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생각해 보면 그렇다. 우리는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8시간이 넘는, 그러니까 반나절이나 되는 시간을 사무실 책상 앞에서 보내고 있다. 미래에도 비슷한 환경의 비슷한 책상 앞에 앉아 쭉 직장인의 삶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그 시간을 모두 합쳐보면... 애석하게도 우린 계속 일해서 먹고살아야만 할 인생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껏 내가 일해오면서 뭘 일궈냈다고 자랑스럽게 단언할 수 있는 성공 경험이란 게 있기나 한 걸까? 남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기 분야에서 성장해 나가는데, 왜 나만 제자리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까. 이렇게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은 잠시 휴식기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하거나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나는 ‘직장인의 섭리’라고 부른다.
만약 당신이 사직서를 내고 몇 달 동안의 자유를 얻었다고 치자. 시간이 없어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약속도 잔뜩 잡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 몇 주씩 체류해 보며 비로소 인생은 달콤한 것이구나, 체감할 것이다. 하지만 기쁨과 즐거움의 시간도 잠시,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바쁜 하루를 보내던 자신이 그리워질 게 분명하다. ‘자기효능감’의 부재 때문이다. 뭐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일했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직장이 없는 자신이 마치 이 세상에서 쓸모가 없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고액의 연봉과 초고속 승진을 목표로 세운 채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되어버린 K-직장인은 개개인의 현실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삶을 버린 지 오래다. 내가 진정으로 성공하고 싶은 분야와 그 이유, 내가 욕망하는 삶과 일, 일할 때의 나와 일하지 않을 때의 나, 스스로 삶을 건설하는 방법 등은 직장인이 사직서 대신 저마다 가슴속에 품고 있어야 할 일종의 ‘나 사용법’ 같은 것이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김호 지음, 김영사)는 직장인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과 그에 관한 답변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직장인과 직업인이 한 글자 차이로 마인드셋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직장이 내 인생의 전부고, 직장이 나 자체며, 직장이 있어야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의 나와 여러분이다. 하지만 ‘직업인’은 자신의 강점과 개성, 욕구, 재능을 찾아 직장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정말 궁금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과연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개성과 재주, 가치와 에너지에 대해 살펴본 적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지금 직장을 다니는 나의 모습이 정말 내가 살고 싶고, 일하고 싶은 모습인지? 직장을 무작정 박차고 나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직장을 다니면서 직업을 찾으라는 것이 내가 이 책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고생했다며 스스로 어깨를 토닥이는 당신,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일단 자고 내일 일어나 자기계발해야지 하며 미루고 있지는 않는가? 당신 같은 사람들에겐 이 책이 꼭 필요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져보고 내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왜 일하는지, 10년 뒤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도의 목표는 세워두어야 내일 더욱 일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