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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주주행동주의] ③'주주권 행사' 교과서 미 캘퍼스 - '비공개 대화→중점관리대상 선정→주주권 행사→ 연대'의 4단계로 진행 - 비공개 대화에서 대부분의 주주권 관철
  • 기사등록 2019-06-11 08: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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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지윤석 기자]

국민연금의 바람직한 주주행동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California Public Employee Retirement System. 캘퍼스)을 살펴보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캘퍼스 구성원 현황 [이미지=더밸류뉴스]


캘퍼스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과 교육공무원, 지방 공공 기관 공무원에게 은퇴연금과 의료보장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 최대 연기금이다. 1932년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들을 위한 연금으로 출발한이래 1939년 공공 기관과 지방정부 공무원까지 가입 대상이 확대되면서 덩치가 커졌다. 지난해 운용규모가 2900억달러(약342조원)에 이르고 있다. 


캘퍼스를 비롯한 글로벌 연기금들이 주주행동주의를 실현하는 프로세스는 '① 비공개 대화 → ② 중점관리대상 선정 → ③ 적극적 주주권 행사 → ④ (다른 기관투자자들과의) 연대'의 4단계로 요약된다. 


캘퍼스는 지난해 미국의 공공기관 근로자 연금에 소비된 1달러가 캘퍼스 투자수익(59센트), 캘퍼스 고용주(28센트), 캘퍼스 멤버(13%)로 구성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지=캘퍼스 홈페이지] .

◆ 글로벌 연기금, 1단계 '비공개 대화' 에서 대부분의 의사 관철 


이들 4단계 가운데 글로벌 연기금이 중요하게 여기는 첫번째는 '비공개 대화'이다. 다시 말해 캘퍼스를 비롯한 글로벌 연기금은 지배구조개선 등의 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주주권 실현의 절반 이상이 대상 기업 이사회와의 비공개 대화 과정에서 해결되고 있다. 


이렇게 비공개 대화에서 지배구조 개선 등의 요구가 해결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기업이 글로벌 연기금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2단계의 '중점관리대상'에 선정되고 공격적인 주주권 행사가 닥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의 내용이 정당한 요구이고 해당 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 교직원연금보험(TIAA-CREF)은 5000억 달러(약 536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미 교직원연금보험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사회적 책임 투자를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배구조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이 있으면 일차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효과가 없으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기업의 개선 노력을 촉구한다.


◆ 캘퍼스, 20년 재임하던 마이클 아이스너 월트디즈니 회장 퇴진시켜


다음으로 중점관리 대상기업 선정이다. 

캘퍼스는 1987년부터 매년 기업의 경영 성과와 주가, 지배구조 등을 평가해 ‘포커스 리스트'라고 하는 집중관리 기업리스트를 발표해 왔다. 경영실적이 나쁜 기업 중 기업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관찰리스트를 작성하여 기업 스스로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처음에는 포커스 리스트에 오른 기업 중 10% 미만의 기업만이 캘퍼스가 제안한 정책을 수용했다. 그렇지만 최근 캘퍼스가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기관투자가들과의 연대전략을 추진하자 포커스 리스트에 오른 기업 중 80% 이상이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네덜란드 사회보장기금(PGGM)은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의 포커스 리스트와 유사하게 지배구조 개선 등이 필요한 기업들에 대해 '워치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다.


글로벌 연기금의 주주권 제안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2004년 캘퍼스의 마이클 아이스너(Michael Eisner) 월트디즈니 회장 퇴진 요구는 글로벌 연기금의 주주권 제안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해 3월 캘퍼스는 월트디즈니의 주주총회에서 20년째 회사를 이끌어 오던 아이스 너 회장에 대해 5-6년간 누적된 실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퇴진을 요구했다. 아이스너 회장은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했으니 결국 사표를 냈다. 이는 글로벌 연기금의 위력을 보여준 '사건'으로 남아있다. 

마이클 아이스너 전 월트디즈니 회장. [사진=마이클 아이스너 공식 홈페이지]

캘퍼스는 2003년 뉴욕증거래소(NYSE)의 리처드 그라소 회장을 퇴진시키는데 일조했고, 시티그룹과 코카 콜라의 경영진 교체를 시도한 사례도 있다. 2011년에는 애플에 주주 과반수가 찬성해야 이사 선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다수결의제를 도입하도록 하여 관철시키기도 했다. 


또, 네덜란드 공적연금(APG)은 '사회적 책임투자 원칙(ESG)'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 가운데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은 철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노르웨이 연기금(GPFG)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투자관리청(NBIM)도 ESG를 원칙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의 자금을 운용하는 네덜란드 APG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영행위에 대해 엄격한 대응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2012년 APG는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 할 때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 남동부 펜실베니아 운송기금(Southeastern Pennsylvanian Transportation Authority)은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배권 강화를 위해 1주 10표의 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 하자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해 관철시켰다. 


◆ '연대' 통해 주주권 효과 극대화


마지막으로 의결권행사 방향의 공표와 다른 기관투자자와의 연대가 있다. 

캘퍼스는 포커스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주주들과 연대하여 경영진을 압박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특히 캘퍼스와 연대하고 있는 기관투자들도 ‘집중관찰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캘퍼스와 같은 주주권 행사를 함으로써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하고 있다. 


캐나다의 국민연금운영위원회(CPPIB)는 내부규정에 맞지 않게 스톡옵션을 발행하거나 주주권리를 변경하는 경우, 보통주의 증가, 합리적 이유 없이 출석률이 75%에 못 미치는 이사의 재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비율이 높다. 


2009년 한해동안 CPPIB는 해당 기업 경영진이 제안한 2만 9238개의 안건 중 15%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2010년 한해동안에는 해당 기업 경영진이 제기한 3만 475개의 안건 중 11%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CPPIB가 이사의 과다한 보수 문제 등에 관심을 두고 엄격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CPPIB는 의결권 행사 한두 달 전에 의결 안건에 관한 찬반 여부와 그 이유를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공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른 주주들의 연대를 이끌어 내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jy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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