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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130원 인상된 8720원…’역대 최저 인상’

- 인상률, IMF 외환위기 1998년 보다 낮아

- 월 단위 182만2480원…올해보다 2만7170원 올라

  • 기사등록 2020-07-14 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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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8590원) 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2년 연속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1.0~2.0%대를 기록하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략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전년비 130원 오른 것이다. 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이며 올해보다 2만7170원 늘어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다. 이날 결정 이전에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7%)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가 커 난항을 겪어 왔다. 최저임금위는 올해 6월 11일 첫 전원회의를 개최 후 34일 간 9차례나 회의를 진행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1만원(16.4% 인상)과 8410원(2.1% 삭감)을 제시했다.


이후 노사는 1차 수정안으로 각각 9430원(9.8% 인상), 8500원(1.0% 삭감)을 다시 제시했다. 노동계는 ‘삭감안 철회’를, 경영계는 ‘최소한 동결’을 주장하며 대립했다. 결국 정부 추천을 받은 전문가인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으로 8620~9110원을 제시했지만 민주노총 측은 협의를 거부했다. 


마지막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9110원(6.1% 인상), 경영계는 8635원(0.52% 인상)을 제시하며 밤샘 협의를 이어갔으나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공익위원들이 단일 안으로 8720원을 상정한 것이다. 


공익위원 안은 표결에 부쳐져 출석 인원 16명 중 찬성 9명, 반대 7명으로 최종 가결됐다. 원래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전원(5명)과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위원 2명은 공익위원 안에 반발해 퇴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회의에 불참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위기와 노동 시장 불안정성이 반영되어 책정됐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위는 노동자 93만~408만명 급여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와 경제황동인구 부가조사를 바탕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노동자 규모와 그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0.1%),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0.4%),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1.0%)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몰에 위치한 스타필드 내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종적으로 올해보다 1.5%(130원) 인상되자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런 참담한 최저 금액안이 나온 사례는 없다"며 "공익위원 스스로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며 최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위원안은 최저임금위가 제시한 모든 지표를 참조하더라도 나올 수 없는 수치"라며 "공익위원은 지난해에 이어 책임을 방기하고 사용자위원의 편을 들어 스스로 편파성을 만천하에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보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이번에 실망을 금할 수 없으며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 노동자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의 경제위기 논리와 삭감, 동결안 제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치는 그들만의 리그는 이제 그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이번 결정에 수긍하면서도 아쉽다는 분위기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기업들의 경영난을 고려하면 역대 최저수준인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마저 경제계로서는 아쉽고 수용하기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최저임금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승복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 1.5%가 비록 역대 최저치이기는 하지만 최저임금이 이미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인상된 상황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외부충격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빚으로 버티면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동결되어야 했으나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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