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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 육성하는 정부의 역설···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 서민 위한다는 금융위 금리 인하 정책···되려 취약계층 피해 우려
  • 기사등록 2020-12-15 17: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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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현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벼랑 끝에 선 취약계층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은행 대출 폭증에 정부는 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며 대부업체까지 대출을 중단하거나 문턱을 높였다. 역설적으로 불법 사금융은 슬쩍 광고를 늘리며 시장을 잠식하려는 상황이다.


금융위가 위치한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사진=더밸류뉴스]지난달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4%에서 20%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권 연체율 상승이 우려되고,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금융사들 역시 대출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로 인해 예상되는 취약계층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컸다. 그러나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부작용을 고려하더라도 더 큰 이익을 위해 일부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입장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최고금리를 낮추면 대부업체 혹은 저축은행 등의 금융사는 신용등급이 낮은 이용자에게는 더 이상 대출을 해줄 수 없게 된다. 금융위는 약 3만9000명가량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퇴출’되는 것과 다름없다.


금융위 역시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비해 ‘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의 공급을 확대하고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안이나, 이는 정부가 매번 법정 최고금리를 내릴 때마다 내놓는 원론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햇살론은 대출을 위해 필요한 일정 자격이 있어 정작 불법 사금융에 내몰린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아니며, 불법 사금융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고 근절할 경우 취약계층의 돈줄을 아예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앞서 금융위는 제도권 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계층을 약 31만6000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갈 경우 약 57만명의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로 대부업계 대출 중단이 속출할 경우 대출을 받고자 해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서민들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은 11.8%로 4년 전인 2015년 21.2%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반대로 감소한 수치만큼 불법 사금융의 이용률이 증가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역설적으로 불법 사금융 시장을 키운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불법 대부업 피해 상담건수는 월 평균 434건으로, 전년비 51%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취약계층을 노리는 불법 사금융의 피해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정책은 결국 서민들을 옥죄는 족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서민금융의 한 전문가는 “정부는 선의로 포장된 정책이 되려 시민들을 궁지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lleyway9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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