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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내년 '재계 2위' 등극할까...시가총액은 이미 2위

- SK하이닉스 실적 개선,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 인수로 내년 자산 UP

  • 기사등록 2021-08-14 20: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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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푸름 기자]

삼성, 현대차, SK, LG. 


한국 재계를 이끄는 이들 4대 기업 집단은 흔히 '재계 빅4' 혹은 '4대 그룹'으로 불린다. 


지금의 '재계 빅4' 체제가 시작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앞서 2000년 정몽구 명예 회장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인천제철(현 현대제철) 등을 갖고 분가해 탄생한 현대차그룹이 2010년 무렵 빅4에 진입하면서 지금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후 10년 넘게 '재계 빅4' 순위는 고정돼 왔다.  


그런데 최근 SK그룹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재계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더밸류뉴스]

◆SK하이닉스 가파른 실적 개선→SK자산 UP


국내 기업의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해마다 발표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있다. 올해 4월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따르면 한국의 재계 빅4는 삼성(457조원), 현대차(246조원), SK(239조원), LG(151조원) 순이다. 공정위는 공정자산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공정자산이란 쉽게 말해 그룹 계열사들의 자산 총계를 더한 값이다.


최근 5년 국내 재계 '빅4' 공정자산 변동 추이.[이미지=더밸류뉴스]  

삼성은 457조원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부동의 재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2위 현대차와 3위 SK의 차이는 불과 6조6000억원이다. 


공정위가 재계 순위를 매기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자산(asset)이란 쉽게 말하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쌓이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업이 향후 얼마나 이익을 벌어 들일 것인 가를 계산하면 순위를 예측할 수 있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공시대상 기업집단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SK의 자산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내년 2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그룹의 자산 차이는 2017년 47조8000억원에서 2021년 6조6000억원으로 급격히 줄어 들고 있다. 2019년에는 불과 3조원대 차이를 보였다. 최근 4년간 자산 증가율의 평균을 계산해보면 현대차는 3.1%, SK는 8.9%이다.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 인수로 '플러스 알파'


SK의 자산 증가율이 이처럼 가파른 배경에는 주력 계열사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한몫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들을 매출액 순으로 순위를 매겨보면 SK이노베이션(34조), SK하이닉스(31조), SK텔레콤(18조), SK네트웍스(10조), SK E&S(5조7,000억), SK브로드밴드(3조7,000억)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SK종합화학 등을 계열사로 둔 지주사 성격이 강하고, 단일 사업회사로는 SK하이닉스가 가장 크다. 


그런데 사업 회사로는 최대규모인 SK하이닉스의 자산이 2016년 31조원에서 지난해 71조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자산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비결은 단연 실적 개선이 꼽힌다. 


증권가에서 제시하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예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42조7673억원, 영업이익 12조6194억원, 당기순이익 9조6357억원이다. 전년비 각각 34.04%, 152.00%, 102.73% 증가한 수치이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1~6월)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18조8150억원, 영업이익 4조180억원, 당기순이익 2조9800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에 근접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배당성향(16.8%)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9조6357억원) 가운데 8조원 가량이 SK그룹의 자산 증가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과의 자산 차이(6조6000억원)를 상쇄하고도 남는 금액이므로 내년이면 SK가 재계 2위로 올라선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SK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17조), SK네트웍스(13조)의 이익 증가는 제외돼 있다. 


여기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텔의 낸드플래시 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했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부문의 자산총계는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텔 낸드 플래시 부문 인수가 내년 공정위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순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현대차 그룹의 주요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자산총계는 2017년부터 70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 SK T타워. [사진=더밸류뉴스]

◆시가총액 기준 이미 2위 


재계 순위를 매기는 또 다른 기준인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SK는 이미 2위에 올라선 상태이다. 13일 종가 기준 SK의 시가총액은 206조원으로 현대차(136조)보다 두 배 가량 많다. SK 시가총액의 40.4%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는 73조원 규모로 국내 주식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이 전망되고 있지만 여전히 SK 시가총액과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은 50조원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SK 그룹의 2분기 잠정 영업실적이 발표되면서 순위변동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재, 부품, 장비를 생산하는 SK 계열사들이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


SKC는 모빌리티,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소재 전문기업으로 올해 2분기 매출액 8272억원, 영업이익 1350억원, 당기순이익 77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0% 상승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SKC의 주가는 올해 초 10만1500원에서 16만3500원으로 상승했다.


SK머티리얼즈 2분기 매출은 2801억원, 영업이익은 681억원으로,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전지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특수 가스를 생산한다. 이번 실적은 특수 가스 시장을 OLED패널과 2차 전지 소재 등으로 확대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하락이 전망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 개선세에 힘입어 2분기에 분기 매출액 10조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4분기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10만원대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지난 달 초 90조에서 73조로 떨어지며 2위 자리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성공 M&A로 몸집 키워... SK하이닉스∙텔레콤∙브로드밴드 잇따라 성공


SK그룹이 덩치를 키우고 있는 비결로는 최태원 회장의 '성공 M&A'(인수합병)가 꼽히고 있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는 모두 SK가 인수한 기업이다.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경영학계의 조사에 따르면 M&A의 성공확률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SK그룹은 기업을 인수해 차별없는 기업 문화, 성과에 기반한 보상 등을 통해 '화학적 결합'에 성공하고 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싸게 인수하는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은 "M&A에 성공하려면 평소 현금을 충분히 확보해둬야 한다. 시장에 '좋은 물건' 나왔다고 빚내서 인수하면 실패한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SK가 기업 인수 과정에서 '승자의 저주'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태원 회장은 M&A 과정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긴밀히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측은 "SK는 계열사가 각자 경영하는 체제이므로 재계 순위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leeblue@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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