영권과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주체와 실적 부진의 경제적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가 달라질 수 있는 계약이 과연 공정한가하는 것도 문제다.
결국 이번 분쟁은 계약 당사자라는 형식만으로 대형 사모펀드와 농민주주를 대등한 위치에 놓을 수 있는지와 주식매수청구권 등 각종 옵션 가격 산정의 공정성과 무상감자 권리의 행사 기한, 소송 도중 이뤄진 주주총회 결의의 적법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