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CJ CGV, 눈 휘둥그래지는 특급 상영관으로 관객 모시기 나섰다

- 4000억원 유상증자…’상영부금’ 지원하고 이자 부담 줄여

- 연내 ‘프라이빗 박스’ 상영관 3곳 추가 오픈

  • 기사등록 2022-07-27 11:32:54
기사수정
[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너, 납치된거야”


서울 영등포구 'CJ CGV영등포'의 '스크린 PLF 상영관'. 화면을 가득 채운 배우의 묵직한 한 마디에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간의 영화 상영관과는 다르다. 영상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눈앞 정면은 물론이고 왼쪽, 오른쪽에도 있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 서라운드 시스템이 설치돼 스크린에서 큰 소리가 나오면 객석이 흔들릴 정도다. 관객들은 단순히 의자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침대처럼 누워서 보기도 하고 심지어 옆에는 고급 와인과 스테이크가 놓여져 있다. 여기가 영화관인가, 레스토랑인가 아니면 호텔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 곳은 CJ CGV가 CGV영등포 스타리움관을 리뉴얼해 462석 규모로 재개관한 '스크린 PLF관'이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PLF스크린을 비롯해 첨단 시설을 통해 고객에게 한 단계 높은 몰임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 감상하는 느낌이 다르다"는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영화관 1위 기업 CJ CGV(대표이사 허민회)가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해 관객 불러 모으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첨단 상영관 시설로 코로나19 이후로 침체된 극장계를 되살린다는 '피봇 투 시네마'(Pivot to Cinema·영화관 회귀) 전략이다.  


CJ CGV가 6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CGV'에 선보인 'ScreenX PLF관' 내부. [사진=CJ CGV]

◆4000억 유상증자... "프리미엄 설비 투자로 관객 모을 것”


CGV는 지난 3일 4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이다. 이중 2400억원은 영화 상영부금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1600억원은 채무상환에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주사인 CJ의 지원이 있었다. CJ는 CGV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1500억원(약 681만주)를 출자키로 결정했다. 2020년 빌린 신종자본대출금 중 1500억원을 조기 상환하고, CJ가 곧장 해당 자금을 유상증자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비슷한 거 아닌가 싶지만, 해당 신종자본증권이 기간이 지날수록 가산이자가 붙는 고금리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CGV는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신규 투자 및 내실화를 이어간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산업의 트렌드는 ‘프리미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웅장한 소리와 넓은 화면 그리고 ‘프라이빗’한 상영관이 고객들을 영화관으로 찾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 6월 CGV가 발표한 4가지 사업 방향에도 ‘프리미엄&프라이빗 관람 확대’, ‘4DX·ScreenX관의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CGV는 자금 확보 이후 자회사인 4D플렉스의 경영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500억원의 금전대여를 진행했다. 


최근 공개한 ‘ScreenX PLF(Premium Large Format)’관은 좌우 벽면 실버스크린을 활용한 광활한 뷰를 자랑한다. 가수의 콘서트나 게임 생중계 등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공연 특화 시스템도 도입됐다. 또 CGV는 꾸준히 의자의 높낮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전좌석 리클라이너 상영관’을 확대해왔다. 현재 전체 상영관의 10% 정도를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영화 관람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씨네드쉐프, 템퍼 모션 베드를 적용하고 프리미엄 드링크를 제공하는 ‘템퍼 시네마’, 마치 호텔 스위트룸에서 영화를 즐기는 듯한 ‘프라이빗 박스’ 등 다양한 상영 컨셉을 선보이고 있다. CGV는 연내 3개의 사이트에 ‘프라이빗 박스’를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 ‘CGV연남’에 위치한 ‘프라이빗 박스’ SUITE CINEMA 융합 상영관 내부. [이미지=CJ CGV]

이러한 프리미엄 상영관을 유치하자면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시스템 구축, 프리미엄 인테리어 자재 등 제반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 ScreenX PLF관을 조성하는데 일반 상영관을 만드는 비용의 9배가 투자됐다. CJ CGV가 실적 회복 국면에서 유상증자까지 시도하며 추가적인 자금을 확보하려는 주된 이유다. 


◆5~6월 영화관객 3000만, 코로나 이전 회복


영화 업계에서는 이번 이벤트로 CJ CGV가 지난 2년간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해진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인 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지난 2년은 CGV에 ‘악몽’이었다. 영화관이 '실내 밀폐 공간'이다 보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배급사들은 투자와 유치를 꺼렸고, 관객들의 이목을 끌 대작들도 찾기 힘들었다. 이 와중에 영화 티켓 가격은 인상됐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OTT 시장에 눈길을 돌렸다. 2019년 영업익 1220억원을 기록했던 CJ CGV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3887억원, 2414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CJ CGV의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단계적 거리두기 회복에 따라 소비심리가 활성화된 가운데, 범죄도시2(누적 1200만), 탑건2(누적 500만) 등 흥행 영화들이 나오며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난 5~6월 영화관 관객수는 3002만명으로 코로나19 직전 수치를 뛰어넘었다. CJ CGV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는 매출액 2698억원으로 전년비 66.85% 증가한 수치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양호하다. 성수기인 7~8월에 ‘한산 : 용의 출현’, ‘외계+인’ 등이 개봉하는데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영화발전기금으로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토르’, ‘아바트2’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들이 예정돼있다. CGV는 7월과 8월 각각 ‘씨네드쉐프 프로그램’과 ‘특별 상영관’을 운영하며 기류 타기에 나선다. 이환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 글로벌 프리미엄 티켓 가격 정책과 콤보 제품 다양화(매점)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하반기 블록버스터 콘텐츠에 따른 프리미엄 상영관의 매출 비중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J CGV측은 “대주주인 CJ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유상증자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영향은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극장가의 회복 여부가 주목됨에 따라 프리미엄&프라이빗화, 4DX 등 극장 공간 활용과 운영 효율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a854123@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2-07-27 11:32:5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특징주더보기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