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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식에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자의 경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가진 차등의결권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차등의결권의 개념과 장단점을 심층분석하는 '차등의결권, 毒인가, 藥인가'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차등의결권이 한국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봅니다]


[더밸류뉴스=최성연 기자] "차등의결권은 시대 역행적이다.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 순위가 밀린 것도 차등의결권 때문이다."(조명현 고려대 교수. 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한국의 벤처기업에게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 벤처기업 창업자가 경영권을 잃을 걱정없이 회사를 키우는데만 전념한다면 한국은 제2벤처붐을 꽃피울 것이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한국 자본시장에 '차등의결권'이 이슈로 등장했다. 최근 중기벤처부를 비롯한 일부 정부부처가 차등의결권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등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진행된 '차등의결권 도입 문제 진단 및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부ㆍ더불어민주당,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도입해 창업가 정신 북돋워야"


차등의결권이란 일부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자의 지배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등의 경제단체들은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이유로 차등의결권의 전면도입을 주장해왔고, 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차등의결권의 도입 이유는 뭘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가 관심을 쏟고 있는 '제2벤처붐' 조성과 관련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차등의결권 도입 움직임은 지난해 8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안은 벤처기업에만 한정해 1주당 2개 이상 10개 이하 의결권을 갖도록 규정했다. 다만, 차등의결권주식을 양도하거나 상속하면 그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변한다. 

최 의원은 차등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은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한정하고, 이를 위해선 총주주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해 재벌기업이 혜택을 보지 못하도록 계획했다. 이를 위해 자산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자세한 규정은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하거나 시행령으로 둘 수 있다고 했다.  


이 법률은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로 "벤처기업 창업자의 창업정신 유지를 통한 창업자의 철학과 노하우의 전수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제도 허용을 통해 '기술・혁신 창업 활성화' '벤처기업에게 성장 사다리 제공' '새로운 창업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함으로써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경영권 위협을 최소화하고, ‘벤처창업’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재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등의 경제 단체와 자유한국당은 수년전부터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이유로 차등의결권의 전면도입을 주장해왔다. 


◆ 경실련 등 시민단체, "소유 지배 강화에 이용될 것"


그렇지만 경제정의실쳔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종화 경제개혁시민연대 위원(변호사)은 지난 3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차등의결권 도입 문제 진단 및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모색 토론회'에서 "정부가 제도를 통해 위와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거나, 사회적인 당위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차등의결권을 통해서는 위와 같은 목적을 사실상 전혀 달성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종화 위원은 "차등의결권의 목적은 소유・지배 강화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소유・지배를 강화하는 것은 주식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로 인식되는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 2003년 소버린의 SK 경영참여 시도로 처음 공론화


한국 자본시장에 차등의결권 논의가 처음 공론화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진정되시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이었다. 

2003년 글로벌 펀드 소버린이 SK에 대한 경영참여를 시도하고, 칼 아이칸이 2006년 KT&G와 지분 경쟁을 벌이는 등 외국 자본들이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이슈화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경영권 방어장치 강화 요구가 불거졌다. 

이에 2005년 법무부는 산하 위원회로 ‘회사법 개정특위’를 설립해 포이즌필을 의제로 선정하여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7년 삼성전자와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은 포이즌 필 도입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의 반발로 무산된 바가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아예 '포이즌 필'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삼았으며, 당시 법무부가 주도하여 포이즌 필 도입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이명박 정부 내에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경제개혁연대가 포이즌 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당시 실세 장관으로 여겨졌던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과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결국 포이즌 필 도입은 무산됐다. 


그런데 2015년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 관련 지분 경쟁을 벌이자 전경련을 중심으로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 도입 주장이 강하게 대두됐고,  새누리당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렇지만 입법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2016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선임요건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민주당 의원들을 통해 발의됐다. 2017년 초 국회 법안심사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차관은 이러한 상법 개정안을 논의하려면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도 같이 논의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지난  3월 법무부는 과천청사에서 열린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렇지만 대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로도 맞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c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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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6-18 08: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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