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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책임 통감' 전혀 없이 '밥그릇' 싸움 여전

- 윤석헌 "기관 독립성 보장해야" VS 은성수 "금감원 예산 감사 역할 필요"

- 정무위서 野 라임·옵티 추궁 "썩은내"…옵티 연루 청와대 前행정관 불출석

  • 기사등록 2020-10-24 04: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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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조창용 기자]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고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일말의 책임 통감'도 없이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기관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감원 예산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대두됐다.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답변하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더밸류뉴스]23일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윤 원장은 '금감원이 금융위로부터 독립돼있지 못하다'는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예산이나 조직, 인원 등에 있어서 모두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원장은 “(금감원의) 의지대로 즉시 시장 상황을 감독 집행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윤 원장은 이날 금감원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보면 독립성 확보를 위한 요건은 예산의 독립이고 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금융위의) 금융정책 권한 아래에서 금융감독의 집행을 담당하는 상황이라 예산과 조직 인력 문제가 예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은 위원장의 입장은 달랐다. 은 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은)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며 "한국은행 예산도 기획재정부가 보듯 금감원의 예산과 인원은 누군가 승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관 독립성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 2008년 이후 모호한 권한을 놓고 12년째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전까지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이 금융정책을 맡고,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감독을 담당하는 구조였지만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를 신설하면서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총괄토록 했다. 금융위가 금융산업과 금융감독 정책 수립을 하고 금감원이 검사·제재 등 감독 집행 기능을 위탁받는 구조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금융위가 금융산업의 육성과 금융감독이라는 상치되는 목적함수를 같이 안고 출발했다"며 "저희는 그 출발에서부터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두 기관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두고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전수조사로 감독 과정에서 빠뜨렸던 부분들을 재점검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만 금감원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책임의 화살이 자신들에게만 쏠리는 데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금융위가 사모펀드 육성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해 부실 운용사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한 측면도 있음에도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노조는 지난 6월 “잇단 사모펀드 사태는 투자요건 완화, 인가 요건 완화, 펀드 심사제 폐지 등 금융위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때문”이라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피감 대상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향해 "옵티머스가 3년 넘게 대국민 사기를 치는데 금융 당국에서 전혀 적발하지 못한 상황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심지어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됐던 금융감독원 김모 전 팀장은 라임 사건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며 "금융시장에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이던 김 전 팀장에게 라임 관련 문서를 유출한 금감원 직원이 유흥업소에서 함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금감원도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 직원에 대한 감사 사실을 알고 있다며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이후 답변에서 "조사 결과 직원 조모 선임을 내규 위반으로 감봉 징계 조치했다"며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와서 내부 감찰을 거쳐서 징계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행정관에게 자료를 건네준 것으로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이영 의원은 옵티머스에 투자한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전력 등을 나열하며 "사모펀드에 처음 투자한 업체도 있다. 대규모 조직인데, 보통 전결권 있는 임원이 하라고 해야 투자가 집행되지 않을까"라고 묻기도 했다.


윤 원장은 이에 "충분히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짧게 답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금감원의 옵티머스 실사 결과가 11월 중 발표 예정으로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는 윤 원장의 말에 "(직원이) 몇천명이 되는데 인력 부족 이야기하는 게 답답하다"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 질의에 집중했다. 다만 홍성국 의원은 "옵티머스에 투자한 기업과 투자자 명단이 무분별하게 공개되고 있다"며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금융실명제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옵티머스 펀드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은 결국 이날 국감장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일 검찰 수사, 임신 등을 이유로 정무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정무위 간사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의혹이 있으면 있는 대로 해소를 해야 하는데 증언대에 서지 않는다"며 "의혹을 자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creator20@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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