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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도입해야하나] ①쿠팡은 왜 미국 뉴욕증시로 갔나? - 쿠팡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성공 IPO로 차등의결권 이슈 부상 - 지난해 12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발의.. 1주당 10개 의결권 부여
  • 기사등록 2021-04-29 20: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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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국내 비상장 벤처기업에 1주당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차등의결권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쿠팡이 미 증시에 성공 상장하고 마켓컬리, 야놀자, 네이버웹툰 등도 미 증시에 기업공개(IPO)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도 차등의결권 때문입니다. 이에 더밸류뉴스는 '차등의결권 도입해야 하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차등의결권을 국내에 도입할 경우의 장단점, 찬반론을 심층분석합니다]
[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뉴욕 증시 상장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조달이었다. 차등(복수) 의결권은 많은 배경 중 하나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기념에 맞춰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한 말이다. 그는 어느 기자의 "차등 의결권 때문에 한국 대신 뉴욕증시를 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렇지만 이 답변을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쿠팡은 한국 주식 시장 상장을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한국 상법에 차등의결권이 허용돼 있지 않아 김범석 의장이 경영권을 잃을 수 밖에 없는 IPO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현재 미국 주식시장 IPO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마켓컬리, 야놀자,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 카카오 모빌리티도 사정은 유사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 차등의결권 덕분에 지분 10.2%로 경영권 유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차등의결권이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올랐다.


김범석(왼쪽 세번째) 쿠팡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쿠팡 임원진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 무대에서 자축하고 있다. [사진=쿠팡]

현재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LLC(쿠팡엘엘씨) 최대 주주는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운영하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33.1%)이다. 앞서 손 회장은 쿠팡에 2015년 소프트뱅크로 10억달러,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로 2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는 소프트뱅크이지만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확보했다. 


김 의장의 지분율(상장 당시 기준)은 10.2%지만 의결권은 76.7%를 보유했다. 김 의장이 가진 1억7000여만주는 모두 클래스B다. 클래스B 주식은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가지는 클래스A 주식과는 달리 1주당 29표를 가지는 차등의결권이 부여됐다. 또 클래스B 주식은 클래스A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클래스A와 클래스B 주식을 모두 고려한 쿠팡의 상장 당시 지분율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33.1% △그린옥스 캐피털 16.6% △닐 메타 그린옥스 창업자 16.6% △김 의장 10.2% 등 순이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 경영자 등 회사에 기여한 사람의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상법은 1개의 주식은 1개의 의결권을 가지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이러한 '1주(株)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보통주보다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상장과 함께 차등의결권이 소멸되지만 미국에서는 증권 시장에 신규로 상장할 경우 창업주에게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벤처기업육성법 개정안 발의... 1주당 10개 의결권 부여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2벤처붐’ 활성화를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1주당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재벌 세습, 경영주 사익편취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IPO(기업공개)의 경우 상장 3년 후 보통주 전환, 존속 기간 10년, 창업주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질 때만 발행 등을 제시했다.


차등의결권. [이미지=더밸류뉴스]

차등의결권이 이슈로 떠오른 계기는 앞서 언급한대로 쿠팡의 미 주식시장 상장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쿠팡의 사례는 한국 토종 기업들이 여기서 시작을 해서 한국에서 투자를 받아서 외국에 나가는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며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져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복수의결권 공청회를 열었다. 



◆"재벌 세습에 악용 우려" vs. "규제 대폭 완화해야"


공청회 당시 찬반 양측은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먼저 벤처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차등의결권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과도한 제약 때문에 제도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이미 존속 기간 10년 규정이 있음에도 상장 3년 후 보통주 전환 조건을 둔 것은 과도하다”며 “또한 ‘창업주 지분 30% 이하’ 규정 역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에서는 차등의결권이 향후 재벌 세습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초기에는 벤처기업에만 허용하더라도 나중에는 대기업에서도 이를 요구해 제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복수의결권은 재벌 세습에 고속도로 뚫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재벌 후계자가 벤처기업을 설립해 복수의결권을 발행하고 기업 총수가 가진 지주회사 보통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세습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양측의 의견이 서로 상반돼 법안 세부 논의에 대해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벤처기업들 역시 뉴욕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로 잘 알려진 컬리(대표 김슬아)는 연내 미국 IPO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컬리가 외부에서 자금조달을 계속하면서 투자자들 지분이 늘어나며 김슬아 컬리 대표 지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기준 김 대표의 컬리 지분율은 10.7%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6.67%로 약 4%포인트(p) 감소했다.

컬리의 지분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컬리의 주요 주주 현황을 보면 DST글로벌, 세쿼이아캐피털 외국계 벤처캐피털(VC)의 지분이 50%를 넘는다. 이에 마켓컬리가 차등의결권을 위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컬리측은 “우리 회사는 한국법을 적용 받는 국내 법인이기 때문에 미국 증시에 상장해도 차등의결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차등의결권의 국내 도입이 벤처 육성의 선결 과제임을 보여준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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