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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에 합병된 롯데푸드, 반세기 업력이 한국 식음료 산업에 남긴 3가지

- 돼지바, 빠삐코 등 히트작 남겨... 롯데제과와 시너지 기대

  • 기사등록 2022-07-29 08: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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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가야 할 때가 언제인 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이형기 <낙화>-


지난 6일 롯데제과·푸드의 통합법인이 롯데제과라는 회사명으로 공식출범했다. '롯데'하면 떠오르는 과자, 음료, 빙과 제품은 이제 '롯데제과'라는 이름으로 접하게 됐다. 


그러자 일부 커뮤니티에는 롯데푸드가 60여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소멸법인으로 사라진 것이 아쉽다는 글이 올라왔다. 돼지바, 구구콘, 빠삐코 등 이름만 들어도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히트작을 롯데푸드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왼쪽 다섯번째) 롯데그룹 회장이 6일 롯데제과 통합법인 출범식에서 관계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성 롯데제과 사업대표, 안세진 롯데그룹 호텔군HQ장, 다마츠카 겐이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신동빈 회장,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이사,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장,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HQ장,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이인복 롯데 컴플라이언스위원장. [사진=롯데제과] 

한국의 손꼽히는 종합식품회사였던 롯데푸드가 국내 식음료 비즈니스에 남긴 공헌은 적지 않다. 


◆기업 성장에 M&A 의미 깨우쳐줘... 합병으로 소멸


롯데푸드는 기업 성장에 M&A(인수합병)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선구적 기업이었다(정작 롯데푸드는 합병돼 소멸됐다). 


롯데푸드는 롯데그룹을 상징하는 대표 기업이었지만 모태는 삼성그룹이었고 M&A를 거쳐 롯데 품에 안겼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롯데푸드의 출발은 1958년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창업주의 형인 이병각 사장이 자본금 500만 환(원 이전 단위)으로 설립한 일동산업㈜이다. 이후 몇 차례 사명 변경을 거쳐 1967년 삼강산업이 됐다. 1960년 국내 최초로 마가린을 생산하고, 대량 생산 기술을 적용한 ‘삼강하드’를 출시했다. 이후 유지∙제과∙빙과 등을 주요 품목으로 빠른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삼강하드’는 ‘아이스께끼(아이스케이크)’보다 개선된 위생∙맛을 선보여 현대 빙과류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1962년 롯데푸드가 선보인 ‘삼강하드’ 홍보 포스터. [이미지=롯데푸드]

1970년대 롯데그룹에 편입되며 ‘롯데삼강’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96년 연간 850억원의 공급 규모를 갖춘 천안공장을 1차 준공하며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것)를 키웠고, 2005년 2차 준공까지 완료했다. 


이때부터 M&A(인수합병)가 본격 진행됐다. M&A는 기업 사이즈를 빠르게 키울 수 있는 전략이다. 2006년 국수, 우동 등 면제품을 취급하는 ㈜대하를 시작으로, 2009년 롯데쇼핑 식품사업본부, 2011년 파스퇴르유업을 인수했다. 파스퇴르는 1980년대부터 유가공 부문에서 강점을 보여왔지만 경영난을 맞고 있었고, 유가공 시장 진출과 기존 사업 시너지를 고려해 과감한 인수를 결정했다. 이후 롯데햄까지 인수한 롯데삼강은 2013년 지금의 ‘롯데푸드’로 사명을 바꿨다. 


◆경영권 분쟁으로 시행착오…롯데에 편입되며 퀀텀점프 


롯데푸드는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경영권 분쟁이 기업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깨우쳐줬다. 


롯데푸드의 대표적 위기는 1977년 경영진 갈등에 따른 부도사태다. 사업다각화로 승승장구하던 삼강산업은 김은주 회장이 신병 문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인사문제를 두고 경영진 갈등이 심화됐다. 김은주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했지만 회사는 당시 10억원에 달하는 부도로 위기에 빠졌다. 이후 삼강산업은 롯데그룹 내 롯데삼강으로 편입, 조직체제 정비 및 공장 효율화로 재도약에 성공했다. 


또 2003년 커피시장에 진출했으나 4년도 채 되지 않은 2007년 그룹 내 롯데칠성음료로 사업이관했다. 원두커피 전용공장 건설까지 계획하던 롯데삼강에게는 아쉬운 괄목이었다. 당시 롯데칠성음료는 ‘레쓰비’를 앞세워 RTD(Ready To Drink)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후 롯데푸드는 RTD를 제외하고 원두커피사업을 다시 받아서 진행, 포승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식음료 기업의 성패는 '맛', '브랜드' 일깨워


롯데푸드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품질, 브랜드를 비롯한 '본원적 경쟁력'(core competitiveness)이 중요하다는 경영 상식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롯데푸드' 하면 떠오르는 돼지바는 1983년에 출시되자마자 초대박을 터뜨렸다.  출시 후 28년 동안 총 판매량이 약 15억 개에 이른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딸기시럽이 들어 있는 맛에 한국인들이 온몸으로 반응한 것이다.


롯데푸드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돼지바. [사진=롯데푸드]

'돼지바'라는 이름이 나오기까지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김규식 당시 롯데푸드 사장은 1983년이 돼지띠이고 돼지가 풍성함과 복(fortune)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돼지바'를 작명했다. 그러나 사내의 극렬한 반대에 직면했고 심지어는 전국의 롯데푸드 대리점에서조차 반대했다. 그럼에도 김규식 사장은 이를 밀어 부쳤고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다. 초대박이었다. 2017년에는 이것을 콘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돼지콘도 출시됐다.


그렇지만 돼지바는 크기가 줄어들고 맛이 이전보다 못하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가격은 비싸지는데 양은 되려 줄어간다. 안에 들어있는 딸기시럽도 예전에는 잔뜩 들어있었으나 요즘 것을 보면 살짝 비칠 정도로 줄어들었다(출처 나무위키)'는 일부 후기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롯데푸드는 이에 대해 "출시 당시보다 현재 용량이 더욱 크고, 크기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최적의 용량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제품에 들어가는 딸기 시럽도 지속적으로 품질이 개선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처=나무위키] 

롯데푸드는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성장한 즉석식품∙HMR(가정간편식) 시장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009년 ‘쉐푸드’ 브랜드를 런칭했으나 CJ∙오뚜기∙대상 등 쟁쟁한 경쟁자들보다 주목받지 못했다(시장 점유율 6% 평가). 


'쉐푸드 제품의 맛은 상당히 훌륭한데, 브랜드 파워가 약한 것 같다'는 후기평을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역경에도 롯데푸드는 연간 매출액 1조6000억원, 국내 공장 10개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통상 식품기업이 매출액 1조원을 넘기면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데, 롯데푸드는 삼강 시절인 2012년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최근 20년간 롯데푸드의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국내 2위 종합식품기업' 도약...B2B+B2C 시너지 기대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식음료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했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식품산업의 특성상 2010년 중반 정점을 찍은 이후 실적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롯데제과와 주 사업 카테고리인 빙과 부문이 겹치는 등 비효율성 문제가 대두돼 왔다. 통합법인 출범으로 B2B에 강점을 보인 푸드와 B2C∙해외사업에 강점을 보인 제과는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통합 법인의 매출액은 단순 합산으로 3조7000억원으로 업계 2위가 된다. 롯데푸드 출신의 한 임직원은 “롯데삼강 시절부터 오랫동안 다녀온 회사가 사라지지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면서도 “통합 법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힘을 합쳐 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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