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주주자본주의 실패에서 배운다] ④장기 투자자에게 인센티브 부여해야

- "국민연금, 주주권리 적극행사해야" 목소리 높아져

  • 기사등록 2019-03-11 08:30:01
기사수정
[더밸류뉴스=정세진 기자]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인 1602년 설립됐다. 한 사람이 조달하기 어려운 대규모 자금을 여러 주주들로부터 공동 조달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자본주의는 오늘날의 풍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대 항해 시대를 거쳐 철도와 운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성장의 엔진으로 부상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유럽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인도에 도달하는 머나먼 항해를 위해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했다. 이것이 주식회사가 됐다. [이미지=더밸류뉴스] 

그렇지만 '주주 이익 극대화'에 매몰된 오늘날의 미국식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는 중산층 몰락과 소득 양극화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지난 1월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6명이 소유한 자산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38억명의 자산과 같다. 


◆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대안으로 부상 


미국식 주주자본주의가 낳은 모순들을 극복할 해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주주자본주의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면 해법이 아직은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우리 모두가 주주자본주의라는 기관차에 올라타 있다보니, 주주자본주의를 없애자는 것은 기관차에서 모두가 뛰어 내려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더밸류뉴스]


현재까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이다. 이는  단기성과에만 급급한 단기적 주주들이 아니라 기업과 장기적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경영진, 근로자, 소비자, 공급자와 같은 주체들의 이익에 부합하게 기업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이론에 관한 권위자로 꼽히는 콜린 메이어 영국 옥스퍼드 사이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기업이 근로자와 소비자 같은 이해관계자들 대신 주주들의 이익만 고려한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2014년 국내에 번 역출간된 <왜 우리는 기업에 실망하는가 이익과 책임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법>에서 "주주자본주의가 자리잡기 전의 기업들은 지금과 달랐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 기업들은 항로를 개척하고, 운하를 파고, 철도를 부설하는 등의 기업들이 공적 목적을 위해 사업을 영위했다"며 "주주자본주의 등장 이전의 기업은 단순히 주주에게 돌려준 것이 아니라 공공을 위한 재화들을 생산했다”고 말한다. 반면 기업이 주주들의 단기적 이익에만 전적으로 충실하게 만든 것이 진정한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단기성과에만 급급한 단기적 주주들이 아니라 기업과 장기적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경영진, 근로자, 소비자, 공급자와 같은 주체들의 이익에 부합하게 기업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 "연금, 재단이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권 행사해야"


그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연금, 재단을 비롯한  ‘장기적 이해관계’를 가진 재단과 연금의 기업활동 참여이다.  

그는 인도 기업 타타를 성공적 기업 지배구조의 사례로 들고 있다. 타타는 재규어·랜드로버 등 자동차업체와 코러스철강을 소유하고 있는 인도의 대표적 재벌이다. 


이 밖에 베텔스만미디어그룹, 칼스버그 맥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도 훌륭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들로 손꼽았다. 메이어 교수는 “이들 기업은 원칙과 가치에 충실한 재단이 기업 운영을 책임진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대주주는 누구일까?


주식 시장에서 기업의 가장 큰 보유주체(주주)는 외국인 투자자로, 약 35.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핵심 우량기업일수록 외국인 지분이 높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SK텔레콤, 삼성화재 등은 외국인 지분이 40~50%대에 이르며, 국민은행은 60~70% 가량의 외국인 지분율이 유지돼 왔다. 


외국인투자자를 제외하면 일반법인이 약 24.4%, 개인이 19.7%, 기관투자자가 17.7%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일단 외국인투자자들은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이나 생산과 분배의 조화에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주식 투자를 통한 차익과 배당에 더 관심이 집중돼있다. 개인투자자 역시 대주주들을 제외할 경우 생산 활동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간주된다.


국내 기관투자자들 가운데 그 성격이 특수한 주체를 꼽자면 국민연금이 있다. 이들은 투자 수익을 추구하되 국가경제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적이 명확하게 주어져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이자 최장기 투자자로서 생산, 혹은 자본축적에 대한 고려 없이 투자수익만을 추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일반법인 보유분의 경우 순수투자 목적 보유도 있지만 대부분 계열사지분으로, 가장 생산 활동에 관심을 두는 지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국민경제에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자금으로 가능한 투자를 하려는 주체와 돈을 빼내가려는 주체 간에 균형이 필요하다. 


기관투자자들이 이른바 ‘치고 빠지기’ 식 투자를 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장기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법 하다. 또한 전문경영체제의 안정으로 기업이 경영권 방어 대신 생산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csj@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9-03-11 08:30:0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특징주더보기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