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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라면 소비 1위국' 베트남 시장 잡아라..."한국식 매운 맛 화끈하네"

- '신라면 푸드트럭' 판매 홍보, '매운 맛' 선호하는 베트남 젊은층 사로잡아

- 2019년 법인 설립, 차별화가 관건

  • 기사등록 2022-07-18 08: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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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농심 매운 맛 라면, 화끈하네요." 


베트남 북부의 경제 중심지 호치민 시내에 빨간색 푸드트럭이 정차해 있다. 푸드트럭 하단에는 농심 신라면을 상징하는 '辛'(신)이라는 한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베트남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몰려 푸드트럭 요원이 제공하는 라면을 시식하고 있다. 시식 행사에 참여한 한 베트남 젊은이는 "베트남인들이 후덥지근한 기후 특성상 매운 맛을 좋아하는 데 농심 신라면이 우리 입맛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 푸드트럭의 이름은 '신라면 카'. 농심이 일반 미니버스를 홍보용 차량으로 개조해 2020년 호치민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제는 베트남 전역에서 볼 수 있다.   

 

농심(대표이사 이병학)이 '글로벌 라면 소비량 1위국'으로 떠오른 베트남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면서 향후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심은 2019년 베트남 법인 설립에 이어 올해를 본격 마케팅 원년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현지 소비자들이 신라면 푸드트럭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농심]

◆베트남, 글로벌 라면 소비 1위국 부상


세계라면협회(WINA)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은 연간 1인당 라면소비량 87개로 한국(73개)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3위는 네팔이다. 


베트남이 '라면 대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가 있다. 


베트남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 2018년 7.08% - 인구 1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기준 베트남 인구는 9600만명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가 닥치자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수요가 늘면서 라면 소비량이 증가했다. 베트남의 라면 소비량은 2019년 50억개에서 지난해 86억개로 중국(440억개), 인도네시아(133억개)와 더불어 '글로벌 빅3'에 진입했다.  


1인당 라면소비량 순위와 국가 전체 라면시장 규모 순위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베트남 젊은층, 한국식 매운 맛 선호


이처럼 베트남 라면 시장이 커지자 농심은 베트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심은  2019년 호치민에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다.  


아직 농심 전체 매출액에서 베트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농심 베트남판매법인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농심의 9개 해외법인의 1분기 매출 합계액은 272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30% 증가했다. 2019년 베트남 법인 설립 이후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9년 68억원, 2020년 68억원에 이어 지난해 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비 약 8.92% 증가했지만 마케팅 비용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다. 


이같은 가파른 성장세는 농심이 베트남에서 마케팅을 강화한 것과 관련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농심은 '신라면 카’를 몰고 베트남 전역에서 시식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젊은 세대의 주요 소비 채널인 CVS(편의점) 매장에는 라면 조리 기계를 설치해 접점을 늘리고 있다. 베트남의 10대~30대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라면을 만들어 먹는 것이 유행이다. 또 호치민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대형 할인점 등에서 오프라인 샘플링 행사를 진행했다. 


현재 농심 라면은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양호한 반응을 얻고 있다. 농심측은 "한국식 매운 맛을 선호하는 베트남 젊은이들의 호응이 높다"고 밝혔다. 


농심은 베트남 유통 채널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재래유통 및 소매점도 공략하고 있다.현재는 현지 디스트리뷰터(배급 업자)를 통해 제품을 유통하고 있지만 3년 이내에 베트남 시장 내 전 유통 과정을 직거래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현지 배급 업체를 통하면 해당 업체의 인지도 등으로 자리잡기에 유리하다는 측면이 있지만 수익성은 낮아진다. 


온라인 판촉도 활발하다. 농심은 지난해 11월 현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과 협업해 ‘농심 전용관’을 운영하고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농심 전용관’은 최대 32%의 할인율을 적용해 현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농심은 현지 인플루언스와의 협업을 통한 페이스북 SNS 브랜드 홍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컨드 무버, 차별화 전략이 관건


베트남 법인이 농심 해외법인 총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은 낮다. 지난해 해외법인 매출액 순위를 알아보면, 미국이 3899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농심은 1994년 농심아메리카 법인을 설립하고 연간 약 5억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어 상하이법인(1410억원), 일본법인(890억원) 순이다. 전체 해외법인 매출 중 베트남의 비중은 0.85%이다.  


2019년 베트남법인 설립 이후 3년간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이처럼 농심의 전체 매출액에서 베트남 비중이 낮은 것은 베트남 시장에서 농심이 세컨드 무버(second mover. 후발주자)인 것과 관련 있다.  


2019년 설립한 베트남 법인은 농심의 9개 해외법인 중 가장 최근이다. 팔도(대표이사 고정완)와 오뚜기(대표이사 황성만)는 농심 보다 10년 이상 빠른 2006, 2007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베트남 라면시장의 70% 이상은 에이스쿡, 마산 등 베트남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2019년 베트남 라면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프=세계인스턴트국수협회] 

그렇지만 농심 특유의 매운 맛이 현지 베트남인들의 입맛에 부합한다는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 향후 성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농심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에서 기존 인기 제품인 신라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과 함께 신라면볶음면, 카구리 등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영화 ‘기생충’의 인기로 짜파구리 등 볶음면에 익숙해진 현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신제품 판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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