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을 깨고 50bp(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이번 금리 인하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급증과 부동산 시장 과열을 고려해야 하므로, 섣부른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물가 상승 위험이 완화된 반면, 고용 시장 둔화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 시장이 냉각되고 있으며, 실업률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올해 말까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었으며, 새로 발표된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4.375%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과 내수 경기 부진을 고려해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8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 시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은행권 가계대출은 8월 사상 최대 폭을 기록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70조8388억원으로, 8월 말(568조6616억원)보다 2조1772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리스크와 성장 흐름을 기준금리 인하 결정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 2.00%p로 역대 최대였던 한·미 간 금리 격차가 1.50%p로 좁혀지며 금리차에 따른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외국인 자금 유출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더 수월해진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급등하는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가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간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매매가격동향은 대출규제 등으로 매물소진 속도는 감소했으나, 선호지역 신축,대단지 위주로 매매수요가 견조한 수준을 보이며 상승세를 견인하며 전달 대비 0.6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만약 부동산 과열이 꺾이지 않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의 '빅컷'으로 한은은 더욱 금리 인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금융안정과 경기 회복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