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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 1년만에 '우량 1위 음료기업' 탈바꿈 비결은

- 지난해 영업익 1822억, 전년비 87.40%↑…순손실→순이익 전환

- '제로 탄산 음료' 시장 승부수,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콜라 제로’ 돌풍

  • 기사등록 2022-05-09 23: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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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칠성 사이다'로 잘 알려진 롯데칠성음료(대표이사 박윤기)는 '국내 최대 음료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수익성이 저조했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영업이익률이 5%를 넘지 못했고 2017~2020년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던 이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률 7.27%에 당기순손실이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턴어라운드를 주도하고 있는 경영자가 박윤기 대표이사이다. 박윤기 대표는 2020년 12월 취임 당시 만 50세(1970년생)로 롯데그룹 계열사 CEO 가운데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박윤기 대표는….


▷1970년생(52)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졸업 ▷롯데칠성 입사(1994) ▷롯데칠성 마케팅팀장(2009)·음료 마케팅부문장(2014)·해외사업부문장 겸 경영전략부문장(2017)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2020년 12월~현재)



◆영업이익률 4.3%→7.2% '우량 기업' 점프


박윤기 대표이사의 가장 큰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수익성 개선’이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매출액 2조5061억원, 영업이익 1822억원, 당기순이익 137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영업이익이 전년비 87.40% 급증했고, 당기순손익이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7.27%)도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고 ROE(자기자본이익률)도 8.63%를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 최근 5년간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올해 1분기 실적도 양호하다. 1분기 매출액 6263억원, 영업이익 597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6.20%, 84.90% 증가했다. 그동안 상대적 약세를 보이던 주류 부문의 강세가 돋보였다. 리오프닝에 따른 유흥시장의 활성화와 판가 인상 효과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냈다.


실적이 개선되자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지난 12월 13만원대 저점 이후 꾸준히 우상승해 지난 5월 3일에는 52주 최고가 20만9000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20만원대를 돌파한 것은 6년만이다.


[자료=신한금융투자]

◆2020년 12월 롯데그룹 위기에 구원투수 발탁... '제로음료' 승부수 


이같은 성과가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박윤기 대표가 롯데칠성 CEO에 취임한 2020년 12월 무렵의 롯데그룹에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로 주력 비즈니스인 유통과 화학이 동반 직격탄을 맞으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지나고 있었다. '재계 5위' 자리가 위태롭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롯데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129조1550억원으로 전년비 12% 감소했다. 5대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 가운데 공정자산총액이 감소한 곳은 롯데가 유일했다. 


위기 수습에 나선 신동빈 회장이 과감하게 발탁한 인물이 박윤기 대표였다. 박윤기 대표는 1994년 롯데칠성음료 판촉부에 입사해 음료 마케팅부문장과 경영전략부문장을 거치면서 롯데음료의 현황을 누구 못지 않게 파악하고 있었다.


박윤기 대표가 해법의 실마리로 찾은 것은 '제로음료'(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이었다. 


제로음료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탄산 음료를 즐기고는 싶지만 칼로리는 조절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64억원이었던 제로탄산음료 시장은 2020년 1319억원 규모까지 커졌다. 건강과 자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왕이면 제로칼로리로 즐기자”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화됐다.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더라도 특유의 맛과 향을 선호해 제로음료를 고집하는 소비층도 증가했다. 


문제는 그간의 한국의 제로음료 시장이 사실상 코카콜라 독무대였다는 점이었다. 코카콜라으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력했기에 넘볼 수 없는 시장이라고 여겼다. '롯데칠성 음료=칼로리 음료'라는 소비자가 고정관념은 공고했다.   


그렇지만 박윤기 대표는 기회가 있다고 봤다. 제로 음료임을 각인시키는 마케팅이 관건이라고 봤다. 마케팅은 박윤기 대표의 전공이기도 하다. 박윤기 대표의 1994년 롯데칠성 입사 당시 첫 근무부서가 판촉부였고 이후 음료 마케팅부문장과 경영전략부문장을 거쳤다


이 결과 박 대표가 고심끝에 내놓은 제품이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콜라 제로’였다. ‘제로 음료’임을 각인시킬 수 있는 검은색 라벨을 대대적으로 활용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 제로' 제품이 진열돼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롯데칠성의 실적을 이끈 일등공신은 ‘제로사이다’이다. 지난해 1월 출시된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 제로’는 출시 1년만에 제로사이다 시장 점유율 1위(62%)에 등극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1억캔을 넘어섰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탄산음료 매출액은 7462억원으로 전년비 14.25% 증가했다. 탄산음료 품목은 단일 품목으로는 매출액이 가장 크고, 전체 매출액 중에서도 31.80%를 차지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제로음료의 성장에 발맞춰 제로제품군을 확대하고, 단종 제품의 '제로화'를 추진하는 등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박윤기 대표는 마케팅 부문에서도 변화를 추구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사몰 ‘칠성몰’과 굿즈 전문 온라인몰 ‘칠성살롱’에서 한정판 굿즈를 판매하며 주목받았다. 


콘텐츠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분석해 인디 뮤지션과 협업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롯데칠성 콘텐츠마케팅팀의 프로젝트로 추진된 '칠 레이블(Chill Label)'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20년 말 신설된 롯데칠성의 콘텐츠마케팅팀은 2~30대(MZ세대) 팀원이 주축이다. 이는 롯데칠성을 새롭게 브랜딩하면서도 장수기업의 오래된 이미지를 탈피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마케팅 분야에 잔뼈가 굵은 박윤기 대표의 장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8번째 해외법인 설립 검토..중국 시장 '밀키스' 최다 판매


롯데칠성은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현재 음료 부문에서 중국, 필리핀, 미얀마, 파키스탄에, 주류 부문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 7개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8번째 해외법인의 후보지로 꼽히는 국가는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권이다. 한·아세안FTA로 음료관세가 철폐되고, 한류 문화로 국산 음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해외 시장의 성과도 양호하다. 지난 1분기 중국과 미주 지역 매출액은 각각 39%, 32%의 성장률을 보였다. 음료 부문 매출액 상승세는 '밀키스' 브랜드 확대가 주효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으로 수출된 밀키스는 약 2500만캔으로, 전년비 37% 증가해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우유가 들어간 부드러운 탄산음료라는 콘셉트로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사로잡고, '도우인(해외명 틱톡)', '샤오홍슈' 등 중국 내 SNS 홍보 전략을 통한 브랜드 제고가 성공비결로 꼽힌다.  


◆"격의없이 임직원과 소통"... 롯데 음료·주류 부문 통합 성과


박윤기 대표는 '영업 DNA'를 가진 CEO답게 유연한 사고와 합리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직원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의 음료∙주류 부문 통합 성공도 박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랜 기간 음료와 주류 부문을 따로 운영해왔다. 2009년 두산주류를 인수하며 주류 시장에 진출한 이후부터 오랜 기간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를 고집했고, 2019년 12월 형식적으로 통합됐지만 화학적 결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박 대표는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동빈(가운데)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 23일 '2021 롯데 어워즈' 시상식에서 박윤기(왼쪽)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박현 롯데칠성음료 생수지원팀 매니저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자료=롯데지주]

롯데칠성은 관계자는 “지난해 제로음료 인기에 따라 제로 음료를 기존 2종에서 밀키스∙핫식스 등 5종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건강지향 트렌드에 따른 면역 전문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에는 원부자재 비용 상승분을 적극 방어하는 등 영업이익률 상승에 집중하고 생산∙물류 과정에 투자금액을 400억원 이상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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