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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라는 지표만큼 투자의 대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투자지표도 드물다. 세상에는 “ROE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언이 세간에 퍼진 것은 대체로 월가의 투자대가들이 높은 ROE의 기업을 선호하고, 또 워렌 버핏 (Warren E. Buffett) 도 유지 가능한 ROE가 15% 이상인 기업을 좋아하는 데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ROE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효율성을 알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에 “ROE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라”는 조언은 아마도 투자자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믿고 투자하여 손해를 보고 의아해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 ROE가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 판단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업 데이터를 시계열적으로 관찰하면 ROE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업은 드물고, 오히려 ROE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것을 반복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ROE가 높을 때는 일반적으로 주가가 높다. 그래서 ROE가 높은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은 비싼 주식을 매수한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매수 당시의 ROE는 좀 더 올라갔다가 조만간 다시 내려오거나, 더 높은 ROE에서 내려오는 높은 ROE에서 매수한 경우에는 바로 ROE가 내려오고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ROE의 변동 주기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4~5년이 걸리고, 또 높은 ROE가 뚝 떨어져서 낮은 상태로 4~5년을 예사로 가기도 한다. ROE 15%에서 투자한 사람이 ROE 2~5%에서 4~5년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그 자금으로 좋은 주식에 투자할 기회를 상실하여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라. (Buy Low, Sell High)”라는 시장의 격언과는 정 반대이다.


ROE가 들쑥날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ROE=(당기순이익 ÷ 자기자본) × 100(%) 공식으로 계산되는데,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고정적으로 유지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이 ROE가 최근 3년간 연평균 15% 이상인 종목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고 해서 일반투자자들이 그런 주식을 사서는 안 된다. 버핏이 연평균 ROE가 15% 이상이라는 것은 그것을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줄 수 있는 경제적 해자를 기업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은 그런 해자를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 나아가 대부분의 기업은 3년 정도 높은 ROE를 유지한 후에는 하락하기 시작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버핏처럼 기업의 이익을 수년간 지켜낼 수 있는 경제적 해자를 읽어낼 안목이 없다면 일반적인 지식과는 반대로 ROE가 높은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독배를 마시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홍용찬이 저술한 책에 의하면,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기업을 제외하고 테스트를 해본 결과, 2007년 7월~2017년 6월의 기간 동안 매년 ROE가 가장 높은 5%의 기업들의 주식에 정기적으로 교체 매매하여 투자하였다면 연평균 복리수익률 +1.74%의 형편없는 수익률을 얻은 반면에, ROE가 가장 낮은 5% 기업들의 주식에 정기적으로 교체 매매하여 투자하였다면 연평균 복리수익률 +14.89%의 높은 수익률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 데이터는 ROE의 실체를 꾸미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ROE에 지속 가능성 등 다른 옷을 입혀서 말하는 월가 투자대가들의 조언보다 ROE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대체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수익 사이클 때문에 높아진 ROE는 낮아지기 쉽고 낮은 ROE는 높아지기 쉽다.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ROE의 증가속도는 주가의 상승속도와 상당한 관계가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ROE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월가의 투자대가들처럼 고ROE의 유지 가능성을 예리하게 분석하거나, 아니면 저ROE의 증가속도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위 홍용찬이 제시한 데이터는 개인투자자들이 저ROE의 증가속도에 대한 예측이 틀리더라도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든든하다. 그래도 개인투자자들은 ROE의 증가속도나 유지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법을 배우고 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ROE 주식에 대한 투자에는 반드시 엄격한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그러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ROE가 최저인 기업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투자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mentorforall@naver.com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출처를 표시하면 언제든지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1년 4월 13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원문에 각주 설명을 추가로 더 보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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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15 10: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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