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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 '애플페이 돌풍' 어쩌나...최원석 대표 취임 2년만에 최대 위기

- 6년째 공들여온 페이북 기반 흔들....민간데이터 신사업 비용↑..

  • 기사등록 2023-06-08 18: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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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공현철 기자]

BC카드(대표이사 최원석)가 '애플페이 돌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플페이가 지난 3월 국내 론칭과 동시에 돌풍을 불러 일으키자 애플페이 경쟁제에 해당하는 페이북(paybooc)을 채택하고 있는 BC카드 이용자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최원석 대표가 취임 2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최원석(오른쪽) BC카드 대표가 2021년 3월 취임 직후 진행된 '토크 콘서트'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BC카드]  

◆현대카드, 애플페이 도입하며 이용자·실적 쑥쑥 


여신금융협회(협회장 정완규) 조사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 3월 한달간 신규 회원수는 20만3000명으로 전업 8개 카드사(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BC) 가운데 가장 많았다. 2월(11만2000명)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했고, 신용카드 3위 KB국민카드를 따라 잡기까지 불과 6만2000명을 남겨두고 있다.


현대카드의 선전은 이 카드사가 3월 21일 애플페이를 론칭한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날 국내 카드사로는 처음으로 애플페이를 자사 카드에 제휴해 선보였다. 출시 첫날에만 현대카드 등록이 100만건을 넘는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애플페이란 간편결제 기술의 하나로 근거리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반으로 결제 단말기에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신속한 결제가 가능하다. 신한, 삼성 등 기존 카드사와 제휴해 서비스 된다. 애플페이의 경쟁제로는 삼성페이, 페이북 등이 있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 신규 발급 카드는 약 35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이어 4월 말까지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한 건수는 약 930만 건에 이른다. 다만 결제 단말기 보급 문제로 주요 사용처는 편의점으로 집계됐고 25%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애플페이와 국내 독점 제휴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회원이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10~11월에는 신용카드사 가운데 가장 많은 신규 개인 회원을 모았다. 이 결과 현대카드의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다. 현대카드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7844억원, 영업이익 957억원, 순이익 7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7.5%, 1.5% 증가했다. 다만 순이익은 관계기업 지분법 손실 때문에 8.06% 감소했다.


현대카드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현대카드]

◆BC카드, 애플페이 돌풍으로 '선점자의 이점' 순식간에 흔들


애플페이 돌풍에 가장 곤혹스러운 카드사는 BC카드이다. BC카드는 2017년 6월 페이북을 자사카드에 도입했다. 페이북은 간편결제기술이라는 점에서는 애플페이, 삼성페이와 동일하지만 입력 방식에 차이가 있다.  

 

애플페이는 NFC(근거리무선통신) 태그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쉽게 말해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으로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블루투스보다 범위가 작기 때문에 가까이 대야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전용 단말기가 있으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삼성페이의 경우 NFC 방식과 마그네틱 방식을 모두 지원하기에 카드 단말기만 있어도 결제가 가능하다. 마그네틱 방식은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마그네틱보안전송) 기술을 활용해 신용카드 정보를 카드 단말기에 보낸다. 애플페이보다 범용성 있다. 반면 페이북은 바코드 혹은 QR코드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비접촉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바코드 리더기가 있어야만 결제가 가능하기에 사용에 제약이 따른다.


BC카드는 페이북 도입 이후 이를 알리기 위해 이벤트, 혜택 부여 등의 프로모션을 강력하게 진행해왔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왔다. 간편결제 이용자들의 가장 큰 니즈인 '결제 편의성'를 충족시키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바코드를 이용한 간편 결제 방식은 KB국민카드를 비롯해 여러 카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이기에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오히려 혜택은 부족하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의 간편결제 니즈를 해소한 현대카드가 시장을 이끌어가는 추세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더 나은 편의성으로 BC카드(페이북)의 '선점자의 이점(first-mover advantage)'을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1Q 적자 전환… 2Q부터는 애플페이로 '삼중고' 우려  


이번 BC카드 위기는 최원석 대표의 '전략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C카드는 그렇지 않아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BC카드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영업수익) 9532억원, 영업이익 115억원, 순손실 1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1%대로 추락했다(1.21%). 전년동기(3.79%) 대비 2.58%p 감소한 수치다. 

  

비씨카드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비씨카드]

이같은 수익성이 악화는 BC카드가 진행하고 있는 자체카드와 신사업 투자 확대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BC카드는 '블랙핑크 카드'로 대표되는 자체카드 사업을 의욕적으로 진행해왔다. 그간 BC카드의 수익 모델은 일반 카드사의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해주는 카드 프로세싱(card processing)이었는데 이 시장이 축소되자 최원석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자체카드 발급을 신사업으로 진행해왔다. 그런데 자체사업이 반짝 인기로 끝나면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간 데이터도 비용 증가 요인이다. 여기에다 애플페이가 돌풍을 불러 일으키면서 기존의 페이북 기반이 흔들리는 '삼중고'가 닥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페이북이 NFC와 같은 간편 결제 방식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애플페이 돌풍을 이겨내기 힘들어 보인다"며 "민간 데이터 사업도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핀테크 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원석 대표는 2021년 3월 BC카드 수장에 취임했다. 1963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장은경제연구소, 삼성증권, 에프앤가이드 등에 근무했다.  


수익성 악화와 관련, BC카드측은 "케이뱅크 풋옵션 평가분이 영업외 비용으로 발생해 일회성 요인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밝혔다. 


police20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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