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의 필수품은? 모두가 알다시피 정답은 커피다. 오늘 아침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커피 한 잔 사러 들른 카페의 풍경을 떠올려 보자. 하품을 쩍쩍하며 들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피로에 찌들어 오래된 상춧잎처럼 시들시들한 채로 커피를 받는다. 그런 뒤 한 모금을 쭉 들이켜고서야 이제 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카페를 빠져나간다. 제아무리 커피가 몸에 안 좋다고 해도, 또 지갑 사정에 맞지 않는 소비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해도 직장인들은 커피를 포기할 수 없다. 자도 자도 풀리지 않는 피로를 잊게 해줄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출근하며 커피로 잠시 잊었던 피로는 퇴근길에도 떨어지지 않고 따라온다. 인파에 치이며 퇴근하고 나면 집에 와서 침대로 다이빙해 버리곤 한다. 때로는 그대로 정신줄을 놓고 잠들어 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누워서 실컷 스마트폰 속 SNS 세상을 탐험하거나 OTT에 올라온 재밌는 콘텐츠들을 보면서 쉬고는 한다. 어쩔 땐 치킨 한 마리에 맥주, 혹은 달디단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배달시켜 먹으며 힐링하기도 하고, 어쩔 땐 체력을 키워보겠다며 운동을 열심히 하기도 한다. 이렇게 피로 퇴치에 진심이건만, 도대체 왜 자도 자도, 쉬어도 쉬어도 피로는 풀리지 않을까? 오늘도 피로에 절어 커피를 들이켜던 우리에게 일본의 휴식학 전문가 가타노 히데키는 말한다. 당신의 휴식은 진짜 휴식이 아니라고.
<자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 가타노 히데키 지음, 21세기북스 [이미지=알라딘]
“의외의 답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 스스로에게 약간 무리한 부담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_ <자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중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진정한 휴식법은 ‘공격적인 휴식’이다.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피로가 쌓이면 적절한 휴식을 취한 뒤 활력을 얻을 활동을 해줘야 집 나간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제 체력보다 조금 더 힘든 정도로 운동한 뒤 충분히 쉬면 운동 전보다 체력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이를 ‘초회복 이론’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우리의 활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한다. 그는 총 일곱 가지 휴식 유형을 소개하면서 하나씩 실천해 보고 레고처럼 조립해서 나에게 딱 맞는 휴식법을 스스로에게 처방하길 권한다. 수면과 같은 고전적인 휴식 방법뿐 아니라, 운동, 친목, 취미 활동, 창작, 주변 환경 바꾸기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의 제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쉬어야 될지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휴일에는 이렇게 쉬었으니까, 다음에는 이런저런 방법을 더해서……’라고 휴식에 대한 의무감에 사로잡혀 종종거리는 것은 되레 피로감을 더할 뿐입니다. (중략) 휴식에도 기술이 필요한 이상, 당연히 처음부터 잘 쉴 수는 없습니다. 어느 기술이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향상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_ <자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 중에서
제대로 쉬는 방법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휴식마저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면 잠시 멈추자. 최고만 기억하는 사회에 발맞춰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리다 방전되었는데, 에너지 보충을 최대한 많이 하겠다고 휴식에도 힘을 주어서는 제대로 쉴 수 없다. 욕심은 잠시 내려두자. 조금씩 이것저것 시도하며 나를 알아가는 재미를 즐기다 보면, MBTI처럼 나에게 딱 맞는 휴식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 휴식마저 전투적으로 임하지 말고 가볍게 즐겁게 제대로 쉬어보자.
오늘도 견딜 수 없는 피로와 무력감에 멍했다면, 무작정 낮잠을 청하거나 커피를 들이켜기 전에 잠시 멈춰 생각해 보자. 당신이 마지막으로 가장 편하게 쉬었던 기억은 언제인가? 그리고 그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기억이 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부터 <자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와 함께 당신만의 휴식법을 찾아나가면 되니까. 나에게 꼭 맞는 방법으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다 보면 언젠가부터는 아침마다 손에 들려 있던 커피 한 잔과 작별하게 될 테다.
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