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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56.넥슨그룹, 선점자 이점과 개발 능력으로 '게임 1위'...멀티플랫폼 도전

- 온라인 게임 태동기에 바람의 나라 등 히트시키며 1위 등극

- 김정주 창업주 유고에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사상 최대 실적

  • 기사등록 2024-04-10 22: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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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명학 기자]

불과 70년 전만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산업. 그렇지만 이제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3곳을 배출했고 향후에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 


게임 산업(game industry)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세계 최초 게임은 1961년 미국 MIT대학에 재학중이던 스티브 러셀(Stephen Russell)이 개발한 PC게임 '스페이스워'(Space war)였다. 이 게임에는 두 우주선이 나오며 게이머는 키보드를 조작해 미사일을 발사해 상대편 우주선을 맞추면 이기도록 구성돼 있다. 스티브 러셀은 이 것이 오늘날처럼 어마어마한 상업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특허도 내지 않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를 공개했다. 

 

이같은 게임 태동기에 선점자의 이점(first-mover advantage)을 누리며 국내 1위 게임사로 자리잡은 곳이 넥슨그룹(동일인 유정현)이다. 넥슨은 올해로 설립 30년을 맞았고 그간 개발한 게임들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최초', '최고', '최대' 타이틀을 달며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 샤오미 창업주 레이쥔이 언급한 "태풍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격언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넥슨그룹이 이같은 국내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장악에 나서면서 향후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그룹, 매출액 3.7조 사상 최대 


넥슨그룹은 지난해 초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43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4단계 하락했다. 매출액 3조7910억원, 순이익 1조1180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26.24% 증가했고 순이익은  79.62% 감소했다(이하 K-IFRS 연결). 지주사는 NXC이며 계열사는 넥슨게임즈(상장), 넥슨재팬, 넥슨코리아 등 18개이다.


[대기업집단 탐구] 56.넥슨그룹, 선점자 이점과 개발 능력으로 \ 게임 1위\ ...멀티플랫폼 도전넥슨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4년 3월 기준.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번 공정위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게임사는 넷마블(41위), 넥슨(43위), 크래프톤(69위)의 3곳이다. 이 가운데 넷마블이 외견상 1위이지만 게임 실적만을 기준으로 하면 넥슨이 1위이다. 넷마블 매출액의 절반 이상은 계열사 코웨이에서 창출하고 있다. 넥슨이 국내 최대 게임사인 셈이다.  


이번에 넥슨의 대기업집단 순위가 4단계 하락한 것은 넥슨이 못했다기보다는 다른 대기업집단이 더 잘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23년 기준 넥슨그룹 주요 법인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NXC 4억 8471억원, 넥슨재팬 3억7775억원, 넥슨코리아 2억 9599억원, 네오플 8813억원, 넥슨게임즈 1932억원순이다. 일본과 한국 부문 매출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넥슨의 최근 5년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하고 있다(29.22%). 이는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넥슨은 이같은 양호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비(非)게임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NXC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 계열사 NXMH B.V는 프리미엄 유아용품, 반려동물 사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탐구] 56.넥슨그룹, 선점자 이점과 개발 능력으로 \ 게임 1위\ ...멀티플랫폼 도전넥슨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3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넥슨그룹의 매출액 3조7910억원은 전년비 26.24% 증가한 사상 최대 기록이다. 넥슨재팬(일본법인)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4234억엔(약 3조7715억원), 영업이익 1347억엔(약 1조1999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9.71%, 23.59% 증가했다. '던전앤파이터'를 비롯한 기존의 게임이 양호한 실적을 냈고 '더 파이널스', 'HIT2' 등 신규 출시작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선점자의 이점 누리며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


지난 2008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던전앤파이터'는 넥슨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기준 던전앤파이터는 단일 타이틀만으로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 8억5000만명, 누적매출 180억달러(약 21조원)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흥행에 힘입어 성장한 'FC 온라인(舊 피파온라인)'과 'FC모바일', 출시 3년차에 일본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1위를 차지한 '블루 아카이브' 등 기존 모바일 및 PC 게임 실적도 양호했다.


[대기업집단 탐구] 56.넥슨그룹, 선점자 이점과 개발 능력으로 \ 게임 1위\ ...멀티플랫폼 도전최근 10년 NXC의 실적과 주요 연혁. K-IFRS 연결. 단위 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신규 출시작들의 흥행도 한 몫 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데이브 더 다이버'를 비롯해 '더 파이널스', '프라시아 전기' 등 신작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 게이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어내며 넥슨의 역대급 매출에 기여했다. 


