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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귀하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아모레퍼시픽이 존재할 수 있었다. 회사와 동료를 향해 보여준 믿음과 애정을 기억하겠다"


지난 7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희망퇴직을 한 직원들에 보낸 편지를 전달했다. 회사는 퇴사한 직원들에게 서 회장이 직접 쓴 편지와 선물 등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병주고 약주냐’며 냉랭한 시각을 보냈다. 그러나 문제는 선물이 아니다. 서 회장의 흔들리는 경영이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창사 75년 만에 최초로 희망 퇴직을 단행했다. 희망퇴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많은 직원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편지에서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한 시간이 부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소망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퇴사한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지 의문이다. 이번 희망퇴직의 이면에는 이어진 실적 부진 영향이 크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그룹)의 실적 부진은 2017년 이후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만을 탓하기엔 매년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는 경쟁사 A기업에 1위(실적 기준)를 내줬는데 A기업은 지금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A기업의 2019년 영업이익은 1조1764억원으로 전년비 13.19% 늘었다.


아모레G의 2019년 영업이익은 4982억원으로 전년비 9.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역시 전년비 11.24% 줄어든 427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코로나19 여파에도 A기업은 희망퇴직을 받지 않았다. 이번 영향을 피해간 것이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몇 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으로 직원 수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기준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의 직원 수는 114명, 6064명으로 전년비 각각 6.56%, 1.6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 회장의 임금은 전년비 10.12%(아모레G), 26.33%(아모레퍼시픽) 증가했다.


실질적으로 서 회장의 경영 실패를 직원들이 고통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는 서 회장이 급여를 50% 반납하기도 했으나 고질적인 실적 부진 추세에서 벗어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서 회장이 2015년 강조했던 ‘2020년 매출 12조원, 영업이익률 15% 달성, 해외매출비중 50%’ 등도 역시 지켜지지 못할 전망이다.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누적 기준 3분기 매출액은 각각 3조6687억원, 3조2752억원이었다. 공식 실적이 나오지 않은 4분기에만 약 9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률(연결 기준) 0.83%, 5.15%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경영에 실패하면 타격을 받는 것은 직원들”이라며 “서 회장은 희망퇴직자에게 선물 등을 보낼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상황에서 탈피할 경영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 및 그룹 연간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지난해 가맹점주들은 제품 가격이 온·오프라인 가격 차이가 크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온라인 몰 가격이 훨씬 저렴해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이 일로 서 회장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당시 서 회장은 국감을 이틀 앞두고 근육통, 고열 등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결국 증인으로 섰다. 2013년 아모레퍼시픽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로 서 회장이 국감에 불출석한 이후 처음으로 서게 된 것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서 회장은 가맹점 상생 방안을 더 모색하겠다고 했으나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실적은 정체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이니스프리는 매출액 803억원, 영업손실 2억원 △에뛰드는 매출액 266억원, 영업손실 51억원 △에스프아는 매출액 102억원,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매출액은 모두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적자전환(이니스프리, 에스쁘아)했다.


이제 막 2021년이 밝았다. 저문 해는 뒤로 보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모레퍼시픽과 점주들이 상생하며 ‘윈윈’해야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 회장이 앞선 우려사항을 딛고 안정감 있는 경영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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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1-22 15: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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