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섭 다이닝브랜즈그룹 대표가 '분쟁의 bhc'를 '브랜드 회사'로 바꾸는 시험대에서 숫자로 반전을 만들었다. 2023년 12월 전임 경영진의 갑작스러운 퇴진 뒤 구원투수로 취임한 그는 사명을 바꾸고 준법경영실과 가맹점 자율분쟁조정협의회를 세웠다. 취임 첫해인 2024년 bhc 매출액은 뒷걸음쳤지만 지난해 치킨 브랜드 최초로 6000억원을 넘어섰다. 스타벅스코리아에서 매출액 2조원 시대를 열었던 글로벌 브랜드 마케터가 본업 회복을 넘어 해외 적자와 사모펀드 고배당 구조까지 풀어낼지가 경영 3년 차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 송호섭 대표는…
△1970년 1월 대전 출생(56)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경영학과 졸업(1992) △나이키 아·태 마케팅 이사(1999) △나이키코리아 마케팅 이사(2001) △로레알코리아 랑콤 브랜드매니저(2004) △한국존슨 영업이사(2006) △더블에이코리아 대표(2010) △스페셜라이즈드코리아 대표(2014) △언더아머코리아 대표(2016)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전략운영담당 상무(2018. 10)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이사(2019. 3) △bhc 대표이사(2023. 12~현재)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 대표이사(2024. 4~현재)
◆ 취임 첫해 역성장 딛고 bhc 매출 6000억…그룹 매출 1조1386억 달성
bhc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송 대표의 첫해 성적표는 외형과 수익성이 엇갈렸다. bhc 운영법인 다이닝브랜즈그룹의 2024년 별도 매출액은 5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6년 만의 역성장이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1338억원으로 11.2%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22.5%에서 26.1%로 높아졌다. 회사는 매출에서 차감되는 할인 프로모션 비용이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영향을 들었다. 2023년 12월 주요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린 효과와 비용 절감도 이익 개선에 작용했다. 매출 감소 속 마진 확대라는 점에서 소비자·가맹점의 체감과 본사 실적 사이 간극을 남겼다.
두 번째 해에는 외형도 되살아났다. 2025년 별도 매출액은 6147억원으로 19.9%, 영업이익은 1645억원으로 23.0%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6.8%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높다. '콰삭킹'은 출시 약 1년 만에 700만개, '스윗칠리킹'은 3개월 만에 100만개가 팔렸고 가맹점 연평균 매출도 20% 이상 늘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아웃백·창고43 등을 포함한 연결 성적도 개선됐다. 감사보고서 및 공시 기준 2025년 연결 매출액은 1조1386억원, 영업이익은 1581억원, 순이익은 73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8%, 15.1%, 19.6% 증가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매출원가율이 47.8%에서 50.1%로 높아졌지만 판관비 증가율을 3.9%로 묶어 방어했다.
취임 2년 만에 본업과 그룹 실적을 함께 성장 궤도로 돌렸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다만 별도 순이익 2014억원에는 자회사 배당수익이 포함돼 있어, 실제 사업 경쟁력은 연결 순이익 733억원을 함께 봐야 한다. 회사 측은 별도 순이익 중 자회사 배당수익의 세부 규모에 대해 대외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 신메뉴 발굴과 비용 효율화…'슈퍼두퍼' 철수를 통한 과감한 선택과 집중
bhc 콰삭킹. [사진=bhc]
송 대표의 처방은 '히트 메뉴 발굴'과 '선택과 집중'이다. 기존 대표 메뉴 외에 콰삭킹, 스윗칠리킹 등 신제품 라인업을 강화했고 전용 공장, 자체 물류센터, 통합 구매를 활용해 원가 부담을 효율적으로 흡수했다. 이에 따라 그룹 연결 판매촉진비는 2024년 74억원에서 지난해 11억원으로 85% 줄었고 지급수수료도 감소했다.
