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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탐구] ㊻CJ그룹, '문화'를 새 먹거리로 '실험' 나선 재계 13위...쿠팡·넷플릭스 도전 변수

- 재계 24위(2003)→13위(2023) 점프...이재현 회장의 '2020 그레이트 CJ' 계기

- '유통 공룡' 쿠팡, 'OTT공룡' 넷플릭스 도전 해법 관심↑

  • 기사등록 2024-02-25 17: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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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정희민 기자]

한국 재계를 구성하는 대기업집단 80여곳을 들여다보면 삼성, SK, 현대차를 필두로 하는 상속 기반(inherited based)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약 70%) 이들은 선대로부터 이어져 오는 주력 사업을 자발적으로 바꾸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대기업집단의 나머지 30%는 미래에셋을 선두로 하는 창업 기반(self-made based)과 포스코로 대표되는 공기업 기반(public based)으로 구성돼 있다)


상속 기반의 대기업집단은 왜 주력 사업을 좀체 바꾸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사업이 잘 되고 있는 데 굳이 바꿀 동기가 부족하고, 사업을 새로 시작해 성공하기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CJ그룹(회장 이재현)은 실험적인 도전에 나서고 있는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CJ그룹은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문화(culture)'라는 소프트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CJ그룹이 창업 기반(self-made based)이 아니라 상속 기반의 대기업집단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을 수 밖에 없지만 향후 성과가 기대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24위(2003)→13위(2023), 10년만에 11단계↑ 


CJ그룹은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13위를 기록하며 전년비 순위를 유지했다. 그룹 전체 매출액 30조2760억원, 순이익 704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5.66%, 23.11% 증가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는 CJ제일제당, CJ ENM, CJ대한통운, CJ프레시웨이(이상 상장사), CJ올리브영, CJ올리브네트웍스(이상 비상장사) 등 76개로 전년비 9개 감소했다. 


CJ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CJ그룹의 대기업집단 순위는 차곡차곡 오르고 있다. 2003년만 해도 24위였지만 이후 20위(2004~2015), 19위(2016년), 15위(2017~2018)에 이어 2020년 13위에 올라 이후 이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10년만에 11단계 점프한 것이다. ㈜CJ의 최근 10년(2013~2023)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CAGR)은 8.24%에 이른다. 한국 경제 성장률(약 2%)을 훌쩍 웃돈다. 


CJ그룹이 이같은 성과를 낸 계기는 2010년 이재현 회장이 '2020 그레이트 CJ'를 비전으로 발표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는 CJ그룹의 사업군을 문화, 물류, 푸드의 3가지로 나누고 이 가운데 문화(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등)를 주력 사업으로 키워 2020년에 연매출액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자는 내용이었다.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아무도 문화(culture)를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 적이 없는 터라 당시 재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문화 사업이 최초·최고·차별화 등 원리원(only one) 정신에 부합하고, 제일제당의 창업 이념인 사업보국·인재제일·합리추구와 맞닿아 있으며,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0년 ㈜CJ의 매출액과 주요 연혁. K-IFRS 연결. [자료=금융감독원]

◆대한통운 인수해 사이즈 키워... 영화 '기생충' 4관왕 수상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우리는 이 비전의 결과를 알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CJ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30조원이고 영업이익은 1조원 안팎이다.


그렇지만 재계에서는 CJ그룹의 당시 비전에 여전히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대기업집단 가운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CJ가 만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CJ그룹이 문화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K-컬처를 꽃 피우게 했다"고 평가했다. CJ ENM이 후원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등 4관왕을 수상했고 또 다른 후원작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은 202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문화 사업 육성으로 CJ그룹의 사업부문별 매출액이 편중되지 않은 사업 구조를 갖게 됐다는 성과도 얻었다. CJ그룹의 계열사별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CJ제일제당(30조795억원)이 가장 많고 이어 CJ대한통운(12조1307억원), CJ ENM(4조7922억원), CJ올리브영(2조7477억원), CJ CGV(1조2813억원), CJ씨푸드(1527억원) 순이다(2022년 K-IFRS 연결 기준).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식품·생명공학이 가장 높고(49%), 이어 유통·물류·IT(CJ대한통운 등) 37%, 엔터·미디어(CJ ENM, CJ CGV 등) 14% 순이다. 사업 부문들이 균형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CJ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쿠팡 급성장, 코로나 19 등으로 전략 차질 


CJ그룹의 비전이 목표에 미달한 것은 내부 요인 보다는 외부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이 비전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비전 발표 1년이 지난 2011년 CJ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인수금액 약 2조원(주당 19만3500원. 지분 37.5%)으로 비싸게 샀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CJ대한통운은 CJ그룹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CJ제일제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가 됐다. 


그렇지만 2013년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되고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영화(CJ CGV)·엔터테인먼트(CJ ENM) 부문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CJ CGV는 2016년 튀르키예 현지 멀티플렉스 기업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는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 공룡' 쿠팡과 'OTT 공룡' 넷플릭스의 급성장도 CJ그룹에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쿠팡은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영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넷플릭스는 CJ ENM을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이 사건들은 비전 선언 당시에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CJ그룹은 이같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새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 2022년 이재현 회장이 발표한 '2030 월드베스트 CJ'가 그것이다.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자는 내용이다. 이를 추진하는 4대 성장 엔진으로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지속성(sustainability)을 제시하고 2025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되는 부문은 문화(12조원)로 여전히 문화를 최우선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보여주었다. CJ그룹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한국 재계 역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문화를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탄생하는 셈이다. 


올해 CJ그룹은 그간의 실적 부진을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기여도가 가장 큰 CJ제일제당이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고 CJ올리브영 신규 출점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CJ CGV는 지난해 4년만에 영업흑자 전환했다. 


◆장남 이선호는 제일제당, 장녀 이선후는 ENM 맡아  


CJ그룹은 1993년 7월 삼성에서 분리됐고 1996년 제일제당그룹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CJ그룹의 모태가 되는 CJ제일제당은 고(故) 이병철(1910~1987) 삼성 창업주가 1953년 8월 경남 부산시 부전동에 설립했다. 이병철 회장은 일본에서 설탕 공장 설계도를 넘겨 받아 한국에서 공장을 만들고 시운전을 했지만 처음에는 새까만 액체가 나와 애를 먹었다. 그렇지만 지나가던 용접공이 "무슨 사탕수수를 그리 많이 넣는 거요"라고 하자 원료 배합을 조절했고 새하얀 설탕이 쏟아져 나왔다. 이병철 회장은 회고록 '호암자전'에서 "제일제당의 대성공으로 나는 조선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1983년 시티은행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이병철 회장이 "장손이 외부 기업이 근무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러 들여 1985년 9월 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CJ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현황.

이재현 회장 장모는 '김치박사' 고(故) 김만조(1928~2017) 전 연세대 교수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 효시인 '햇김치'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 슬하의 이선호(장남) 이경후(장녀) 남매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리더)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다. 경영 후계 1순위로 꼽히고 있다. 2018년 10월 이다희 전 스카이TV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장녀 이경후 CJ ENM 리더(임원)는 CJ ENM의 브랜드 전략을 맡고 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역할을 넘겨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콜롬비아대 불문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 조리심리학 석사를 받았다. 이경후 리더 남편(이재현 회장 사위)은 정종환 CJ ENM 콘텐츠·글로벌사업총괄이다.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기술경영 학사와 석사를 받았고 2010년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했다. 


taemm071@buffett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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