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우리는 노동자, 일꾼이기를 자처하면서 매일 아침 힘든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간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개개인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어찌 됐든 모두가 주어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만전을 기하고 있기에 사회가 점점 발전하고, 이 사회에 속한 우리가 다시금 이익을 얻는 순환 구도인 셈이다.
우리는 이러한 국가의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시스템을 모를 리 없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서로의 이야기에는 정작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옷을 입고 일하는 사람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고충과 아픔들.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가 무시와 방관이 되었다가 차별과 혐오로 변화하는 모습은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열다섯 번째 필독서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오월의봄)는 작업복을 주제로 한 노동자들의 고군분투, 노동환경의 차별 이야기다.
노동환경이 위험하거나 업무, 작업 난이도가 높을수록 자신에게 꼭 맞는 편한 옷을 입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작업복이란 기업에서, 일터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고 편의를 돕기 위해 지급하는 노동자의 ‘필수품’이자 최소한의 노동 조건이라고 한다. 이러한 용도와 의도에 맞지 않는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불편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았다.
하수처리 노동자, 소각처리 노동자, 환경미화원 등의 작업복은 턱없이 부족한 기능 및 안전 문제로 그들을 위험에 빠뜨리기 쉽다. 모든 옷과 장비가 남성 사이즈로 맞춰진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당연한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 노동자를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작업복이 오히려 노동환경을 해치고, 그들을 차별하며 억압하게 된 셈이다.
“일터의 작업복은 우리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 사업장의 ‘표준’에서 벗어난 소수의 사람들. 재난 현장의 한가운데서 일하는 사람들. 누군가 먹을 밥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단순히 작업복의 재질, 수량 등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문제 해결이 수월했을까. 이들의 목소리를 기업이, 사회가 귀 기울여 듣고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했다면 불편하고도 위험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악물고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놀랍다. 부담감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압박감에 윗 단추를 풀면서 어떻게든 일터로 향했을 이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자본주의의 이면이 낱낱이 드러나 인상 깊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