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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상속세를 많이 부과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복지국가로 소문난 스웨덴도 그런 사람들이 살았던 나라다. 상속세율을 70%로 높여서, 부자의 자녀들이 불로소득을 가져가는 세대승계를 막고, 국가의 세수 증대를 통하여 소득의 재분배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스웨덴 사람들의 이런 즐거운 상상의 과정을 숫자로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983년 상속세율 70%

1984년 제약 회사 Astra의 설립자의 미망인인 Sally Kistner 사망

2004년 배우자에게 적용되던 상속세율 0%

2005년 상속세율 및 증여세율 0%



Anders Ydstedt, Amanda Wollstad, “Ten years without the Swedish inheritance tax: Mourned by no one – missed by few” December 2015,[이미지=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홈페이지]

그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1983년에 스웨덴의 상속세율은 70%에 이르렀고,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적용되었다. 제약 회사 Astra의 설립자의 미망인인 Sally Kistner가 1984년 사망했을 때 그녀의 부동산은 3억 크로나(SEK, 오늘날의 환율로는 3천6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었다. 대다수의 재산은 Astra의 주식으로 묶여 있었고, 주식 가치는 Kistner가 사망한 시점의 시가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주식 시장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상속인이 주식 소유권의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하고 매각이 잔여 주식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에 바로 반응하였다. 그래서 주식 가격이 마치 돌덩이처럼 내려앉았고,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와 함께 미리 결정된 상속세(inheritance tax)가 상속재산의 총 자산 가치를 초과했다. 결국 그들은 파산했고 한때 스웨덴에서 가장 많은 재산 중의 하나였던 재산의 상속자들은 한 푼도 없이 스웨덴을 떠났다.


이에 겁을 먹은 다른 기업가들은 그들의 재산과 사업을 가지고 스웨덴을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Astra 사건을 전후하여, 우유팩의 선구자 Tetra Pak의 설립자인 Ruben Rausing, 세계적인 가구회사 IKEA의 설립자 Ingvar Kamprad 및 건설업에 기반을 둔 산업자본가 Fredrik Lundberg는 모두 스웨덴 세무 정책으로 인해 이민을 선택했다. 유명한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은 핵심 사업을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기금으로 바꾸어 스웨덴에 남았다.


경제의 동력이 되어온 기업들이 떠나자 전체적인 세금수입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다급해진 사회민주당 정부(Social Democrat government)는 2002년 ‘소유’에 대한 세금을 조사 평가하기 위하여 의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2004년 9월 사회당, 녹색당 및 좌파 당국은 2005년 예산법안에 대한 뉴스를 발표했는데, 그들은 상속 및 증여세를 모두 폐지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2005년에 상속세와 증여세는 폐지되고, 스웨덴 사람들의 상속세 70%에 대한 즐거운 상상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2004년 당시 정부가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면서 “이것은 세대승계를 촉진할 것이다(which will facilitate generational succession).”라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부에 대한 세대승계는 그동안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세대승계를 적극 지지한다고 앞장을 선 것이다. 상속세율이 70%에서 0%로 바뀐 뒤에 떠나간 기업들은 대부분 다시 조국 스웨덴으로 돌아 왔다. 사람들은 상속세율 0% 세제를 ‘더 똑똑한 세금제도’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상속세율 70% 세금제도는 ‘바보 세금제도’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Anders Ydstedt, Amanda Wollstad, “Ten years without the Swedish inheritance tax: Mourned by no one – missed by few”. December 2015. [이미지=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홈페이지]

0.7 대 0.0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위 두 숫자가 인간의 삶과 국가의 존재에 던지는 의미는 크다. 그런데 그 의미를 깨닫는데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18년 07월 04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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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8-30 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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