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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의 재무제표Q] CJ CGV, 봄날은 언제쯤? -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차입으로 5000억 확보 - 터키법인 정산금 3500억, 5월 만기
  • 기사등록 2021-04-09 11: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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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경영 현황과 투자 포인트 등을 짚어보는 '이민주의 재무제표Q'를 연재합니다. 자칫 딱딱하고 일상 생활과 무관한 것처럼 여겨지는 재무제표가 알고 보면 재산 증식과 성공 인생의 길잡이임을 제시하겠습니다. 이민주 기자는 미국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워렌 버핏처럼 재무제표 읽는 법' '대한민국 업종별 재무제표 읽는 법' 등을 저술했습니다. Q는 궁금증(Question)에 답한다는 의미입니다]
[더밸류뉴스=이민주 기자]

영화관 사업을 영위하는 CJ CGV의 보유 현금은 지난해 급증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이 회사는 5464억원의 현금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년동기대비 3.09배 증가한 것이다(기타유동금융자산 848억원이 있지만 이 가운데 상당액은 질권(質權, pledge) 설정 예금이므로 제외).


CJ CGV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기업 중 하나였다. 2019년에 CJ CGV 영화관을 10명이 찾았다면 지난해에는 단 3명이 찾았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3257억원으로 전년비 70% 급감했고 영업손실 2036억원, 당기순손실 4665억을 기록했다. 영업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825억원이었다. 


어떻게 현금이 급증했을까.


서울 용산구 CJ CGV 용산아이파크몰. [사진=CJ CGV]

◆CJ㈜ 등으로부터 5000억 조달해 현금 확보 


CJ CGV가 현금이 증가한 이유는 CJ㈜ 등으로부터의 지원 덕분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10월, 12월 세차례에 걸쳐 각각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차입의 방식으로 총 5000억원을 조달했다. 


우선 지난해 7월 CJ CGV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2200억원을 조달했다. 주주배정방식의 조달인데, 자율공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CJ㈜가 주 매입자의 1곳으로 참여했다. 


CJ CGV의 유상증자 내역.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보면 부채비율 1000%↑


3개월 후에는 신종자본증권 800억원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특이한  회계과목(account name)이다. 이름에 '자본'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금액은 이 회사 재무제표의 자본총계에 포함돼 있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이 금액을 과연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이 자금을 조달한 대가로 CJ CGV는 해마다 4.55%의 이자(364억원)를 내야 한다. 2년이 지나면 이자율이 6.55%로 2%p 오른다.    


CJ CGV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내역.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우리는 일상에서 이자를 내기로 하고 외부에서 끌어다 쓴 돈을 '부채'(Debt)라고 부르지만 회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회계에서 부채의 정의는 '갚아야 하는 것'(I owe you)이며, 비록 이자를 꼬박꼬박 내더라도 원금을 갚을 의무가 없으면 부채가 아니다.


CJ CGV는 이 자금을 조달하면서 원금 상환 조건을 '발행일로부터 30년이며 당사(CJ CGV) 선택에 의해 만기 연장 가능'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사실상 갚을 의무가 없는 것으로 인정돼 자본으로 분류된 것이다(회계에서의 자본의 정의는 '부채가 아닌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의 영어 이름은 '영구채권'(부채. Perpetual Bond)이다. 부채라는 의미이다. 만약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분류한다면 CJ CGV의 부채비율은 1000%를 넘게 된다(755% → 1082%. K-IFRS 별도 기준) 


이어 지난해 12월 이 회사는 CJ㈜로부터 2000억원을 차입 형태로 조달했다. 연 이자율 3.80%의 무보증사채 방식이다. KDB산업은행이 대표 인수인으로 참여했고 NH투자증권 등이 인수에 참여했다. 


CJ의 CJ CGV에 대한 자금대여내역.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터키법인 정산금 3500억, 5월 만기도래 


보유 현금 5464억원은 이 회사가 견뎌내기에 충분할까. 얼핏 그럴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의 주석을 보면 '(유동)파생상품부채 3535억원'이 나온다. 이는 CJ CGV가 터키법인(마르스엔터테인먼트)을 인수할 당시 보장한 금액으로 오는 5월 24일 만기가 도래한다.  


CJ CGV의 (유동) 파생상품부채 관련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5464억원에서 3535억원을 빼면 1900억원 가량이 남는다. 이 금액으로 CJ CGV는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까? 


이는 이 회사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면 추정할 수 있다. 

이 회사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는 약 1432억원이다. 이는 단기미지급금 533억원, 단기차입금 300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599억원을 합한 금액이다(단기매입채무 74억원은 소액이고 기간조정가능하므로 제외). 매달 120억원 가량이 만기도래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다 고정비가 연 3774억원 가량이다. 이는 이 회사의 연간 영업비용에서 현금유출이 없는 감가상각비(1520억원)를 제외한 금액이다. 매달 314억원 가량이 고정비로 빠져 나간다는 의미이다.  


이 두가지를 합하면 이 회사에서 매달 빠져 나가는 금액은 434억원이다. 현금 1900억원을 434억원으로 나누면 얼추 4개월 보름이 나온다. 



◆코로나19 끝나면 영화관 찾을까


CJ CGV는 본업을 턴어라운드시킬 수 있을까? 


최근 이 회사에 관해 긍정적 전망을 담은 증권사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가 워낙 나빴으니 올해는 더 나빠지기 어렵다는 요지이다. 주가도 오름세이다. 


CJ CGV의 최근 1년 주가추이. [이미지=네이버 증권]


그런데 궁금증 생긴다. CJ CGV가 고전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가 코로나19 때문일까? 


지난해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기간에 사람들은 영화관을 가지 않고도 영상 컨텐츠를 즐기는 방법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람들은 집안 거실에서 소파에 느긋하게 누워 OTT라는 새 방식으로 영상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OTT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SK, KT가 OTT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기업에 해당하는 CJ㈜가 CJ CGV를 비롯한 계열사 지원으로 현금이 소진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CJ㈜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0억원이다. 국내 20대기업 지주사 가운데 가장 적다. 


CJ㈜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내역. 2020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지난해 말 CJ CGV를 비롯해  CJ ENM,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의 대표이사가 모두 교체됐다. 이들 계열사는 예외없이 실적이 부진했다. CJ CGV 말고도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가 많은 것이다. CJ그룹 차원의 경영 혁신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CJ CGV의 미래도 영향받을 것이다. 



tv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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