넥슨이 국내 게임 1위로 올라선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무엇보다도 선점자의 이점 덕분이다. 


1989년의 어느 날, 일본 도쿄의 한 게임기 가게 앞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한 회사의 게임기를 사기 위해 모여들었다. 지금도 유명한 게임사 '닌텐도'의 게임기였다. 당시 일본 유학 중이던 고(故) 김정주(1968~2022) 넥슨 창업주는 이를 눈여겨봤다.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장면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닌텐도가 당대 게임업계를 호령했던 바탕에는 자국 내에서의 압도적인 지지와 인기가 있었음을 실감한 것이 더 컸다. 김정주 창업주는 한국에 돌아와 1994년 넥슨을 창업했는데, 이는 국내에 온라인 게임이 막 등장한 시점이었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 라는 당대의 히트작을 내놓으며 처음부터 게임 시장을 석권했다.  


시장 변화를 발 빠르게 읽어내는 순발력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며 휴대폰 시장 대세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자 넥슨은 여기에 맞춰 기존의 PC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반면 넥슨에 필적하던 N사는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제대로 읽지 못해 모바일 게임 전환을 게을리했고 이제 두 회사의 실적 간극은 바뀌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져 있다.

 

[대기업집단 탐구] 56.넥슨그룹, 선점자 이점과 개발 능력으로 \ 게임 1위\ ...멀티플랫폼 도전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최근 넥슨은 다시 한번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넥슨은 양대 성장 전략으로 '글로벌'과 '멀티플랫폼'을 선정했다. 그간 PC·모바일 기반에서 벗어나 콘솔 게임(console game) 시장을 공략하고, 아시아를 넘어 북미·유럽까지 공략한다는 것이다. 콘솔 게임이란 PC·비디오 게임용 기기와 게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TV, 모니터 화면에서 벌이는 게임을 말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데이브 더 다이버'는 PC뿐만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플랫폼을 통해서도 즐길 수 있게 됐고, 크로스플랫폼을 채택한 MMORPG '프라시아 전기', PC·콘솔 기반 FPS '더 파이널스' 등이 출시됐다. 세 타이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넥슨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데이브 더 다이버’는 국내 싱글 패키지 최초로 누적 판매 300만 장을 돌파하며 넥슨의 효자 상품으로 거듭났다. 또 게임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국내 최초로 ‘Must Play’ 타이틀을 획득했다.


◆김정주 창업주 유고로 지분 매각 진행, 입찰자 없어 난항


넥슨그룹은 고(故) 김정주 창업주가 2022년 타계하면서 지분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김정주 창업주는 2022년 2월 미국 하와이에서 요양하다 별세했다. 


넥슨그룹 지주사 NXC 지분율을 살펴보면 유정현(부인) 24.0%, 김정민(장녀), 16.8%, 김정윤(차녀) 16.8%을 포함해 김정주 일가 지분이 절반을 넘는다. 2대 주주는 기획재정부(29.3%)이다. 기획재정부가 2대 주주가 된 것은 김정주 창업주 유족측이 지난해 5월 정부에 NXC 지분을 상속세 명목으로 물납했기 때문이다. 

 

NXC지분 상속으로 김정민·정연 자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2024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각각 5,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이들 자매의 올해 순자산 가치를 각각 14억달러(1조9000억원)로 평가했다.


[대기업집단 탐구] 56.넥슨그룹, 선점자 이점과 개발 능력으로 \ 게임 1위\ ...멀티플랫폼 도전넥슨그룹 오너 가계도. [이미지=더밸류뉴스]

정부(기획재정부)는 NXC 지분 통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지분 매각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매각금액  4조원대에 이르는 데다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경영·의결권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족측이 자발적으로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지분 인수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지분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등이다. PIF는 넥슨재팬 4대주주(10.23%)이기도 하다. 

 

김정주 창업주 유고에도 넥슨그룹 경영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 중심의 조직 문화가 세팅됐기 때문이다. 넥슨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정헌 대표는 지난 2003년 넥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사업본부장, 사업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 2018년 넥슨코리아 대표에 취임했다. 개발자가 아님에도 넥슨코리아  대표로 있는 동안 매출액을 연평균 20%이상 늘리고 있다. 최근 넥슨재팬 대표이사로도 선임됐다


myung09225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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