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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주주행동주의] ②한계 드러낸 올 상반기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 국민연금,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행사 포기 적정성 놓고 감사원 감사받게 돼

- 보건복지부측, "대한항공에 주주권 행사하면 102억 차익 포기해야" 사전 설명

  • 기사등록 2019-06-09 14: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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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지윤석 기자]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적정하게 했는지를 놓고 감사원 감사를 받는다. 감사원은 지난 5일 자문위원회를 얼어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기준과 집행이 적정했는지에 관해 감사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4월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주주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관련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권위의 시민단체가 국민연금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올 상반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한계가 분명했다. 

 

지난해 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을 계기로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 중점관리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비공개 대화 →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의 선정 → 공개 중점 관리기업의 선정 → 주주권행사와 연계'의 순서로 주주권행사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경실련, 경제개혁시민연대,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정춘숙, 채이배 주최로 진행된 '2019 스튜어드십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서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국민연금, 대한항공에 주주권 행사 포기 


하지만 올 상반기 국민연금이 이 방침을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놓고 KCGI와 공방을 벌였던 대한항공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해 정관변경, 이사해임 등의 경영참가형 주주권 행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며 "대신 한진칼에 대해서만 경영 참가형 주주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은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측은 대한항공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할 경우 6개월간 단기매매차익 102억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설명했다. 


이장우 교수는 "단기매매차익은 향후 6개월치를 반환하는 것이지, 과거 6개월치를 반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연금은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므로 경영참가형 주주권 행사를 선언한 후 단기매매차익을 챙기기 위해 주식을 처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102억원이라는 수치까지 계산하여 수탁자책임 전문위원들에게 경영참가 주주권행사에 유의할 것을 강조한 배경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도정 에셋디자인 투자자문 대표는 "자본시장법의 이른바 '10%룰'에 따라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선언하는 경우 그 이후 6개월치의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면 된다"며 "향후 단기매매를 하지 않기로 하고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하면 되는 것인데도 보건복지부 연금관리 담당자들이 마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선언 전 6개월치의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것처럼 반환예상 단기매매차익까지 계산해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에 놀란 수탁자책임전문위원들이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은 논란 거리"라고 덧붙였다. 


이장우 교수는 "위탁운용사에 투자를 일임하여 운용하는 경우 빈번한 단기매매를 하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탁운용사가 투자일임형태의 운용과정에서 수수료 수입을 목적으로 과도한 단기매매를 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수탁자책임위원회, 대한항공 주총 이틀 앞두고 회의 개최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운용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한항공 주주총회(3월 27일)을 불과 이틀 앞둔 25일 의결권행사 결정을 위한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개최됐다.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이 1% 이상인 상장회사에 대하여 의결권 행사내역을 사전공시하기로 했고, 대한항공은 이에 해당하므로 의결권 행사내역을 사전공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주총 1주일 전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 결론을 못 내리는 경우 최종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에 결정을 올려야 하는데, 주총 2일 전에 수탁자책임위원회를 개최하면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할 수 없어 의결권 행사 결정을 못하고 기권처리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3월 25일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다음날로 미루어 대한항공 주총 하루 전 저녁에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내의 주주권행사분과와 책임투자분과 합동회의를 통해 조양호 이사연임 반대의결을 했다.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의결권행사 위임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간 국민연금은 자체적으로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해왔는데,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이사의 연임안건과,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의 연임안건 등 몇몇 안건에 대해서만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의결권행사 자문을 구했다.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의결권행사 결정을 수탁자책임위원회에 넘겨 기권 처리를 유도하려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다.


김도정 에셋디자인 투자자문 대표는 "국민연금 내부기관에서 의결권행사를 결정하는 사안과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의결권 행사 자문을 맡기는 사안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y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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