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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 '최장수 증권사 수장(12년)' 비결은... - 이달말 주주총회서 네번째 연임 성공하면 역대 '최장수 증권사 CEO(14년)' 성큼
  • 기사등록 2022-03-03 19: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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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지윤 기자]

CEO 임기가 유난히 짧기로 정평 난 증권가에서 12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 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최희문 부회장은 2010년 2월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해 올해로 12년째 CEO를 맡고 있다. 현역으로는 최장수 증권사 CEO이고 이달말 주주총회에서 네번째 연임(임기 2년)이 확정되면 최 부회장은 증권가에 전무후무한 '최장수 증권사 CEO(14년)' 타이틀에 도전할 전망이다. 그간 국내 증권업계 역대 최장수 CEO는 김해준 전 교보증권 사장으로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3년 재임했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 최희문 부회장은...


▷1964년 경기도 출생(59세) ▷미국 파운턴밸리고·앰허스트대 경제학과 졸업(1987)▷ 뱅커스트러스트 입사(1987)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졸업(MBA)(1993)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은행 홍콩·서울지부 이사(1995) ▷골드만삭스그룹 상무(2001) ▷삼성증권 캐피탈마켓사업본부장 전무(2002) ▷메리츠증권 부사장(2009) ▷메리츠증권 대표이사(2010년 2월~현재)


◆'중소형 증권사'→'증권사 빅6' 퀀텀점프


최 부회장의 장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실적 개선 덕분이다. 


2010년 3월 최 부회장 취임 당시 메리츠증권은 순이익이 200억원대에 머물렀는데 지난해 9489억원(잠정치)을 기록했다. 12년만에 47배(4644.5%) 증가한 것이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3조 2473억원, 영업이익 9489억원, 당기순이익 7829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40.0%, 14.6%, 38.5% 증가했다. 다만 이익률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 위상도 퀀텀점프했다. 최 부회장 취임 당시 메리츠증권은 '중소형 증권사'로 분류됐지만 이제는 '자기자본 6위 증권사'로 인정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통상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을 '증권사 빅5'(자기자본 5조원 이상)로 일컫고 있는데, 메리츠증권이 자기자본 5조원을 넘으면 '증권사 빅6'라는 용어가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1분기 기준 4조7644억원이다. 


최희문 부회장은 실적 개선을 위해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를 주요 수익모델로 발굴해왔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건설사에 돈을 직접 빌려주거나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 등을 주선하는 사업을 뜻한다. 메리츠증권은 2020년 4월 종금 라이선스가 만료될 때까지 종금형수신상품(CMA) 등을 통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사를 상대로 여신 공여를 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 


메리츠증권은 2014년에 종금 라이선스를 이용한 부동산금융 주선금액이 5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통해 2014년에 순이익 1477억원을 내면서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대부분 금융회사가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을 때 최희문 대표이사는 부동산 PF를 시작해 메리츠증권의 주요 수익원으로 만들었다. 이밖에 기존 IB와 트레이딩, 리테일 등에서도 실적을 거두었다. 


최희문 부회장은 해외부동산 투자, 항공기금융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기도 했다. 2018년 독일 온라인유통업체인 잘란도 본사빌딩에 투자해 1년 4개월 만에 큰 수익을 거뒀다. 국내 증권사가 건설 중인 해외 오피스빌딩을 매입해 준공 전 자금 회수까지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으나 메리츠증권은 이 투자를 통해 준공 전 자금회수(exit)에 성공했다. 호주의 캐스트렐 광산 지분 거래에 인수금융을 제공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스크래비스로버츠(KKR)가 유럽에서 진행한 인수합병(M&A) 거래에도 한국금융사로 유일하게 참여했다.


◆임직원 1인평균 연봉 1억7000만원, 업계 최고수준↑


이같은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경영 혁신이 있다. 최 부회장은 연공서열, 직위와 상관없이 성과에 의해 보상받는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메리츠증권의 임직원 연봉은 업계 최고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메리츠증권 임직원 1482명의 1인 평균급여액은 1억7000만원이었다. 2017년 7102만원 대비 139% 증가했다. 근무연수가 동일할 경우 메리츠증권의 임직원 급여는 평균 대비 10~20% 높다.  


다만 다른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짧은 편으로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6년 6개월이다.


증권사 리테일 영업직은 금융상품 매매, 금융자문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에서 손익분기점을 초과한 금액을 두고 성과급 비율이 정해진다. 통상 30~40% 수준에서 성과급이 결정되는데 메리츠증권의 경우 성과급 비율이 5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문 부회장은 "인간은 성과에 따라 보상 받으면 가장 효과적으로 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문 부회장 본인도 '고액 연봉 CEO'이다. 2020년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보수로 22억8600만원을 받았다. 급여 8억원, 상여금 14억6900만원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에 이어 연봉 2위를 기록했다. 


지점 운용을 줄이는 등 조직개편을 통해 효율성도 높였다. 메리츠증권의 대형지점은 서울 5곳, 대구와 부산 각 1곳으로 7곳에 불과하다.  


메리츠증권의 순영업수익 비중. 2021년 기준. [자료=KB증권]

2년 연임 확정되면 '최장수 증권사 CEO(14년)' 성큼


최희문 부회장이 이같은 혁신의 배경에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직접 부대낀 경험이 깔려 있다. 최 부회장은 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 앰허스트대학 경제학과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1987년 미국 뱅커스트러스트에 입사해 뉴욕지부와 서울지부 부사장을 지냈고 이후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은행 이머징마켓 부문에서 홍콩지부와 서울지부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2001년에 골드만삭스그룹 상무에 선임됐다. 메리츠증권의 한 직원은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소통을 중요시한다. 경영 현안을 구조적으로 바라보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는데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희문(앞줄 맨 오른쪽) 메리츠증권 부회장이 지난 2019년 1월 '컴플라이언스 대상' 시상식에서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고완종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한국거래소]

이제 관심은 오는 1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희문 부회장이 네번째 연임에 성공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메리츠증권 주주총회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IFC2건물 IFC홀에서 열린다. 


증권사 CEO는 연임이 쉽지 않다. 철저히 실적으로 평가 받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리보전이 불가능하다. 연임했더라도 변화에 조금만 뒤쳐져도 경쟁에서 밀린다. 그간 국내 증권사에서 10년 넘게 장수한 CEO로는 앞서 언급한 김해준 전 교보증권 사장(13년), 유상호 전 한국투자증권 사장(12년) 등으로 손꼽을 정도다. 


최희문 부회장은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최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 임기는 오는 2024년 말까지 이어진다.  


최희문 부회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메리츠증권의 약점으로 꼽히던 '리테일 사업'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7월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시작으로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도 진출하며 '미래 먹거리' 육성에 나섰다. 


jiyoun6024@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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