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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매일유업 김선희, '저출산 절벽' 뛰어 넘는 유(乳)시장 '잔 다르크'

- 영유아 인구 감소에도 매출액 ↑...내년 CEO 10년차

  • 기사등록 2023-06-17 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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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영유아 인구 감소와 우유시장 개방 '절벽'을 이겨내고 유(乳) 업계 '잔 다르크'로 기록될 수 있을까.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가 저출산과 영유아 인구 감소로 우유 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2014년 CEO 취임 당시 우유 단일 품목에 집중돼 있던 사업 구조가 이제는 식물성 대체 음료 '어메이징 오트', 성인 영양식 '셀렉스' 등으로 다변화됐다. 또, 중국 스타벅스차이나에 식물성 건강음료 아몬드브리즈를 공급해 글로벌 시장 교두보를 확보했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김선희 대표는…


▷1964년생(59) ▷연세대 불문학과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석사(MBA) ▷프랑스 BNP 파리바(1995) ▷크레디아그리콜은행 수석애널리스트(1997) ▷한국씨티은행 신탁리스크 관리부장(2005) ▷스위스 UBS 아시아태평양 리스크컨트롤 이사(2007) ▷매일유업 재경본부장(2009. 6)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2014)·부회장(2023년 3월~)


◆"분유 먹을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인구 절벽에도 매출액↑


김선희 대표는 내년이면 매일유업 최고경영자 10년차를 맞는다. 이 기간 국내 우유 업계는 영유아 감소라는 도전을 마주해왔다. 주요 소비자층에 해당하는 영유아 감소는 우유 업계에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이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같은 악조건에도 매일유업은 2018년을 기점으로 매출액을 지속적으로 늘려오고 있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6856억원으로 전년비 8.62%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매일유업의 올해 예상 매출액이 1조7695억원으로 전년비 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일유업,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출액 추이. [자료=각사 집계]

이같은 성과를 이룬 김 대표의 전략은 신사업과 글로벌시장 진출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매일유업은 식물성 음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어메이징 오트'로 핀란드산 오트(귀리)를 원재료 상태로 수입해 껍찔째 갈아만든 비건(vegan) 인증 식물성 대체우유다. 어메이징 오트는 2021년 9월 출시 이후 지난해 말 누적 판매가 2000만팩을 넘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식물성 음료 시장 규모는 2022년 19조원으로 추산된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평균 5.3% 성장할 전망이다.


단백질 시장도 키우고 있다. 2018년 매일유업은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셀렉스’를 출시했다. 이후 2021년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목적으로 매일헬스뉴트리션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설립했다. 매일헬스뉴트리션은 지난해 매출액 943억원, 영업이익 46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1396.83% 증가하고 영업손익은 흑자 전환했다.


서울 여의도의 폴바셋 매장. 폴바셋은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커피숍 계열사이다. [사진=더밸류뉴스] 

◆유제품·영양식 등 유가공 제품, 매출 절반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도 확보했다. 최근 매일유업은 스타벅스차이나와 식물성 건강음료 아몬즈브리즈 바리스타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으로 매일유업이 해외 기업에 아몬드브리즈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5년 아몬드 전문기업인 미국 블루다이아몬드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매일유업 광주공장에서 아몬드브리즈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스타벅스차이나는 아몬드브리즈를 공급받아 신메뉴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매일유업의 매출액 비중은 김선희 대표 취임 당시에 비해 달라졌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유제품, 음료, 영양식 등 유가공 제품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51.96%), 이어 음료 16.67%, 영양식 13.73%, 수입상품 9.80%, B2B 5.88%, 시그마트 2.00% 순이다. 2014년에는 음료 49.82%, 유가공 28.51%, 분유 11.10%, 발효유 9.57%, 기타 0.99%순이었다. 2014년에 존재감이 미미했던 영양식(13.73%), B2B(5.88%)가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514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05%를 차지했다. 


매일유업 매출액 비중 추이. [자료=매일유업 사업보고서]

B2B 비중이 커진 것은 어메이징 오트가 B2C에서 B2B 채널로 확장된 덕분이다. 매일유업은 어메이징 오트의 대용량 제품을 선보이고 B2B 채널로 신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52주 신저가 근접... 영유아 인구↓·우유시장 개방 리스크↑


이같은 실적 개선에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매일유업은 소외돼 있다. 16일 매일유업 주가는 4만6700원으로 52주 신저가에 근접해 마감했다. 매일유업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5.63배로 역사적 저평가에 도달했다. PER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 수록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이다. 그간 매일유업을 비롯한 소비재 기업들은 반복구매(repeat purchase)의 장점을 인정받아 한국 주식 시장에서 PER 20배 안팎을 유지해왔다. 


매일유업의 최근 1년 주가추이. [그래프=네이버 증권]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무엇을 우려하는 걸까? 


뭐니뭐니해도 2026년 우유 시장 개방이 거론되고 있다.  오는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된다. 불과 3년 남았다.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은 가장 큰 리스크의 하나이다. 


미국산 유제품은 현재 7.2% 관세를 받고 있다. 미국, 유럽산 우유가 국내 시장에서 들어오면 국산 우유는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하기 버겁다는 분석이다. 어느 기관의 리터(L)당 원유의 공급가격을 살펴보면 국산은 1100원, 뉴질랜드산 400원, 미국·영국산은 400~500원이다.  


여기에다 영유아 인구 감소, 원재료 가격 인상도 한국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매일유업 주식에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게 하고 있다. 매일유업 수익성이 나빠진 것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매일유업의 영업이익은 607억원으로 전년비 30.87% 감소했다. 1분기도 매출액 4494억원으로 전년비 11.7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5.88% 감소했다. 


매일유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매일유업 사업보고서]

◆우유업계 최초 여성CEO... 내년 10년차


김선희 대표기 이같은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매일유업을 영속기업(going consern)으로 성장시킨다면 한국 우유 시장의 '잔 다르크'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선희 대표는 2009년 매일유업 재경본부장 전무로 매일유업에 합류했다. 2014년 국내 식품업계 첫 여성 CEO에 올랐고 올해 초 부회장에 승진했다. 고(故) 김복용(1920~2006) 매일유업 창업주가 큰아버지이고 김복용 창업주 장남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이 사촌오빠이다. 매일유업 지분 0.21%를 보유하고 있다. 


김선희(왼쪽 두번째) 매일유업 대표가 지난 3월 10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현판식 행사를 갖고 한기정(왼쪽 세번째) 공정거래위원장, 김형배(왼쪽 네번째) 공정거래조정원장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김선희 대표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매일유업은 기존 유가공 카테고리 내에서 수익성 높은 ‘소화가 잘되는 우유’, ‘상하목장’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오트·아몬드·두유 등 식물성 음료를 육성해 10% 수준의 매출 성장을 했다”며 “향후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브랜드 역량을 강화하고 전략채널 재정비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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