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대표이사 최현규)가 기존의 장기적이고 꾸준한 성장을 중시하던 우보천리(牛步千里)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이고 빠른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윤동한 회장이 추진해온 R&D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한 유기적 성장 기조는 윤상현 부회장의 외형 확장과 신사업 발굴에 든든한 토대가 됐다. 이는 북미와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화장품 ODM 사업의 선도기업으로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국콜마는 제약·바이오, 패키징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비 위축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K-뷰티'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한국콜마의 실적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발판으로 한국콜마가 국내를 넘어 미국, 나아가 전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업계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K-뷰티' 호황 힘입어 실적↑생산↑...글로벌 ODM 강자 '성큼'
한국콜마는 'K-뷰티' 열풍과 한국법인의 실적 강세에 힘입어 3분기에도 우수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콜마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예상 매출액은 6445억원, 영업이익은 657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25%, 112% 증가한 수치다. 주력 제품인 썬(SUN)제품이 녹색기술제품 인증을 받으며 미국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 한국 OEM사 전반적으로 클렌징 제품류의 미국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이 호성적 기대감의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한국콜마가 생산성 개선과 시장 수요의 증가로 3분기에 최상의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10일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비 공급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산업은 호황 국면"이라며 "(한국콜마의) 선크림 시장 내 독보적 시장 점유율과 생산효율 개선 노력이 빛을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지난 2분기 썬제품 실적 호조 및 해외 수출 물량 확대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6603억원, 영업이익은 71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0%, 29% 증가한 호실적이었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미주와 유럽, 중동 등에서 K-뷰티의 수요가 높아지며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된 점이 긍정적이다.
◆'탈中' 위해 美 제2공장 짓고 글로벌 확장 시동…미국 총괄회사에 540억 채무보증
코로나 이후 크게 위축된 중국 수출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한국콜마는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 지주회사격인 '콜마 래보래토리즈'를 적극 지원해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미국 사업 총괄 회사인 '콜마 래보래토리즈'의 채무 약 540억원에 대해 보증을 서기로 결정했다. 자기자본의 3.8% 수준으로, 지난 7일부터 내년 10월 21일까지 채무가 보증된다. 채권자는 '미국 소재 KEB하나뉴욕파이낸셜', '우리은행 아메리카'다.
이번 채무보증은 지난 몇년간 지속적으로 수출 규모가 떨어진 중국에서 벗어나 북미로 뻗어나가기 위한 초석으로 해석된다. 이는 한국콜마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화장품 제조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실제로 한국콜마는 미국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7월 핵심 인사를 콜마 래보래토리즈에 선임하기도 했다. 콜마 래보래토리즈는 지난 2016년 한국콜마가 미국 화장품 제조회사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 해외 화장품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통해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더구나 이번 건은 한국콜마가 보유 중인 채무보증 리스트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그간 이뤄진 채무보증은 신한은행 아메리카 약 40억원, 140억3500만원, DBS Bank 266억6600만원, 하나뉴욕파이낸셜 약 400억원 등 대체로 400억원 이하 규모였다. 현재 한국콜마가 미국 시장 공략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콜마는 미국 제2공장을 새로 짓고 생산 역량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건설 중인 제2공장은 색조 화장품을 주로 생산하는 1공장과 달리 기초 화장품을 주력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에 위치한 ‘세종공장’의 품질시스템을 이식한다.
세종공장은 전 세계 콜마 생산기지의 헤드쿼터로 국내외 900여개 고객사의 제품을 생산한다. 현재 생산 능력이 4억5000만개인데, 올해 하반기 신규공장 준공을 통해 추가로 2억2000만개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총 6억7000만개의 생산력을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가동률도 뛰어난 편이다. 지난해 세종공장의 실적이 포함된 한국콜마 국내법인의 평균 가동률은 96.6%로 높은 수준에 속한다. 생산실적은 3억6039만개로 한국콜마의 글로벌 공장 중 생산실적이 가장 높은 중국 '무석'(8870만개)과도 차이가 크다. 한국콜마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미국 제2공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상현 부회장, M&A로 몸집 불리고 실적으로 증명...K뷰티 선도 기대감 ↑
윤상현 부회장은 지난 2009년 한국콜마 합류 이후, M&A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발휘하며 기업의 외형 확장을 주도해왔다. 특히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1조3100억원 인수, 2022년 연우 인수, 그리고 '콜마' 브랜드 글로벌 상표권 확보 등 굵직한 성과를 이뤄냈다.
"K뷰티의 혁신과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윤 부회장의 이 발언은 한국콜마의 미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그의 경영 전략은 크게 △M&A를 통한 외형 확장과 시너지 창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R&D 투자를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 △제약·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구축이다.
윤동한 회장의 '우보천리(牛步千里)' 철학과 달리, 윤상현 부회장은 보다 공격적이고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국콜마를 글로벌 톱티어 ODM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향후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마존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K-뷰티의 글로벌 확산, 현지화된 생산 기지 구축, 그리고 지속적인 R&D 투자와 신성장동력 발굴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