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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 기대 심리 낮아질 것" -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금리 인상으로 장기화 막아야” - “가계 부채 대부분은 고소득자… 취약계층∙소상공인은 정부 지출 필요” - “코로나19 이전 2019년에도 저성장 문제 상존…그간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의지”
  • 기사등록 2021-12-04 18: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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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당위성이 충분합니다. 경기만 생각한다면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의 가계부채, 기업부채, 대출 막차효과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은 근거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기준금리(base rate)가 지난달 25일 0.75%에서 1.00%로 0.25%p 인상됐다. 지난 8월 기준금리가 0.50%에서 0.75%로 인상된 지 3개월 만에 올해 두 번째로 인상된 것이다. 


기준금리는 글자 그대로 한국의 모든 금리의 '출발점'이며, 기준금리가 변동되면 콜금리, 회사채 이자율, 국고채 수익률, 대출·예금 금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넓게는 가계 지출과 기업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쳐 국가 경제 전반이 영향 받는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의 종언을 선언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향후 우리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는 걸까.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밸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낮은 기준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궁극적으로 금리를 올릴 때 부작용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008년 이후부터 우리나라 금리는 사상 최저였음에도 경기가 크게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기업의 경영부담으로 잠재성장률은 낮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그렇게 좋은 수준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교수와의 인터뷰는 전화와 서면으로 진행됐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가톨릭대학교] 

◆”가계부채 증가 속도 너무 빨라…기준금리 인상은 기대인플레 장기화 방지 효과”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금융시장(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을 본다면, 통화정책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 지적돼 금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너무 많고, 속도도 빠릅니다. 기업부채 역시 가계부채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마저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추가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봅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대출 막차 현상’을 막아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대출 막차 현상’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금리 인상세가 보이니 일부 사람들이 ‘아직 저금리 일 때 대출을 받아놓자’는 생각이 있어 가계부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막차효과를 막기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입니다. 저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 예측 △코로나19로 인한 운송차질(물류적체) △미국의 보복 소비 증가 등이 그 이유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기대 인플레이션(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다시 정상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이 돌아올 것으로 보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면 임금이 크게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고 장기 지속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려 기대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려고 하는 노력이 적절합니다.


△현재 한국 경제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 충분히 회복됐다고 보십니까?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분기대비 증감율. [이미지=더밸류뉴스]

-순수하게 경기적인 측면만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아직 약한 편이라 금리 인상은 다소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습니다. 일자리와 경제 성장률 등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후에 금리 인상을 하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재 가계부채, 자산시장 고평가 등을 보면 기준금리 인상이 현재 필요하다고 봅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이라면 2019년도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의미하는 정상화란 코로나19 발현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2019년은 우리나라 경제가 그렇게 좋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적정 기대인플레이션 조절이 중요합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한국은행이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속에 녹아들어가 선반영 됐다고 평가합니다. 또 이번에 3개월만에 추가 인상을 했지만 코로나19 이전(기준금리 1.25%)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금리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자산시장의 조정이 빨리 이루어질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낮은 금리를 오래 지속하는 것보다는 올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낮은 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궁극적으로 금리를 올릴 때 부작용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채는 고소득층에 집중…소상공인∙취약계층은 정부지출 필요”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의 이자부담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코로나19 취약계층∙소상공인은 이자 부담으로 인한 가계 파산까지 우려되는데요.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9월 보고서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 증가 추정치. [이미지=더밸류뉴스]

-대부분의 가계부채는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어 아직까지 0.25%p~0.75%p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파산을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대출이 있으므로 이는 정부지출(G)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소득층 대출자도 금리인상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이 경우 소비가 줄면서 경기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준금리가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낮고,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무리하게 상승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통화정책으로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언젠가는 다시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자 부담 가중을 우려해 금리를 올리지 않아 정책적 시기를 놓친다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출자들 역시 대출의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들을 언제나 보호해준다면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약 80%의 은행 대출자들은 올해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이었음에도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했는데 이를 보면 이미 ‘정부가 보호해 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 효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 시장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요? 


