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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나 떨고 있니?" 미 소매상들, 아마존 공격에 속수무책 - '미국 백화점의 상징' 시어스 백화점 파산보호신청 충격... 아마존 공세에 무릎 - 언제 어디서나 클릭으로 간편 쇼핑 아마존으로 소비자 돌아서
  • 기사등록 2019-03-04 13: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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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최성연 기자]

"아마존과 경쟁하려 하지 마라. 어차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자결하는 편이 낫다."


'미국 백화점의 상징'으로 꼽히는 시어스가 지난해 말 뉴욕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을 지켜본 어느 미국 증시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시어스는 1886년 미국인 리처스 시어스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우편을 통해 시계를 판매하면서 급성장했고 1925에는 시카고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후 빠르게 성장해 1973년에는 당시 최고 높이(108층) 건물인 '시어스 타워'를 세우는 등 한때 미국 최대 유통기업으로 군림해왔다.  우리로 치면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와 같은 존재감을 미국인들에게 주는 기업이다. 


그런 시어스가 지난해 중순까지 70여개의 매장을 폐점하더니 10월이 되자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파산보호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시어스는 영업을 지속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2017년에 시어스는 150개 매장을 폐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어스의 부채(113억 달러)는 자산(69억 달러)를 훌쩍 초과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87개의 시어스 백화점 체인과 대형마트인 K마트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은 6만8000여명이다. 


시어스가 이처럼 몰락의 길에 들어선 것은 아마존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클릭 한번으로 간편하게 구매를 가능케하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지면서 시어스 백화점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미국 소비자들은 이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촌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


◆ 금융위기보다 문 닫는 소매점 많아 


'유통 공룡' 아마존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미국 소매업계의 한파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시장조사업체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에 폐업했거나, 폐업 계획을 밝힌 미국 소매업 점포는 약 4800곳에 이른다. 불과 2개월(1~2월)만에 지난해 총 소매업체 폐업 숫자(5400여곳)을 육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심지어 최악의 금융위기로 불리는 2008년보다 문 닫는 소매점이 더 많으며 ‘소매 종말’이라는 표현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성=더밸류뉴스]

아마존의 공격 경영으로 몰락의 길에 들어서고 있는 오프라인 소매점은 시어스 뿐만 아니다. 

지난달 유명 신발유통업체 페이리스 슈소스도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신발 한켤레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한 켤레를 더 주는  '원 플러스 원(1+1)' 판매 방식을 도입해 급성장했다. 

그렇지만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신발을 판매하면서 페이리스 슈소스는 매출이 급감했다. 


앞서 1월에는 아동복 브랜드 짐보리도 파산신청을 하고 올해 900여개의 점포를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미국의 유명 완구 유통 업체 ‘토이저러스’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줬다. 토이저러스는 1948년 설립 이후 미국인들에게 어린 시절 장남감을 갖고 놀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영난 끝에 결국 미국 735개 매장, 영국 100개 매장 문을 닫고 폐업했다.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가구 백화점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 전경. 워렌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파상 공세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 아마존, 2일 내 무료 배송 '아마존 프라임'으로 호평


이처럼 미국의 소매업들이 몰락할수록 아마존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 2,328억달러(236조원), 영업이익 120억달러(13조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일(현지시각) 기준 시가총액은 798억달러(약 893조원)으로 미국 내 1위이다.


최근들어 아마존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서비스는 '아마존 프라임'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소매업체에게 위협적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아마존의 ‘유료 회원 서비스’로, 연회비 119달러(13만원)라는 다소 비싼 회비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용자수가 증가하여 지난해에는 9,5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여러 혜택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가장 호평받고 있는 것은 ‘2일 내 무료배송(two-day shipping)’이다. 


미국인들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려면 배달 받기까지 최소 2주 이상이 걸렸다. 그래서 대형마트를 찾아가는 게 더 빠르고 간편한 쇼핑 방법이었다. 하지만 2일 내 무료배송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아마존 내에서 다양한 제품을 가장 싼값에 구매하고 빠른 시간안에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 들를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아마존은 미국의 대형 식료품 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하여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프라임 나우’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프라임 나우는 홀푸드에서 구매한 식료품을 2시간 내에 소비자에게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이로써 아마존을 이용하면 공산품과 소비재, 의류잡화 뿐만 아니라 식료품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빠른 시일내에 배송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소비자들은 더 이상 거리의 가게를 방문할 이유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아마존의 소비자 중심 서비스는 ‘충성도와 반복 구매’를 강화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오프라인 가게들의 '단골 손님'처럼 아마존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에 꽁꽁 묶인 소비자층이 생겨나는 일종의 ‘록인 효과(Rock-in Effect)’를 가져오고 있다. 그래서 거리에 나가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조차 며칠 혹은 몇시간을 기다려서라도 아마존을 이용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의 '프라임나우'는 신선한 식료품을 두시간 안에 배송해준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 "소매업 종말 받아들여야"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미국 경제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쇼핑 산업은 미국인들의 최대 고용주로,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소매상에서 일하는 판매·계산 직원은 현재 약 800만 명이다. 여기엔 저소득층이 많아, 이들을 위한 경제활동 수단이 사라지지만 동종업계의 비슷한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는 충분히 생겨나지 않고 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매가 집중되면 지역경제보다 대기업 및 대도시로 인프라가 더욱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마존의 부상과 소매업의 종말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냉엄한 법칙"이라며 "아마존이 혁신 서비스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한 소매업의 종말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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