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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등골 휘게 만드는 '부모 은행' 아십니까?

- 5060세대, 성인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으로 부담 UP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부모와 자녀 모두 만족하는 사회 담론 나와야"

  • 기사등록 2019-03-14 09: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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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오중교 기자]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5060 세대 사이에 ‘부모은행’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부모은행은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자녀에게 생활비나 결혼자금과 같은 경제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캥거루 부모 5060세대의 상황을 빗댄 말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5가지 키워드로 본 5060세대의 가족과 삶'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은행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성인자녀가 있는 만 50~69세 남녀 2001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73.3%은 현재 성인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고 답했고 이중 53%는 현재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도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떨어져서 사는 성인의 16.6%만이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의 수치이다. 


심현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조사결과는 현재 자녀세대의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높은 주거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부모입장에서는 자녀들에게 이러한 현실에 무작정 독립을 요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공원에서 남녀 커플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성인이 됐으면서도 부모에게 기대어 지내는 현상을 빗댄 '부모은행'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부담을 준다. [사진=더밸류뉴스] 

◆ 5060가구 87.5% "성인 자녀 지원했거나 지원중"


5060가구의 87.5%는 성인자녀를 과거에 경제적으로 지원했던 적이 있거나 현재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지원의 방식은 크게 매월 생활비 및 용돈을 정기적으로 보내주거나 목돈(학자금, 결혼자금, 주택자금 등)을 일시적으로 주는 방식으로 나눠진다.


정기적 경제적 지원의 경우 5060가구의 74.8%가 성인 자녀에게 매월 생활비를 지원해줬으며, 이때 지원한 생활비는 월평균 73만원이다. 이 생활비에는 용돈이나 보험료, 통신비 등이 포함된다. 이 금액은 월평균 가구소득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지출 수준을 조절할 수 없는 고정지출의 성격이다 보니 가계자산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성인자녀의 특성별로 자세히 분석해보면 20대가 20~40대에 비해 생활비를 지원받는 비율이 월등히 높고, 미혼이거나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자녀의 각각 61.3%, 63.7%가 생활비를 지원받았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75.4%가 생활비를 지원받았다고 답했는데, 주목할 점은 수입이 있거나 기혼 성인자녀처럼 부모가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성인자녀들이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성인자녀 중 32.3%, 기혼자녀의 11.9%가 부모에게 생활비를 받았다.



성인자녀를 특징별로 분류했을 때 생활비 지원 비율 및 지원액. [자료=미래에셋보고서, 더밸류뉴스]

◆ 상환기대 없는 부모세대의 '애정담보대출' UP


5060가구의 75.7%는 성인 자녀를 위해 목돈을 지원해줬고 평균 5847만원을 썼다. 이는 가계 금융자산의 32.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목돈 중에는 학자금을 지원해 준 비율이 67.1%로 가장 높고 그 평균금액은 3845만원이고, 주택자금 지원금액은 평균 7379만원으로 가장 큰 비용이었다.


미혼 자녀에 대한 목돈 지원은 학자금이 대부분이지만, 자녀의 결혼을 계기로 결혼자금이나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결혼한 자녀 40%가 결혼할 때 부모에게 목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자녀에 대한 목돈 지원은 생활비 지원과 달리 정기적이지 않다. 그러나 자녀가 필요한 시점에 지원을 할 수 있게 늘 준비해야 하므로 가계 금융자산의 큰 부분이 묶여 있는 것이다.


성인자녀를 위한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나라 부모의 자녀에 대한 유별난 열성 때문이라기 보다, 부모가 자녀를 걱정하고 지원해야 된다는 것을 도리로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5060의 67.5%는 성인자녀가 경제적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것을 부모의 도리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헌신적인 부양에도 불구하고 5060세대는 자녀에게서 보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인자녀를 지원해 준 5060 세대 중 자녀에게 준 경제적 도움을 나중에 보답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는 27.5%에 불과했다. 심지어 향후 노후생활에 대한 지원이나 간병 받을 것을 기대하는 경우도 20.4% 밖에 되지 않았다. 상환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자녀에 대한 사랑 하나로 목돈을 ‘대출’해주는 것이다.


5060 세대는 헌신적인 희생에도 불구하고 자녀로부터의 보답을 대부분 기대하지 않는다. [자료=미래에셋보고서, 더밸류뉴스]

◆ "일방적 지원은 독립 의지 약화. 부모와 자녀 모두 만족하는 사회 담론 나와야"


심현정 연구원은 "미혼이나 경제활동을 아직 하지 못하는 성인자녀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혼이나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성인자녀까지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개선 여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40대인 자녀 중 9%가 월 평균 82만원의 생활비를 받았고, 기혼 자녀 역시 미혼 자녀들보다 생활비를 지원받은 비율은 낮지만 미혼자녀에 비해 10% 더 많은 생활비를 받았다.


심현정 연구원은 "사회적 통념에 비춰볼 때 자립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서 완전히 독립하지 않은 성인자녀들이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의 족쇄를 끊어주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일방적 지원은 자녀세대에게는 독립에 대한 동기나 의지를 약화시킬 수도 있고, 향후 부모세대에게는 자녀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을 야기시켜 가족관계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후에 대한 대비가 충분해지지 않게 되어 노후 삶의 질이 저하될 위험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심현정 연구원은 "자녀세대에게는 경제활동을 안정되게 할 수 있고 독립자금에 대한 부담을 낮춰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고, 부모세대에게는 부모의 도리를 유지하면서 노후대비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조절하는 사회 담론이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ojg@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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