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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재계 2위' 수장 3년차의 과제 - 재계 2위→3위↓, 16년만의 순위 하락... 4월 공정위 재계 순위 발표 관심↑ - 매형 정태영 부회장과 관계설정 과제도...18년만에 물러나
  • 기사등록 2022-03-11 16: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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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현대자동차는 국내 재계 2위 현대차그룹 주력사입니다. 그런데 기업가치(시가총액)가 삼성그룹 계열사의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네요. 이유가 뭘까요?"


한국 주식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오가고 있는 이 질문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면하고 있는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20년 10월 14일,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수장에 정식 취임하자 자본시장 참여자들과 재계 반응은 뜨거웠다. 합리적 의사 결정으로 그룹을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정 회장 취임 직후 현대차 주가가 반짝 상승했던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로부터 햇수로 3년이 지난 현재의 현대차그룹 상황은 당시와 사뭇 다르다. 11일 현재 현대차 주가는 52주 신저가(16만9000원)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 시가총액(36조1000억원)은 앞서 언급한 대로 삼성그룹 계열사의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52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삼성그룹 주력사 삼성전자(417조8848억원)과 비교하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8.63%).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정의선 회장은….


▷현 현대차그룹 회장 ▷1970년생(52세) ▷미 샌프란시스코 경영대학원 석사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기획담당 상무(1999) ▷현대차 기획총괄본부 부사장(2003) ▷현대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2009)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2018년 9월) ▷현대차그룹 회장(2020년 10월~현재)


◆공정자산 기준 '재계 2위→3위'… 시총 기준 '재계 4위'


정의선호(號)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은 재계 순위 하락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4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발표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대규모기업집단)에서 2위에서 3위로 한 단계 하락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006년 이후 16년만의 순위 하락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란 공정위가 국내 주요 그룹의 공정자산(비금융사 자산총계+금융사 자본총계)을 기준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재계 순위를 매기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통령이 그룹 오너들을 청와대로 초청할 때나 간담회를 가질 때의 좌석 배치와 의전(儀典) 서열 기준이기도 하다.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그룹 공정자산(250조140억원)은 SK그룹(270조7470억원)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간 '재계 빅4'의 순서가 '삼성·현대차·SK·LG'에서 '삼성·SK·현대차·LG'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공정자산 추이. 단위 조원. [자료=공정거래위원회·CEO스코어]

시가총액 기준으로 하면 현대차는 이미 '재계 2위' 에서 한참 밀린다. 8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재계 순위를 매기면 삼성(685조원), LG(230조원), SK(193조원), 현대차(110조)그룹 순이다. LG그룹의 경우 LG화학에서 기업분할해 최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91조4900억원) 덕분에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섰다. 

 

◆경력·공채 차별, 장수 CEO 찾기 힘들어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이렇게 낮아지고 있는 것은 '혁신'이 더딘 것과 관련 있다. 이는 SK가 M&A(인수합병) 성공과 기업문화 개선을 통해 재계 2위로 올라선 것과 비교해보면 선명해진다. 


SK그룹은 최근 10여년 사이에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2012년),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2021년 3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2021년 12월) 등을 통해 '내수 기업'에서 '미래형 수출 기업'으로 퀀텀점프했다. SK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 회장의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인수금액 3조3750억원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9조6162억원)의 35%에 불과하다.  


기업문화 혁신도 동시에 진행됐다. 직급 파괴와 호칭 통합(2019년), 최태원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행복토크' 100회 돌파(2019년 12월), MZ세대 임원 승진 등이 대표적이다. SK에서는 출신이나 배경이 아닌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기업문화가 정착돼 있다. 


SK그룹에는 장수(長壽) CEO도 적지 않다. 박정호 SK스퀘어(옛 SK텔레콤) 대표이사(7년), 함윤성 SK디앤디 대표이사(10년) 등이 있다. 박정호 대표이사는 최태원 회장과 격의없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이 현대자동차의 차량과 마주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정의선 회장은 2020년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대표이사 로버트 플레이터)를 인수하며 미래 먹거리 사업에 나섰지만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난해 1~9월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455억원, 순손실 1204억원이다. 유튜브 조회수로 버는 수익을 제외한 수익은 제로(0)에 가깝다. 


기업 문화 개선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사이트 블라인드의 '현대차 리뷰'를 보면 '임원들의 정치 광팔이가 많다', '불필요한 회의가 너무 많다', '자동차 할인 외에 복지가 전무하다', '관료제에 갇혀있다', '권위적인 꼰대만 승진한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아직도 기아(차)·현대차 출신, 공채·경력 차별이라는 용어가 존재하고 있다. 블라인드를 보면 '진급시 경력직은 무조건 한번은 누락시킨다', '현대차가 위에 군림하다보니 기아 경영진이 힘을 못쓴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블라인드의 현대차 리뷰에서 경영진 평가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는 장수 CEO를 찾기도 쉽지 않다. 


[자료=블라인드]

◆매형 정태영 부회장과 관계 설정 과제도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의 성과가 더딘 것은 재계 '빅4' 오너 가운데 그룹 수장 취임이 가장 늦다는 것과 관련있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 경영 시점은 2020년 10월 그룹 수장에 취임한 것을 기점으로 하면 3년째이고, 2018년 9월 수석총괄부회장에 오른 것을 기준으로 하면 6년째다. 


이 때문에 아직도 현대차그룹에는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제왕적 경영 스타일'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정몽구 회장 시절 미 앨라배마 공장에서 당시 공장장이 정몽구 회장의 "차 보닛을 열어보라"는 지시에 곧바로 열지 못하자 곧바로 해고된 것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신'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정의선 체제를 세팅한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정의선 회장은 타운홀 미팅, 직급 통합, 자율복장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기업 문화 정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매형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의 관계 설정도 과제로 남아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금융3사(현대캐피탈∙카드∙커머셜) 대표이사를 맡아왔지만 지난해 9월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남편으로 정의선 회장과는 처남 매형사이다. 정태영 부회장 부부는 현대카드의 2대 주주인 현대커머셜의 지분 37.50%를 보유해 현대차(37.50%)와 동일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의 거취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년 한국양궁협회장 자격으로   도쿄올림픽을 마치고온 양궁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한양궁협회]

정의선 회장은 담낭절제술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현대차 오너가(家) 구성원들은 대부분 현역 복무를 마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키는 전통을 갖고 있다. '몽'자 돌림인 부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등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정의선 회장과 동일한 '선'자 돌림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재계 순위 하락과 관련, 현대차측은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또, "CEO교체는 오너의 위기관리 능력의 반영일 수 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임과 본사 이전은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을 감안한 조치이며 그룹 입지와는 무관하다. 로봇 사업은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사업이며 기존 모빌리티 사업 등과 시너지를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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