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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주주반대에도 왜 기업은 하려는 걸까

-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매청구권 부여해야"

  • 기사등록 2022-02-17 08: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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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정채영 기자]

LG화학, 포스코, SK케미칼 등이 기업분할을 하면서 '물적분할' 방식을 채택해 기존 주주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물적분할을 하면 기존 주주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기업 입장에서 '자금 조달'에 유리

 

기업은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부 가운데 한 곳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성장시킬 필요성이 발생한다. 이처럼 A기업을 A1과 A2로 나누는 것을 기업분할이라고 하며, 분할 방식으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주주 관점에서 보면 신설법인의 지분을 기존 존속법인 주주에게 똑같은 비중으로 나눠주면 인적분할이다. 이에 비해 신설법인 지분이 100% 존속법인에 귀속되면 물적분할이다. 신설법인이 존속법인의 100% 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물적 분할과 인적 분할 개념도. 

최근 LG화학, 포스코, SK에코플랜트 등이 기업분할을 하면서 물적분할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해 물적분할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신설회사의 주식을 지분율대로 주식을 나눠갖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소재 LG트윈타워 전경. [사진=더밸류뉴스]

최근 LG화학(대표이사 신학철)과 LG에너지솔루션(대표이사 권영수)이 물적분할을 단행했다. 당시 인적분할을 실시했다면, 지주회사 LG(대표이사 구광모 권봉석)의 LG화학 지분율을 30%에 불과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율도 30%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이 10조원 이상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경우에는 지주회사의 지분율이 10~20%밖에 남지 않아 지배력 유지 차원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존 주주에게 주어져야 할 혜택을 기업이 가져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주보호장치 도입 필요…미국은 동시상장도 불허 

 

물적 분할되는 기업을 동시 상장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본 시장 선진국 미국의 경우 기업분할 과정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하는 사례도 극히 드물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회사의 독립성이 증명되지 않으면 모회사와의 동시 상장을 허가하지 않는다. 물적분할을 실행할 경우 모회사의 기업가치 하락이 충분히 예상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유망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일이 많다. 증권업계는 “미국에서 우리나라처럼 기업 분할 및 재상장을 추진한다면 천문학적인 소송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의 비정상적 행태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런 이유로 물적분할 과정에서 기존 주주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물적분할을 막을 수 없다면 기존 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예 물적분할 요건을 강화하거나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의 물적분할 조건은 주주총회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만 찬성하면 통과된다. 까다롭지 않은 기존 분할 요건의 기준을 강화해 기업이 물적분할을 단행하는 경우의 수를 줄이고, 이로 인해 기업들로 하여금 물적분할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야한다. 혹은 분할을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 본인들이 보유한 주식들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갈증이 반복되자 최근 대선주자들은 관련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존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해야"

 

대주주가 아닌 소액 주주들은 기업이 물적분할을 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적분할한 회사의 기존 주주는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하나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SK바이오사이언스(대표이사 안재용)의 물적분할 및 상장으로 모회사 SK케미칼(대표이사 김철 전광현)의 주가는 급락했다. 물적분할을 통해 기업의 유망사업을 분리해 별도 상장시키면 기존 모회사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빌딩 표지판. [사진=더밸류뉴스]

최근 물적분할을 하면서도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호평을 받는 기업으로 KT(대표이사 박종욱)가 주목받고 있다. KT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사업을 물적분할해 KT클라우드(대표이사 내정자 윤동식)를 설립했다. KT는 기존 주주 지분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했다. 이어 기업분할 관련 제도 개선이 법제화되면 이를 반영하겠다고 밝혀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렇듯 분할 전 기존 주주들을 위한 가치 업그레이드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물적분할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1011pink@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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