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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주주가치 극대화의 빛과 그림자 -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주주가치 극대화에 기반한 기업 경영
  • 기사등록 2019-04-15 19: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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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지윤석 기자]

주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연일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주주가치 극대화’이다. 주주가치 극대화란 주주의 이익 창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목표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주주가치 극대화에 기반한 기업 경영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11월 28일 "미국은 단기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며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은 이론상 지극히 당연한 데 왜 이런 주장들이 있는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삼성본관 빌딩. [사진=더밸류뉴스]


◆한국에 불어오는 '주주 자본주의' 바람


흔히 영미모델이라 부르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는 경영목표를 단순히 기업의 이윤극대화에 두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최대의 배당을 안겨주는 것에 두며 주주가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주식 시장을 통한 기업 견제' 모델이며 재벌 체제를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시대를 연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부회장은 '주주가치 극대화' 방침을 발표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은 기대감으로 바뀌어 현대차그룹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런 시장의 민감한 반응은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대변한다 할 수 있겠다.


달튼 인베스트먼트가 대한민국에 보낸 서신. [자료=달튼 인베스트먼트]

특히 지난 2월 20일에 국내 행동주의 운용사들의 연합체인 임프르브코리아(improvekorea)에 올라온 서신을 보면 4조원을 운용하는 미국의 달튼 인베스트먼트가 한국 기업 관행과 제도로 인한 주식시장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재벌 체제가 고착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은 주주들을 무시하는 관행이 행해지고 있으며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이기 보다는 대주주의 경영승계나 소액주주의 이익을 빼앗아 대주주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는 기업들이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주주의 권리라 할 수 있는 배당은 쥐꼬리 수준이다.


이런 기업들의 나쁜 관행들로 인해 한국의 주식시장은 저평가되어 있고 투자자금은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부동산에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주주 자본주의'를 이룩하면 기업들이 소액주주권리의 강화, 사외이사제도의 확대, 경영의 투명성, 이윤중심의 경영, 가치중시 경영전략을 펼치도록 만들 수 있으며 저평가되어 있던 한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폐해가 순기능을 압도하는 '주주 자본주의'


하지만 '글로벌스탠더드'라는 찬사와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주주 자본주의가 좋은 제도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내저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폐해가 순기능을 압도한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요지를 보면 외국 자본에 넘어간 은행이 국가경제보다 단기성과에만 치중하고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집착하는 구조로 변했다는 것이다.


영미식 '글로벌스탠더드'를 주창했던 삼성경제연구소도 이제는 비판에 앞장서고 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는 『월간 말』 2003년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주주 자본주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영국은 유럽연합 15개국 중 밑에서 5등 안에 드는 2류 국가로 전락했다며 주주 자본주의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주 자본주의 토양 위에 있는 미국 주식시장이 자금유출창구로 변모한 것을 보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이 발달할수록 기업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보다는 주주들이 이익을 환수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실제로 2005~2014년 사이에 미국 자본시장을 살펴보면 비(非) 금융기업에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으로 순 유출된 돈은 연평균 3660억달러(약 41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주주들은 기업이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할 몫과 경영에 필요한 자금까지 빼냈고, 결국 근로자에 대한 착취도가 매우 증가했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이런 주주가치 극대화를 통해 사회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할만한 이론은 없다"며 "불완전한 자본시장에서 주주가치 극대화는 결코 사회적 가치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은 이런 상황과 일맥상통하다. 기업의 미래와 현재를 위한 자금도 빼내는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투자가 있을 수 있을까?



jy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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