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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알면 초격차 보인다] ①삼성전자 '반도체 신화' 반세기만의 비결 - 이건희 전 회장, 사재 털어 한국반도체 인수 - 반세기만에 글로벌 초격차 달성.. D램, 낸드플래시 No.1
  • 기사등록 2021-04-07 14: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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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삼성전자가 '분기(分期) 영업익 9조원' 시대를 열면서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더 벌려놓았습니다. 이에 더밸류뉴스는 국내 1위,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 등에서 만들어낸 '초격차' 현황과 여기에 도달하기까지의 시행착오와 도전 극복 과정을 분석하는 '삼전 알면 초격차 보인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초연결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자와 임직원들이 나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제시하겠습니다]
[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한국반도체라는 회사가 파산에 직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도체’라는 이름에 마음이 끌렸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핵심인 반도체 사업이 우리 민족에게 딱 들어맞는 업종이라고 생각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74년 한국반도체가 부도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에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비를 털어 인수를 결정했다. 당시 한국에서 반도체는 불모지나 다름없었음에도 이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게 "미래 먹거리를 위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가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부합하며 한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고 판단하고 밀어붙였다. 그는 한국이 젓가락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서 손재주가 좋고, 해외와는 달리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등 청결을 중시하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반도체 산업은 미세한 작업이 요구되고 고도의 청정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공정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직접 발로 뛰었다. 그는 ‘반도체 박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훗날 그는 “반도체 사업 초기는 기술 확보 싸움이었다”며 “일본 경험이 많은 내가 거의 매주 일본으로 가서 반도체 기술자를 만나 그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배우려고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이건희 회장은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삼성 반도체의 시작이었다.


고(故) 이건희(왼쪽 두번째) 삼성 회장이 지난 2010년 5월 17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6라인 메모리 반도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삼성]


◆삼성전자 반도체, 점유율∙기술력 모두에서 '초격차'


그로부터 반세기 가량이 흘렀다.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은 결국 통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규모와 품질 모두에서 '초격차'를 만들어냈다.  


우선, 삼성전자 반도체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과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42.1%, 32.9%로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자료=트랜드포스]


삼성전자는 미국, 일본, 대만 등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를 훌쩍 제치면서 현재 D램, 낸드플래시가 포함돼 있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이를 이끈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초격차’라는 책을 써내면서 삼성전자와 ‘초격차’라는 말은 한 몸이 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간 실적. [이미지=더밸류뉴스]

7일 삼성전자는 1분기 경영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 65조원,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7.48%, 영업이익은 44.19% 증가한 역대급이다. 이 가운데 매출액의 27%, 영업이익의 37% 가량이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72조8500억원, 영업이익 18조8100억원, 영업이익률 25.82%였다. 반도체 대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다시 업황이 반등하고 있어 향후 실적도 호조세를 보일 전망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7조9000억원, 3조5000억원일 것”이라며 “메모리 부문은 D램 가격이 반등하면서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평면(2차원)'에서 '입체(3차원)'로... 


규모 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달성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저장 용량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2차원 구조의 낸드플래시를 3차원으로 개선한 제품을 최초로 공개했다. 특히 저장 공간을 높이 쌓을수록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칩 크기와 제조 원가를 줄이면서 오류를 잡아내는 것이 낸드 기술의 핵심이다. 


이후 2019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6세대 128단 V낸드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100단 이상의 셀을 한 번에 뚫는 단일공정(1 Etching Step)으로 만드는데 속도, 생산성, 절전 등의 특성을 동시에 향상해, 역대 최고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0단이 한계로 여겨졌던 3D낸드에서 300단 이상 초고적층(쌓아올림)이 가능한 초격차 기술을 완성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3D V낸드는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층간의 절연상태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어렵고, 전자의 이동경로도 길어져 낸드의 동작 오류가 증가해 데이터 판독시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이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며 6세대 V낸드에 ‘초고속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이후 경쟁사의 176단 낸드 개발 성공 소식이 있었으나 삼성전자는 개의치 않았다. 삼성전자의 128단 낸드는 싱글 스택인 반면 경쟁사의 176단은 더블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낸드를 더블로 단순 계산하면 256단이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200단 이상의 낸드를 개발 중이며 7세대 V낸드 양산 시점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경쟁사가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1~2년 가량이 걸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D램, 빛으로 회선 그린다


D램 역시 메모리 반도체 업계 최초로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해 초격차를 이어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EUV 전용 신규 생산라인인 평택 ‘V2’를 가동했다. EUV는 빛으로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회선을 그리기 때문에 회로의 선폭을 줄여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성능·수율(완제품 비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세계 최초로 HKMG 공정이 적용된 DDR5. [이미지=삼성전자]

앞서 2014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범용 D램인 DDR4 메모리에 4단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 공정을 적용해 64GB에서 256GB까지 고용량 모듈 제품을 서버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업계 최초로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 HKMG)' 공정을 적용한 업계 최대 용량의 512GB DDR5 메모리 모듈을 개발했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기존의 DDR4 대비 2배 이상의 성능이며, 향후 데이터 전송속도가 7200Mbps로도 확장될 전망이다. 이는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2편 정도를 처리할 수 있는 속도이다. 또한 이번 제품에는 범용 D램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8단 TSV 기술이 적용됐다. 세계 최초, 업계 최초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것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4세대 10나노급 D램, 7세대 V낸드 개발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부회장)은 “메모리는 시황 변동이 큰 상황에서도 1위 업체로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며 반도체 사업 실적을 견인했다”며 “메모리는 4세대 10나노급 D램, 7세대 V낸드 개발로 선단 공정에 대한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하고 데이터 센터 등 고성장 시장 선점을 위한 제품 차별화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초격차는 한국의 국가 경쟁력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비 5.6% 증가한 99억달러(약 108조원)로 신기록을 갱신했다. 이같은 반도체 수출액 증가에 삼성전자가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무한경쟁 시대, 초격차 롤모델 제시


초격차는 글로벌 초연결 무한경쟁시대에 기업과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 키워드이다. 원시시대 원시인은 자신이 살아가는 마을에서 노래든 춤이든 1등이기만 하면 한평생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지만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지금의 정보화 시대에는 세계에서 1등이 돼야 하고, 그러자면 초격차는 살아남기 위한 키워드가 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시간이 흐를 수록 초격차를 더 벌리면서 기업과 개인에게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관한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초격차'에 도달하기까지 그간 무엇을 했을까. 



[잠깐] 반도체의 정의와 유형  


반도체(Semi-conductor)란 '절반(Semi)'이라는 용어가 의미하듯이 전기가 통하는 '도체(導體)'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不導體)'의 중간 정도되는 물질을 뜻한다. 반도체에 전기를 적절하게 통하게 하면 정보가 저장되기 때문에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와 자동차, TV 등의 일상용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반도체는 정보 저장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 처리 용도로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나뉘는데, 핵심은 메모리 반도체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NAND Flash)가 대표적인데 낸드플래시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저장된다. 반면 ‘휘발성 메모리’인 D램은 초단기 저장장치로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만 데이터가 유지된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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