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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아는 분의 친구가 여윳돈 수억 원을 라임 펀드에 가입하여 손해를 보게 되어 소송을 준비하는데,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변호사를 소개해 준 적이 있다. 은행권 DLF, 신라젠, 라임, 옵티머스 등 근년에 들어 금융 사고가 다른 때보다 많고, 그 문제된 금액이 적지 않아서, 사람들의 금융에 대한 인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치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필자는 가치투자자도 이런 금융 사고에 쉽게 연루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부동산 투자도 여의치 않고 은행 이자율이 1~2%정도밖에 되지 않는 저금리 시대에, 원금도 보장해주고, 수익률이 최대 연 5~25%라고 하면 돈 많은 사람들은 귀가 솔깃해 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수익을 보장하는 파생금융상품이나 펀드의 구성 원리를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교수가 말하는 미스터 마켓(Mr. Market)의 조울증 때문에 자신의 자산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가 없다. 또 안다고 하더라도 VIP대접을 해주면서 절대로 안전하다고 안심시키거나, 어느 돈 많은 기관에서 대량으로 투자했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면 대체로 안심하고 가입하게 된다. 아는 분의 친구도 이런 케이스에 해당된다.


주로 우리은행이 판매하여 2019년에 문제가 된 DLF(Derivative Linked Fund, 파생결합펀드)는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0.2% 이상이면 연 3~5%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0.2%를 하회하면 0.1%포인트(p) 초과 하락할 때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하고, 금리가 -0.7% 아래로 떨어지면 전액 손실을 보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언뜻 보면 안전하고 좋은 구성 같아 보이지만, 당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동 DLF 전체 판매잔액의 예상손실액이 95.1%(120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은 원금 1266억 원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62억 원으로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최소 34.9%에서 최대 98.1%까지라고 알려져 있다.


라임사태는 대략 피해자가 4000여 명, 피해규모가 1조 6700억 원에 이른다.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펀드런 위기를 맞아 결국 환매중단을 선택하였다. 재주 좋게 모자(母子)펀드를 구성하고, 자(子)펀드를 모(母)펀드에 가입시키고 자펀드를 사람들에게 팔아서 돈을 모으는 신출귀몰한 방법으로 재주를 부리던, 라임자산운용의 모펀드는 결국 반토막이 났고 자펀드 중 일부는 -100%를 초과하는 전액손실을 냈다. 라임자산운용의 인공지능 펀드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100%를 초과하는 손실을 내서 돈을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났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증권사 등의 펀드 가입권유를 통해 투자자 2900여 명으로부터 1조 2000억 원(혹자는 1조5000억 원대 펀드 상품을 팔았다고 한다)을 모은 뒤, 안정적인 정부채권에 투자한다고 하면서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가 5500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되어 결국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켰다.


DLF는 이름 그대로 파생상품(derivatives)이며, 원래 파생상품이란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인데, 독일 10년물 국채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금리가 변하는 것으로 전문가도 좀처럼 그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라임이나 옵티머스의 경우에는 펀드의 세부 구조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사모펀드’를 이용한 것이라서 투자자는 그 내부 사정을 알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반면에, 가치투자 신봉자들은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금융시장을 바라보게 된다. 가치투자자들은 대체로 벤저민 그레이엄 교수의 이론에 따라 미스터 마켓의 조울증을 알고 있으며, 그래서 시장이 늘 변덕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대체로 그레이엄 교수의 가르침에 따라서 기업의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치 있는 기업을 찾아서 미스터 마켓의 조울증 증세가 심각하여 그 기업의 가격이 기업의 가치를 밑돌 때에만 투자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역사상 최고의 가치투자자로 알려져 있는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은 여타 자산운용사들과 마찬가지로 외부 투자자의 돈을 받아 투자를 하였지만 철저하게 가치투자만 고집하여 그 자신은 당대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오르고, 투자자들을 모두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가치투자자와 그렇고 그런 투자자의 차이가 확연하다. 가치투자는 이론 자체가 투자하는 기업의 가치를 꼼꼼하게 따지도록 되어 있고, 수익률도 높기 때문에 가치투자 신봉자들은 쉽게 금융 사고에 말려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금융의 시대에는 가치투자를 학습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치투자만 가르치는 대학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mentorfor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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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0년 12월 12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원문에 각주 설명을 추가로 더 보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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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12 1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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