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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毒인가, 藥인가] ③사익추구 부작용 해법 필요

-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허용하면 한국 재벌과 대기업이 개입할 것"

- "적대적 M&A가 사실상 없는데 여기애 대비하는 차등의결권 무의미"

  • 기사등록 2019-06-21 08: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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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최성연 기자]

"포드자동차의 포드 가족(Ford's family)이 똘똘뭉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은 차등 의결권 덕분이다. 80여명의 포드 가족은 차등의결권 덕분에 일사불란하게 뭉쳐 정부 지원없이 회사를 살려냈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도 A, B주로 나뉘어 차등의결권이 부여돼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관한 이날 '창업 생태계 활성화 제고를 위한 차등의결권 토론회'에서는 차등의결권의 장점을 소개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 토론회를 주관한 최운열 의원은 "벤처기업법 개정안에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면 경영권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 부채 위주의 자금조달 유인을 낮추고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벤처기업이 꾸준히 성장해나가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미국의 포드자동차,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비롯한 해외의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소개됐다. 그런데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창업생태계 활성화 제고를 위한 차등의결권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연구원] 

◆ "차등의결권 없이도 위기 극복한 기업이 더 많아"


윤진기 경남대 법대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수많은 미국 기업의 대부분은 차등의결권을 갖지 않고 있었다"며 "차등의결권을 가진 포드 자동차 회사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기업은 차등의결권 없이도 위기를 극복했다"며 "특별한 케이스를 바탕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의 노종화 변호사도 지난 3월 경실련 등 시민단체 주최로 진행된 '차등의결권 도입 문제진단 및 지배구조개선 상법 모색 토론회'에서 동일한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노종화 변호사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찬성하는 진영에서 알파벳(구글 모회사), 페이스북 등을 차등의결권 도입의 성공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기술과 사업아이템,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기업활동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이지, 차등의결권 덕분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을 비롯해 차등의결권 없이도 경영 혁신으로 실적 개선과 주주 가치 업그레이드에 성공하는 기업은 셀 수 없이 많다"고 덧붙였다. 


차등의결권이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종화 변호사는 "한국의 스타트업과 벤처 생태계를 살펴보면 자금 지원이 정부의 모태펀드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정부의 각종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스타트업과 벤처에 차등의결권이 도입된다고 한들 투자 유치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한국에서는 적대적 M&A 사실상 전무.. 차등의결권 도입 무의미"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협으로부터 창업가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노종화 변호사는 "국내 상장 시장에서는 적대적 M&A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며 "적대적 M&A가 사실상 벌어지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대비하는 차등의결권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M&A에 나선 적은 없다. 해외 헤지펀드들은 국내 기업의 지분을 5% 미만으로 매입해 경영권을 위협할 의도는 애초부터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재벌이 차등의결권 가진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 가능"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서보건 변호사는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재벌 3세나 4세 또는 그들의 친인척이 비상장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이들이 차등의결권을 가진 비상장 벤처기업 지분을 매입해 기업을 상장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서보건 변호사는 "일단 제도가 한 번 도입되면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유의 재벌 구조를 가진 한국 자본시장에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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