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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퍼센트(%)가 마치 마술에 사용되는 카드처럼 사람을 속이는데 사용되는 문제적 도구라면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퍼센트에 이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퍼센트는 통계의 함정을 다루는 대부분의 책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퍼센트는 몹시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할 수 있으며, 크기의 비율을 실감나게 해주고 복잡한 것을 한눈에 비교하게 해주기 때문에 정치, 경제, 언론 등 각 분야의 종사자들과 금융 분야의 투자자나 분석가들이 자주 사용한다.


퍼센트는 백분율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백분율은 다른 뭔가에 대한 비율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퍼센트에서는 이른바 기준이 되는, 이 다른 뭔가의 크기가 아주 중요하다. 이 기준을 약간만 비틀어도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


 '통계의 함정: 조작된 통계, 불량통계의 위험과 부작용' 게르트 기거렌처, 발터 크래머 저, 박병화 역, (2017). [이미지=예스24]

퍼센트를 계산할 때 기준이 작으면 작은 증가도 퍼센트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기준이 크면 큰 증가도 작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어떤 숫자를 적게 보이게 하고 싶으면 큰 수를 기준으로 퍼센트를 구하면 되고, 반대로 그 숫자가 크다는 인상을 주려면 작은 수를 기준으로 하여 퍼센트를 구하면 된다.


만약 의도적으로 기준 바꿔치기를 하거나 기준 골라잡기를 하면,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숫자에 홀려서 진실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정치계, 경제계, 언론계에서 백분율을 각자 자기 의도에 맞게 재단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백분율의 기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퍼센트를 잘못 사용했다고 누가 따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설령 따지더라도 의도적이 아닌 단지 계산의 실수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퍼센트는 생각보다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기업의 가치평가 지표 중의 하나인 PEG(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 또는 Price to Earnings Growth Ratio, 주가수익성장비율)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퍼센트(%)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핵심 변수인 EPS 증가율이 퍼센트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PEG와 관련하여 사용되는 퍼센트의 문제점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소 다르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기준 바꿔치기나 기준 골라잡기 등의 수법으로 기준을 조정하여 퍼센트 값을 왜곡시키거나, 더 교묘하게는 기준 생략의 방법으로 기준 자체를 생략해서 퍼센트 값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지만, PEG에 사용되는 퍼센트는 그런 인위적인 조작 없이 순수하게 수학적 결과를 수용하더라도 현상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표 1>은 짐 슬레이트(Jim Slater)의 PEG 공식 “예상 PEG=1년 후 예상 PER/1년 후 예상 EPS 증가율”을 적용하기 위하여 EPS 변화율을 계산한 것이다. 다만 결과를 좀 더 선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하여 다소 극단적인 수치들을 사용하였다.

 

<표 1> 1년 후 EPS 변화에 따른 1년 후 EPS 변화율. [이미지=버핏연구소]

위 표에서, 1년 후 EPS가 1 또는 -1에 가까우면, EPS의 크기나 변화의 폭에 상관없이 백분율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A와 B에서 보는 바와 같이, EPS가 200원에서 -1원으로 감소하였거나, 20,000원에서 -1원으로 감소한 경우에, A의 실제 EPS 감소 폭은 201원이고, B의 감소 폭은 20,001원이다. 그래서 실제로 B가 A보다 대략 99배 더 감소하여 엄청나게 차이가 크지만, A와 B의 EPS 변화율은 각각 -100.5%, -100.005%로 언뜻 보아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또 E와 F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원에서 -1원으로 증가하였거나, -20,000원에서 -1원으로 증가한 경우에, E의 실제 EPS 증가 폭은 199원이고, F의 증가 폭은 19,999원이다. 그래서 실제로 F가 E보다 대략 100배 더 증가하여 엄청나게 차이가 크지만, E와 F의 EPS 변화율은 각각 99.5%, 99.995%로 마찬가지로 언뜻 보아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어떤 기업의 EPS 증가율이 100%, 또는 99.9%라고 해도 그 계산의 기준이 되는 숫자를 실제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증가율만 보고서는 그 내용을 잘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증가율이나 감소율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EPS 증가율 퍼센트만 가지고 계산한 PEG 값만 보고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면 사실과 아주 다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같은 흑자 전환이라고 해도 -20억에서 흑자 전환한 것과 -2,000억에서 흑자 전환한 것은 그 흑자 전환의 질이 다른 것이다. 회사가 적자가 나서 EPS가 음수인 경우에는 그 증가율이 수학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적자 전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퍼센트만 가지고서는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G와 H 같이 1년 후 EPS가 아주 작은 경우에는 대체로 매우 높은 PEG 값을 얻게 되는데, 실제 시계열 데이터에서는 그 다음 해에는 아주 좋은 PEG 값을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1년 후의 높은 PEG 값만 보고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좋은 기업을 잘못 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퍼센트가 가지고 있는 마술 같은 속성과 PEG 공식의 한계를 잘 알고 있으면 흑자 전환 과정에서 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발생하는 높은 PER과 높은 PEG 때문에 놀라서 기업 가치를 잘못 판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PEG를 이용하여 기업 분석을 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퍼센트의 이런 마법 같은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2년 6월 24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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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27 18: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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