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제조기업 대웅제약(069620)의 재무제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생물학 제재 제조기업 메디톡스(086900)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관련 ITC(미 국제무역위원회)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재정 출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소 시 주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PER(주가수익비율)은 363배까지 치솟은 실정이다.
지난 7월 ITC 예비판결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웅제약 실적에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자사 제품 ‘나보타’를 10년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최종 결과에서도 패소할 시 미국에서의 퇴출은 물론 해외 각국에서의 소송도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나보타 매출액은 445억원으로, 연매출(1조1134억원)의 4%를 차지한 바 있다. 수출 규모(332억원)가 내수 규모(113억원)의 약 3배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ITC 판결에 대웅제약의 글로벌향 매출은 물론 기업의 명예가 걸려있는 상황이다.
조사 결과 균주 관련 소송비용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기별 집계된 소송비용은 △지난해 3분기 104억원, △지난해 4분기 68억원, △1분기 137억원, △2분기 80억원 △3분기 45억원 순이다. 6.5%의 영업이익률을 선보였던 지난해 2분기 이후 대웅제약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1.16%, △지난해 4분기 0.52%, △1분기 0.55%, △2분기 -2.10% △3분기 2.82%를 기록 중이다.
비교적 2분기까지 선방하던 대웅제약의 부채비율이 3분기 결국 상승을 기록했다. 7월 ITC 예비판결로 미국향 나보타 판매 금지 등 악재가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3분기 부채총계가 자본총계를 넘어섬과 더불어 유동부채 증가는 유동비율의 폭락을 견인하며 97.27%의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3분기 대웅제약의 순차입금은 전분기비 16.17%(538억원) 증가한 3865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차입금이란 당장 있는 현금을 빚 갚는데 썼음에도 남아있는 빚을 의미한다. 3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05억원으로, 전분기(518억원)에 비해 13억원밖에 줄지 않았으나, 대폭 증가한 총차입금이 순차입금 상승을 견인했다.
순차입의존도 역시 순차입금 오름세에 따라 상승하며 68.61%를 기록했다. 아울러, 3분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을 기반한 대웅제약의 PER은 332.35배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3시 9분 현재 대웅제약 주가 10만3000원 기준)
일각에선 제약업계 특성상 실적만으로 기업을 평가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동일업종 평균 PER이 118.31배인 것을 감안할 때 대웅제약의 주가는 현재 고평가됐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제약업계가 동등하게 재평가 및 조정받았기 때문에 동일업종 내 비교는 유효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