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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자본시장 바꾼다] ②양질 데이터 확보가 관건 - BOA 챗봇 '에리카', 일상어로 명령어 입력하면 업무 수행 - SNS로 소비자 심리 분석해 향후 트렌드 분석 가능
  • 기사등록 2019-03-19 18: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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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인공지능 기술이 특히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분야로는 자본시장을 꼽을 수 있다. 각 분야별로 살펴보면 우선 자산운용의 경우 머신러닝의 활용도가 특히 높다. 


◆ 머신러닝, 자산가격 예측에 활용 시도중


최근까지 머신러닝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따라올 만큼의 혁신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자주 사용되는 인공신경망 모형은 자산 가격 예측에 큰 쓸모가 없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과거 학습데이터와 미래 현상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인식이나 자연어 처리와 달리 자산가격의 경우 과거와 미래의 분포가 서로 유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 금융시장에서는 과거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사건이 수시로 발생해 자산가격 예측의 정확도를 떨어뜨린다. 특정 기업의 주가만 하더라도 실적 같은 객관적 지표 외에 관련 뉴스나 루머, 경기변동 등 수많은 요소들의 영향을 받다보니 인공신경망으로만 이를 짚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사옥 정문. [사진=더밸류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과 학계에서는 머신러닝을 통해 자산 가격을 예측하려는 시도를 활발하게 이어 왔다. 모리츠와 짐머만(Moritz & Zimmermann)은 개별 주식의 과거수익률이 미래 주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머신러닝을 이용해 관측했다. 이들은 주가예측을 위해 전통적으로 재무학에서 사용하는 방식보다 자신들의 결정트리 기반 머신 러닝 모형이 더욱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빅데이터의 활용이 자산 가격 결정모형의 예측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 이미지를 분석해 특정 기업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찾을 수도 있으며, SNS로 소비자 심리를 분석해 추후의 트렌드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정보들은 전통적인 데이터로는  포착할 수 없던 부분들이다. 


헤지펀드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플랫폼을 통해 자산 가격을 예측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직접 개발한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가 대규모 금융·경제 데이터에 접근하고 다양한 매매전략을 만들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헤지펀드는 성과가 좋은 매매전략을 직접 실행하고 사용자와 수익을 배분하기도 한다. 이미지넷 경연대회가 인공신경망 기반 이미지 인식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플랫폼을 통한 사용자간 경쟁이 머신러닝 기반 자산 가격 예측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헤지펀드 업계, 알파고 강화학습으로 수익 창출 시도중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단순 지도학습이 아니라 알파고 같은 강화학습을 이용해 수익을 거두려는 시도 역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는 알파고처럼 강화학습을 채택한 시스템이 금융시장에서 최적의 매매전략을 만드는 날이 올 날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을 통해 신용평가를 하는 방법도 활용 중에 있다. 일반적으로는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는 중대형 기업에 대해 정량적 분석과 함께 애널리스트가 직접 해당 기업의 정성적인 측면을 분석하고 신용도를 평가한다. 


소규모 업체나 개인대출자의 경우 정량적 평가 모형에 기반해 신용등급을 부여하게 된다. 신용평가사가 신용도 평가에 활용하는 정량적 정보는 금융회사를 통한 거래나 공과금 납부 및 연체 내역 등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 경우 해당거래가 많지 않은 대출자가 실제 상환능력과 상관없이 낮은 신용등급을 받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정량 정보 외에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빅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구글 출신의 더글러스 메릴이 설립한 제스트 파이낸스(Zest Finance)는 기존 신용평가사가 전통적으로 활용하는 정량 지표 외에도 수천 개 항목의 빅데이터를 추가로 이용한다. 대출자의 이메일, 문자메시지, SNS 내역 같은 정보가 그 예이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기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저신용자 중 상당수가 충분한 상환능력을 입증 받아 대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빅데이터를 분석한 신용평가에는 인공지능 활용이 필수적이다. 당장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의 상당 부분은 자연어 처리 기술을 필요로 한다. 사용자 감정을 파악하거나 메시지의 문맥을 고려해 키워드를 추출할 때는 인공신경망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빅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회사들은 정량 분석을 위해 결정트리 모형 기반의 랜덤 포레스트나 인공신경망 등 비모수 구조를 지닌 머신러닝 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학습된 머신러닝 모형이 신용평가 결과에 대해 뚜렷한 경제학적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머신러닝 모형은 전통적인 경제학과 달리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기 보다는 결과를 예측하는 데 중점을 둔다. 따라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한 결과를 예측하는 일은 가능해졌지만 왜 그런지를 설명하는 일은 어려워진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 신용등급을 받은 주체가 왜 그러한 결정을 받았는지 납득시키고,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금융 거래 정보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개도국에서는 대출 서비스 등에서 인공지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어 처리 기술은 특히 사물인터넷 확대와 맞물려 금융생활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가상비서 또는 챗봇을 통해 간단한 명령어 입력만으로 금융 소비자와 근로자 모두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 BOA 챗봇,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가능


금융권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챗봇 서비스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챗봇 서비스인 에리카(ERICA)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명령어를 입력함으로써 필요한 업무를 볼 수 있다. 또한 챗봇은 고객 개개인의 상황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챗봇이 웹페이지나 모바일앱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 금융상품 판매채널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도 인공지능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금융 서비스는 그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 보니 직원이 모두 숙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챗봇을 활용하면 간단한 키워드 또는 문장만으로 원하는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수행이 번거로운 작업들 역시 명령어 입력만으로 빠르게 처리된다. 


챗봇의 원리는 인공신경망을 통한 자연어 처리 기술과 동일하지만, 초기 지도학습과 충분한 사용자 확보를 통한 지속적 학습을 통한 고도화가 필요하다. 향후 MRC처럼 다량의 문서를 통째로 학습할 수 있는 고도화된 자연어 처리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챗봇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잡한 금융상품 약관이나 자본시장 관련 법규 등도 챗봇이 고객 및 내부 직원에게 실시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탐지 기능도 자본시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는 결정트리 모형을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의 시장감시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양한 변수를 활용한 강화학습을 통해 기존 시스템으로는 적출되지 않았던 신종 불공정거래 유형을 탐색하고 연계계좌를 적출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게 거래소측의 설명이다. 


그밖에도 이상탐지 기술은  내부 직원에 의한 각종 사고를 방지하고 내부 통제 강화하며, 소비자의 과거 거래 패턴을 파악해 금융사고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또 금융시장 및 경제분석을 위한 데이터 정제 목적 활용도 가능하다. 


현재 대형 금융회사는 기존 업무의 효율을 확대하고 사고방지 및 내부 통제 강화에 인공지능 기술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거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경향이 높다. 


규모가 작은 전문 핀테크 기업 이나 금융 스타트업은 보다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연구한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기존의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보다 효율적으로 금융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꼽힌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양질의 데이터 확보에 더욱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수집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의 수요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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