사업성이 부족한 영역은 신속히 정돈했다. 2022년 국내에 도입한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는 낮은 인지도와 높은 가격 부담을 넘지 못하자 지난해 철수를 결정했다. 성과가 검증된 bhc, 아웃백, 창고43 등 핵심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 재배치하는 수익성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고 아웃백의 복합몰 이전 및 매장 리뉴얼, 창고43의 프리미엄 한우 다이닝 재정립 등 브랜드별 맞춤 전략을 추진 중이다.
◆ 해외 9개국 50개점 확장…손익 안정화·지주사 배당 정책 향방은
송 대표가 그리는 다음 성장축은 해외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6년 8월 현재 해외 오픈 매장 수는 미국·캐나다·홍콩·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대만 등을 포함해 총 9개국 50개점이며, 이 중 미국 매장은 10개점이다. 마스터프랜차이즈와 상권별 매장 포맷을 병행해 자본 부담을 낮춘 확장 방식이다. 캐나다에서 성장한 송 대표의 현지 이해와 글로벌 브랜드 경험이 가장 직접적으로 쓰이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만 해외 법인 손익 측면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감사보고서 공시 기준 2025년 미국·캐나다·홍콩 3개 법인의 합산 순손실은 34억9700만원을 기록했으며,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 법인에 47억9000만원을 추가 출자했다. 회사 측은 "현재 해외 진출은 초기 투자 단계로 여러 국가에서 사업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 있다"며 "해외 사업의 조속한 안정화를 위해 현지 파트너 발굴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현지 가맹 매장은 손익 측면에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구체적 손익분기 목표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지배구조와 현금 배분 역시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은 2025년 순이익 2014억원 중 1410억원을 지주회사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에 배당했다.
송 대표는 2024년 4월 1일부터 GGS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핵심 법인의 장기차입금 700억원을 전액 갚아 부채비율을 56.2%에서 27.8%로 낮춘 점은 성과지만, 배당금의 구체적 용도와 향후 현금 배분 원칙에 대해서는 회사 측은 "배당금 사용처, 차입금 상환 및 투자 계획 등은 지주회사인 GGS 이사회 의결 사안으로 다이닝브랜즈그룹 차원에서 답변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GGS는 다이닝브랜즈그룹(주), 아웃백코리아, 부자되세요 등 계열사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회사다. 2025년 말 계류 소송은 원·피고 합산 7건, 소송가액 192억원이다. 높은 영업이익률만큼 투명한 현금 사용 원칙을 제시하는 일이 송 대표의 지배구조 리더십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다.
◆ 캐나다 유학파 브랜드 마케터…'고객을 팬으로' 만들되 신뢰가 먼저
송호섭 bhc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5 다이닝브랜즈그룹 bhc 프랜차이즈 어워드’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사진=다이닝브랜즈그룹]
송 대표는 1970년 1월 대전에서 태어나 캐나다 쏜리아고와 웨스턴온타리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나이키 아시아태평양·나이키코리아, 로레알코리아, 한국존슨을 거쳐 더블에이·스페셜라이즈드·언더아머코리아 대표를 맡았다. 한 회사에서 성장한 내부형 CEO가 아니라 스포츠·화장품·생활용품·식음료를 넘나든 '브랜드 전문경영인'이다. 영어 이름 'DAVID SONG'을 사용하는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북미 소비자의 식문화와 글로벌 본사의 의사결정 방식을 동시에 이해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의 경영관은 스타벅스 시절 한 말에 압축된다. '고객이 팬이 되면 성장은 따라온다.' 2019~2022년 스타벅스코리아를 이끌며 매출을 1조8695억원에서 2조5939억원으로 키웠고, 코로나19 때 배달·비대면 주문과 굿즈 마케팅을 밀었다. bhc에서도 신메뉴, 모델 교체, 해외 현지화를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묶는 방식은 같다. 내부에서는 소통을 중시하고 가맹점 간담회를 정례화하면서 전임 경영진과 달라진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