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기업집단 탐구] ③LG그룹, '엔솔'이 밀고 전자가 끌어 미래 대응한다 - LG에너지솔루션, '2030년 매출액 100조' 목표. 지난해 25조 달성 - 구광모 회장, 스마트폰 사업 철수 등 굵직한 의사결졍
  • 기사등록 2023-05-21 18:06:41
기사수정
[편집자주 :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더밸류뉴스=이민주·신현숙 기자]

'삼성 제외하면 1등.'


SK가 아니다. LG그룹(회장 구광모)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LG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4위를 기록했다. 삼성, SK, 현대차에 이어 4위이다. 지난해에 이어 동일한 순위다. 공정 자산 총액은 171조2440억원으로 전년비 2.23% 늘었고 계열 회사 수는 63개로 10개 감소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계량적 평가와 무관하게 국내 재계 관계자와 한국인들의 의식 세계에 LG는 '삼성을 제외하면 1위'로 남아있다.   


최근 어느 평가기관이 조사한 '대기업 브랜드 평판' 순위에서 LG그룹은 삼성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어 현대차(3위), SK(4위), 포스코(5위) 순이었다. 또, 어느 취업 사이트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입 구직자 취업선호도 조사에서도 LG는 삼성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1위. 23.9%), 공기업(2위. 12.6%), LG(3위. 3.5%), SK(4위. 3.5%), CJ(5위. 3.3%), 현대차(6위. 3.3%)순이었다. LG그룹이 SK그룹, 현대차그룹보다 앞서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LG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삼성 제외하면 '브랜드 평판 1위'


이처럼 LG의 존재감이 계량적 순위를 뛰어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LG그룹이 실제로 재계 1위를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의 재계 2위 SK그룹과의 차이점이다.  


LG그룹은 1970년대 재계 1위였다. 1974년 어느 기관이 발표한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LG(1위)가 1위였고 이어 삼성(2위), 현대(3위), 한화(4위), 동국제강(5위), 대한전선(6위), 효성(7위), 신동아(8위), SK(9위), 한일합섬(10위)이었다. 금성사(현 LG전자)가 국내 최초 TV('금성 VD-191'. 1966년), 국내 최초 냉장고('GR-120'. 1965년), 국내 최초 세탁기('백조세탁기'. 1969년) 등으로 가전(家傳) 사업을 휩쓴 결과였다. 이는 지금의 시니어 세대에게 'LG=재계 1위'로 기억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1976년 당시 한국 정부 예산의 30%(9억3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에 해당하는 주베일 공사 계약을 따내면서 현대그룹이 1970년대 후반부터 재계 1위를 이어받게 된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LG그룹이 오랜 기간 쌓아온 도덕성과 인화(人和) 경영도 여기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그룹 역대 총수들은 국내 5대 대기업집단 오너 가운데 유일하게 '학교'(교도소)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원칙 중심 경영이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 문화로 구현되고 있는 것도 비결의 하나로 꼽힌다.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회장은 일부 언론 매체에서 '구광모, 배터리 시장 선점 나선다'하는 식으로 자신을 개별 사업과 묶어 보도하면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 본인은 그룹 전체의 미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고 개별 사업은 계열사 CEO가 수행한다는 원칙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홍보 조직에 기자 출신을 가장 최근에 받아들인 대기업 집단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 '신성장 동력' 이동...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철수


LG그룹이 재계 1위 기록을 다시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향후 LG에너지솔루션(대표이사 권영수)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사실상 결정했기 때문이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년 K-IFRS 연결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간 LG그룹의 양대 주력 사업은 '전자'(LG전자, LG유플러스 등)와 '화학'(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 나뉘었는데,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21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26년 동안 매달려온 사업을 접은 것이다. 그리고 LG화학에서 배터리와 에너지 사업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고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이는 배터리와 에너지를 LG그룹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시그널로 분석되고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2030년 LG에너지솔루션 매출액 100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력 제품의 하나인 원통형 배터리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대중화시켜 향후 배터리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매출액은 25조5986억원이었다(이하 K-IFRS 연결). 설립 1년만의 실적이다. 또, LG그룹에서 매출액이 가장 큰 LG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83조 4673억원이었다. 


삼성그룹이 반도체 이후의 차세대 미래 사업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LG그룹은 명확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벌써부터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특히 비즈니스 업계는 변화 속도가 아찔할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LG그룹이 어느 정도로 점프할 것인가를 속단하기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경에는 현재 LG그룹에서 가장 큰 매출액을 차지하고 있는 LG전자(대표이사 조주완 배두용)의 성장세가 한계를 보이고 있고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LG전자의 최근 5년(2018~2023)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CAGR)은 한 자리수(6.94%)이다.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낮은 한 자리수(4.76%)이고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LG전자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2022년 K-IFRS 연결. 단위 억원, %. [자료=LG전자 사업보고서]

다만 LG전자가 신사업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자동차 부품, 로봇, EV충전기 등의 성과가 최근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LG전자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가전) 50%, HE(Home Entertainment·TV부문) 26% 등 전통의 가전 부문이 여전히 압도적(76%)이고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전장) 14%, BS(Business Solutions·PC) 10%가 뒤를 잇고 있다. 


LG전자 매출액 비중. 2022년 기준. [자료=LG전자 사업보고서]

VS부문의 1분기 평균 가동률은 100%에 근접한 9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8.2%)에 비해 10.8% 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VS 부문도 그간 실적을 깎아 먹었다가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구광모 회장, LG에너지솔루션 설립 등 굵직한 의사결정 


구광모 회장이 배터리와 에너지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은 여러 경로로 포착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17일 충청북도 청주시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찾아 양극재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생산현황과 글로벌 공급망 전략 등을 점검했다.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충북 청주 LG화학 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의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인 소성 공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청주공장은 LG화학 양극재 생산의 핵심 기지로 글로벌 생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배터리의 용량, 수명 등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소재다.


왼쪽부터 LG그룹의 구인회 창업회장, 구자경 전 회장, 구본무 전 회장, 구광모 회장. [사진=LG]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 타계로 2018년 6월 LG그룹 총수를 맡은 이래 앞서 언급한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물론이고 LX그룹 계열 분리, 합작법인 LG마그나인터내셔널 설립. 로봇·AI(인공지능) 사업 육성 등의 굵직한 의사 결정을 내리면서 LG그룹의 미래를 보여주는 '큰 그림'을 그려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족간 송사같은 예기치 않은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지만 '총수 7년'의 평가는 양호하다. 주변 사람과 격의없이 지내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hs@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3-05-21 18:06:4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삼성SDS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기획·시리즈더보기
재무분석더보기
제약·바이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