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대표이사 박재현)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은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중 베일에 가려져있던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5275'의 임상 상황을 공개했다. 세계적인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단점이었던 근감소 부분을 해소하고 근육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작용 기전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항암제도 유럽종양학회(ESMO)와 세계약물연구학회(ISSX) 등 국제 학회에서 잇따라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R&D 투자를 늘려 항암제 파이프라인 강화, 새로운 점안액 출시 등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매출 7818억원...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기대↑
한미약품의 2분기 실적은 매우 고무적이다. 연결 기준 매출액 3781억원, 영업이익 58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0.3%, 75.3%, 증가한 호실적이다. 상반기 누적 실적으로는 연결 기준 매출액 7818억원, 영업이익 1348억원으로, 이 역시 전년동기대비 성장했다(11.1%, 44.8%). 상반기의 페이스를 하반기에도 유지한다면 올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제 '로수젯'이 상반기 누적 처방액 1000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을 주도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패밀리'의 2분기 매출이 362억원을 달성하는 등 주요 제품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국내제품명: 롤론티스)의 원료의약품 공정과정 개선을 통해 공급 안정성 개선과 비용 절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의 R&D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989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활용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수치다. 이는 매출액 대비 12.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미약품이 R&D 중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암·비만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국제학회서 연이은 성과
한미약품은 최근 여러 국제학회에서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지시간 기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여기서 한미약품은 개발 중인 'EZH1/2 이중저해제(HM97662)'의 임상 내용들을 발표했다. EZH 단백질은 세포 내 특정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해 세포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 '유전자 조절 스위치'라고도 불린다.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 복합체인 '폴리콤 억제 복합체 2(PRC2)'의 핵심 요소이기도 한 EZH1과 EZH2를 동시에 제어할 경우, PRC2 기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해 잠재적인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두 단백질의 이중 저해제 잠재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미국 호놀룰루에서 열린 세계약물연구학회(ISSX)에서는 HM97662에 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포스터에 담아 발표하기도 했다. 임상 초회 용량에서 약동학 프로파일과 비교했을 때 높은 예측력을 확인한 결과를 이 학회에서 공개했는데, 한미약품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도출된 약동학과 약력학 프로파일의 상관관계를 활용한 전이적 접근을 통해 임상 효력 용량 및 효능 결과를 보다 정교하게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항암제뿐만 아니라 비만치료제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3년까지는 약 170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JP모건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평균 50%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약품은 H.O.P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그 중 에페글레나타이드(인크레틴 계열의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현재 국내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으며,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최초의 장기 지속형 GLP-1 비만 치료 신약이다.
지난 6월 미국당뇨학회(ADA)에서 첫 선을 보인 HM15275는 GLP-1, GIP, GCG 세 가지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한 삼중작용제로, 기존 인크레틴 기반 비만치료제와 차별화된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다. 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 외에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인 근육 손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또한 비만 관련 동반질환 모델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 다양한 합병증 개선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며, 오는 11월 미국비만학회에서 후속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한미약품의 현재, R&D 집중과 사업 다각화...미래 성장동력 확보 나서
이처럼 한미약품은 R&D 투자를 강화해나가면서 독자적인 기술 플랫폼으로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해가고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와 항암제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제품들을 보유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 북경한미약품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 재무적 부담 등이 주요 도전 과제로 꼽힌다. 또한 일부 경쟁사들에 비해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 등 헬스케어 분야로의 사업 확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관련 임시 주주총회 개최 시일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연합한 '3자 연합'이 신규 이사 2인 추가 방안을 제시, 임종윤·종훈 형제 측과 이사진 비율을 맞추겠다는 계획을 반영하고 있다. 추가 선임을 요청하는 이사 2인은 기타비상무이사에 신동국 회장, 사내이사에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이다. 3자 연합은 지난 4일 임시주초 소집 재청구에 답을 얻지 못해 법원 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이러한 경영권 분쟁은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과 R&D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영권 안정화를 통해 R&D 중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헬스케어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도 필요해 보인다. 한미약품은 최근 일회용 무방부제 점안액 '눈앤쿨'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