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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삼양식품 김정수, K-라면으로 '매출 1조' 신화 쓰는 식품업계 '잔 다르크'

- 화의(和議) 들어간 삼양식품 입사해 경영 혁신하고 불닭볶으면 히트 시켜

  • 기사등록 2023-11-08 22: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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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혜지 기자]

남편 회사가 부도가 났다. 인체에 해로운 원재료를 사용했다며 지탄받아 무너져가고 있었다. 남편만 바라보며 평범하게 가정 주부로 지내던 부인은 바로 그 '부도 난 남편 회사'에 입사했다. 경영의 '경'(經)도 몰랐지만 남편을 대신해 회사를 살려낼 사람은 사실상 자신 뿐이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화끈하게 사로잡는 비장의 신제품을 만들어냈다. 신제품이 국내 시장을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면서 회사는 연매출액 조(兆) 단위의 우량 기업으로 우뚝 섰다.  


'화끈한 매운 맛' 불닭볶음면으로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성공 스토리다. 김정수 부회장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회사를 푸른 눈의 서양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먹게 만드는 'K-푸드' 키플레이어로 점프시킨 비결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러스트=이다윤 기자]

◇김정수 부회장은…


△1964년 서울 출생(59) △서울예고·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 졸업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결혼(1994) △삼양식품 입사(1998.2)·영업본부장(2001~2002) △이건장학재단 이사장(2010~2019) △삼양식품 대표이사(2018~현재)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2023.9~현재)


◆'내수기업'→'외화벌이 역군' 환골탈태... '매출액 1조 클럽' 눈앞


삼양식품은 올해 '매출액 1조 클럽'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삼양식품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5309억원, 영업이익 679억원, 순이익 57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6.06%, 31.08%, 23.50% 증가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탄한 브랜드 파워, 체계화된 유통망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삼양식품이 올해 매출액 1조1210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 순이익 10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양식품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삼양식품 사업보고서]

눈여겨볼 부분은 수출 비중이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수출 비중은 67%에 달한다. 수출 기업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수출액을 살펴보면 2017년 1억 달러(약 1300억원), 2018년 2억 달러에 이어 2020년 3억 달러를 달성했고 지난해 4억6500만 달러(6057억원)를 기록했다. 수출액이 60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격 규제를 받는 내수 기업에서 외화벌이 역군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삼양식품의 내수 및 수출 매출액 추이. [자료=삼양식품 사업보고서]

삼양식품이 지구촌 곳곳의 소비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히트상품은 불닭볶음면이다. 


요즘 유튜브를 검색하다보면 푸른 눈의 서양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불닭볶음면을 시식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불닭볶음면을 먹고 손사래를 치지만 몇 번 시식하고 나서는 "이상하게 또 먹고 싶다"며 원더풀을 외치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화끈한 매운 맛'에 중독된 것이다. 2014년 유튜버 '영국남자' 채널에 소개된 것이 시작이었고 SNS에서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글로벌 판매량이 급증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중국과 미국 등 수출 주력 시장에서 현지 법인을 통한 영업을 시작했고,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인도네시아에도 해외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맞춤형 상품들도 내놓고 있다.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불닭브랜드 제품으로는 커리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콘불닭볶음면, 3X핵불닭볶음면 등이 있다. 지난달에는 해외 전용 건면 브랜드 ‘탱글’ 신제품을 미주 지역에 내놓기도 했다.


유튜브 'Fire noodle challenge'에서 영국 고교생들이 불닭복음면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주가도 연일 점프하고 있다. 지난 6월 한달간 삼양식품 주가는 12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90% 가량 급등했다. 최근 10년(2013~2023) 사이에 삼양식품 주가는 2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10배 상승했다. 


삼양식품의 최근 10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 

◆전국의 '매운 불닭집' 섭렵하며 '불닭볶음면' 확신 


그렇지만 김정수 부회장이 삼양식품에 첫발을 들여놓던 1998년은 지금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당시 삼양식품은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로 화의(和議)에 돌입한 상태였다. 화의란 기업이 파산이나 부도에 직면했을 때 법원 중재로 채권자와 채무 변제 협정을 맺는 것으로 사실상 부도와 다름없었다. 앞서 1989년 삼양식품은 이른바 '공업용 우지(牛脂) 파동'을 맞으면서 휘청거리고 있었다(이 사건은 1997년 대법원 최종무죄판결을 받았다). 1963년 국내에 첫 라면인 '삼양라면'을 내놓았고 1980년대 중반 연매출액 5000억원대로 성장했다가 급격히 사세가 기운 것이다.  


김정수 부회장이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할 당시 주변 기대는 높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서울예고, 이화여대 사회사업과를 졸업했고 경영과는 무관한 삶을 보내던 터였다. 1994년 전인장 회장과 결혼해 가정을 일구고 있었다. 전인장 회장은 전중윤(1919~2014) 삼양식품 창업회장 장남이다. 


김정수 부회장은 입사 직후 삼양식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갓 짬뽕', '맛있는 라면' 같은 뒤는 상품명을 직접 지으면서 회사 분위기를 일신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혁신은 앞서 언급한 불닭볶음면 개발이었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정수 부회장은 "고등학생 딸과 서울 명동을 걷다 매운 찜닭 매장에 인파가 몰려있는 것을 봤다. 매장에 들어갔는데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있게 먹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다. 


불닭볶음면은 음식료 업계 고정관념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운 정도가 높다.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를 보면 불닭볶음면은 4404 SHU(Scoville Heat Unit)로 경쟁 제품(2700 SHU)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 회사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상당했다. 김정수 부회장도 처음에는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전국의 유명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을 발로 뛰며 찾아다니고 세계 각국의 페퍼 소스, 멕시코 핫소스를 연구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 연구와 노력이 고정관념을 깨고 히트작을 탄생시킨 것이다. 


◆업무에는 치밀하지만 다정다감... 배당 확대로 주주친화 나서 


김정수 부회장은 현재 삼양라운드스퀘어(삼양식품그룹) 지주사격인 삼양내츄럴스 1대 주주(32.0%)이다. 이어 남편 전인장 회장(15.9%), 장남 전병우(29) 전략본부장 상무(24.2%), 자사주(27.9%)순이다. 창업주 며느리에서 실제로 회사를 이끄는 '오너 경영자'로 변신한 것이다. 


김정수 부회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6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향후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업무에는 치밀하지만 임직원들에게는 소통을 중요시하고 다정다감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중간 배당을 실시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장남 전병우 전략본부장은 1994년생으로 2019년 6월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했다. 미국 콜럼비아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김정수 부회장은 최근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시대는 이제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더 맛있고, 즐겁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며 우리는 이 요구에 부응하는 것을 넘어 새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업게에서는 김 부회장이 향후 또 다른 경영 혁신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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