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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4DX 문유, 세계 최초 '4차원 웹툰' 실험...아쉬운 스토리 - MZ세대 선호 ‘숏폼 콘텐츠’로 압축하려다 관객 공감↓
  • 기사등록 2022-10-06 14: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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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한나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4DX 문유’를 체험해봤다. 


‘4DX 문유’는 영화지만 ‘체험’한다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기자는 50분 동안 달 여행을 '실감나게' 즐겼다. '실감나게'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이유는 객석 의자가 움직이고 상영관에 바람이 몰아치는 등 글자 그대로 4DX(4차원) 상영관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CJ CGV에서 개봉하는 ‘4DX 문유’는 조석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 2016년부터 총 68화 분량으로 연재한 작품을 4DX로 재해석해 스크린에 옮겼다. 주인공 ‘문유’는 지구로 향하는 운석 ‘파이’를 막기 위해 달로 갔다가 귀환 소식을 듣지 못해 달에 홀로 남겨지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4DX 문유' 포스터. [이미지=CJ CGV]

◆객석 의자 붕 뜨고 바람 부는 4차원 감동


CGV가 '4DX 웹툰'의 첫선으로 ‘문유’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영화 제작진이 흥행을 위해 ‘보증수표’격인 대세 배우를 선택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4DX 문유’에서도 이러한 맥락이 작용했을지 궁금했다. CGV 관계자는 “스타 작가 조석의 작품이라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블라인드 테스트로 골랐는데 우연히 조석 작가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CGV는 웹툰 ‘문유’의 어떤 포인트를 보고 4DX와 결합시키고자 했을까. CGV는 ‘웹툰의 배경을 가장 실감나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점’이라고 전했다. CGV는 관객이 ‘달 여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였다. 스크린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연출해 기자는 상영 내내 문유가 된 기분이 들었다. 또 문유가 우주선을 타고 달로 이동할 때 몸이 붕 떠있는 느낌과 동시에 귀 옆에서 나오는 바람, 비상탈출용 캡슐 안에 있을 때와 캥거루에게 맞을 때 느껴지던 강한 진동은 생생함을 더했다. 이는 CGV만의 환경효과와 모션 체어(motion chair·움직이는 의자) 덕분이었다. 


‘4DX 문유’는 CGV가 웹툰과 4DX 어트랙션(관객 유입을 유도하는 짧은 시간 상영물)을 결합한 새 장르의 작품이다. 이 장르는 웹툰과 4DX 매니아층을 겨냥해 두 시장의 소비자를 영화관으로 초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윤현정 4DPLEX 총괄 프로듀서가 '4DX 문유'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CJ CGV]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었고, 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 4DX는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 유망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4DX 전문관을 가지고 있는 CGV는 두 개를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실험을 했다. 이는 CGV의 선구안에서 비롯된 과감한 시도로 보인다.


◆원작 서사 50분 압축하려다 '공감 실종'


다만 CGV는 내용 전달에 대해서는 기술만큼 고민하지 않은 듯 했다. 관객들에게 스토리를 전달하며 같이 호흡을 맞춰나가기보다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숏폼 콘텐츠’ 타이틀에 부응하기 위해 50분으로 압축하고자 노력한 티가 역력했다. 기자는 원작의 서사가 뭉텅 잘려나간 영화를 보며 ‘문유’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4DX 문유’는 화려한 기술이 버무려진 ‘원작을 정신없이 요약’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부족한 서사로 구성된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기에 급급해서 문유의 외로움과 고독감에 진실되게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머릿속에 이어지는 물음표들로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다.


'4DX 문유' 스틸컷. [이미지=CJ CGV]

50분을 함께 했지만 몰입되지 않는 문유에게 애정이 생기지 않는 것도 당연한 듯 보인다. 웹툰의 완결까지 함께 한 독자라면 영화를 보고 실망하지 않을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CGV 관계자는 “4DX 문유 개봉은 새 장르를 개척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품이 잘 돼야 다음 작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작사 입장에서 개봉과 흥행의 흐름은 당연한 기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흐름을 생각했다면 스토리 라인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관람객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그래서 작품에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서사에 더 긴 시간을 부여했어야 했다. 


‘4DX 문유’의 관람료는 9000원(주중 8000원)으로 저렴하다(4DX 평일 2만2000원, 주중 2만3000원). 이번에 CGV는 ‘4DX’와 ‘웹툰’, ‘최초’라는 요소로 관객들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작품성에 관객들이 등을 돌린다면 향후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처럼 OTT 플랫폼이 활성화된 산업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영화관에 그들을 다시 초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새 장르를 개척하기 위한 CGV의 도전에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4DX 문유'의 개봉일은 10월 12일이다.


hanna240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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