월별 전국 지가지수 변동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적습니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은 곳에 충분한 공급이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공급량이 제공되기 전까지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주택가격 하락)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금리인상을 통해서 부동산 수요 강도를 낮추고 가격상승세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지가 상승세는 9월 상승세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금리인상은 시장의 공급량이 증가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실제로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서 공급량이 늘어나야 합니다. 수요가 적은 지역의 공급량 증가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내년 적어도 한차례 기준금리 추가인상 필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여전히 기준금리가 완화적 수준’이라며 내년 추가 인상을 암시했는데요.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저는 앞서 언급한 자산시장 고평가나 대출 막차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에 최소 1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1분기에 바로 올리는 것이 좋지만 내년 3월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로 2분기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테이퍼링으로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는데요. 내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적 통화정책을 실시하면 한국도 금리인상의 당위성이 증가합니다. 


지난 12월 1일(현지 시각) 파월 연준 의장의 미국 상원위원회 증언을 보면 연준도 금리인상으로 정책 기조를 세운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국의 경제는 가계부채보다도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문제가 훨씬 심각합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이미 6%를 넘었고,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은 3% 수준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물론) 인플레이션도 문제지만 가계부채가 더 급한 문제입니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서로 시급한 문제는 서로 다르게 다르긴 하지만, 미국이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면 한국은행 역시 긴축 통화정책(금리 인상)을 사용할 정당성이 증가합니다. 한국은행이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금리인상에 대한 추가적 정당성(원화가치 하락 등)을 부여해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규제 개혁∙정부 지출 등 다양한 검토 필요”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은 통화신용정책을 통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인데요. 현재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불균형(과도한 가계 부채 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분기별 가계대출 잔액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과거와 현 정부의 실책이 있었다고 봅니다. 경기가 둔화됐을 때 법과 규제 개혁, 재정지출 증가보다도 통화정책에 너무 의지했습니다.


2008년 이후 우리나라는 꾸준히 저금리를 이어 왔음에도 경기가 크게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잠재성장률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습니다. 또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의 활동부담(법, 규제 등)은 더 늘어났습니다. 


통화정책을 통해서(기준금리를 낮춰서)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하면 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통화정책뿐 아니라 생산성 증가, 조심스러운 정부지출의 증가 등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는데, 정치적 마찰이나 민감한 정책을 피하고자 했던 과거 정권들(현 정권 이하)이 통화정책에 너무 의존했습니다. 이에 가계부채를 조절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고, 이제는 가계부채가 경기활성화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됐습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저성장∙저생산성 문제 해결해야”


△유럽, 캐나다 등에서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이 변이 바이러스가 향후 통화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확실한 정보가 파악돼야 합니다. 현재까지 나온 내용은 전염성은 더 높지만 치명률과 위중증 발생률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확한 정보가 나올 때 까지는 경기가 약간 위축될 것입니다.


만약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치명률까지도 더 위험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거나, 국민들의 심리적 압박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한국의 12월, 내년 초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한국의 수출 대상국들 역시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반대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치명률이 낮다면 경기가 오히려 더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내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대해 소비 회복에 따른 성장을 전망한 바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파악될 때 까지는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변이 바이러스뿐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어느정도 국제사회에 파장을 가져올지 주목해야 하고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 정상화를 이룬다고 해도 우리나라 경제의 근본적 문제인 저성장 문제가 여전히 잔재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근원물가상승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우리가 경제 정상화를 가정하는 2019년에도 우리나라 경제는 좋은 상태가 아니었고, 저생산성과 제도의 경직성 등 근본적 문제들이 드러나 인플레이션이 낮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던 시기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감염이라는 불확실성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러한 저성장 경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주목해야 합니다.


◇양준석 교수는...


현 가톨릭대 정경학부 경제학과장. 미 예일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박사를 받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책임연구원·연구위원(1997~2003)을 지냈다. 2003년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에 부임했다. 국제무역, 국제통상, 국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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