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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황소가 곰과 싸우고 있다. 황소는 뿔로 곰을 들이받는다. 뒷발굽을 바닥에 단단히 딛고 힘차게 치켜세운 황소 뿔에 들이 받친 곰은 맥없이 쓰러진다. 황소의 승리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황소 동상(황소상)'이다. 서울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5분 가량 걷다 보면 마주치는 한국거래소의 황소 동상은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증권가와 영욕을 같이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의 '황소 동상'. [사진=더밸류뉴스] 

주식 시장에서 황소는 강세장(Bull Market)을 의미한다. 황소가 공격할 때 뿔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 상대방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마치 주가가 위로 상승하는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강세장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영원한 희망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돈을 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의 '황소 동상'. [사진=더밸류뉴스]

반면 곰은 주식시장의 약세장(Bear Market)을 상징한다. 곰은 공격할 때 상대방을 잡아 위에서 내리치기 때문에 그 모습이 마치 주가가 아래로 떨어지는 하향세와 유사하다. 


곰이 주식시장의 하락을 상징하게 된 유래가 있다. 18세기 초 미국 보스턴의 곰 가죽 시장에는 공급이 일정치 않아 물건이 동나곤 했다. 이에 상인들은 불안해하는 고객들에게 높은 값의 가격을 받고 가죽을 미리 팔았다. 하지만 가죽 값이 비싸짐에 따라 곰 사냥꾼들은 더 열심히 사냥하게 되고,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내려가면 상인들은 사냥꾼들에게 싼 값에 사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곰을 잡기도 전에 먼저 가죽을 판다’라는 의미에서 ‘곰 가죽’은 ‘약세장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하는 투기꾼’이라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황소 동상'. [사진=더밸류뉴스]

황소는 1850년대 미국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한 신문에서 곰에 맞설 동물로 착안했다고 전해진다. 머리 양쪽에 달린 날렵한 뿔이 상승세인 시장을 나타낸다는 그럴싸한 해석도 이를 뒷받침했다.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융 투기의 역사’에서도 황소의 유래를 확인할 수 있다. ‘강세’를 의미하는 독일어 ‘bullen’에서 유래해 ‘bull’을 강세장의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증권 중심지에서 황소 동상을 찾아볼 수 있다. 세계 금융의 종착지인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거래소 정문에도 저돌적인 모습의 황소상이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더밸류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한가운데 굳건히 서 있는 황소동상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의 영원한 호황을 염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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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29 15: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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